밥상에 반찬은 세 가지

어머님과 장모님의 정성에 입맛이 살아납니다

등록 2006.11.16 08:35수정 2006.11.1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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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밥상


요즈음은 밥상에 반찬을 세 가지만 놓고 먹습니다. 무슨 자린고비냐? 그것은 절대 아닙니다.
나름대로 효도(?)라고나 표현을 할까요.

지난주에 충북 충주에 있는 집을 찾았습니다. 아이들이야 사촌들이랑 컴퓨터게임에 정신이 없습니다. 어머니도 이제 나이가 드셔서 그런지 기력이 옛날 같지 않습니다.

"점심 먹어야지" 하는 어머님 말씀에, "그럼요. 일부러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받고 싶어서 안 먹고 왔는걸요"하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밥상 위에 자리 잡은 신김치 볶은 것이 눈에 띕니다. 요즈음은 식구들이 김장 김치로 손이 가고, 작년에 담그신 묵은 김치로는 식구들의 젓가락이 안 가니 아마 어머님이 김치를 볶으신 듯하다.

"엄마는 내가 볶은 김치 좋아하는지 아직도 알고 계시네" 하는 나의 소리에 어머니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씀하십니다.


"네가 학교 다닐 때도 도시락 반찬으로 볶은 김치를 주면 아무 소리 안 하고 잘 가잖아."

"집에 갈 때 가져가게 조금 더 해주실래요" 하는 소리에 어머니의 얼굴에는 화색이 돕니다.


a 어머님이 볶아먹으라고 주신 신김치로 찌개를 끓였습니다.

어머님이 볶아먹으라고 주신 신김치로 찌개를 끓였습니다. ⓒ 조용민

자식들 돈 들어가는 것 걱정하시느라 아픈 틀니로 용케도 식사를 하시더니 요즈음은 입안이 많이 아프신가 봅니다.

"빨리 치과에서 치료받으시고 새로 틀니 하세요. 제가 새로 해드릴께요" 하는 막내아들의 소리가 그리 듣기 싫지는 않으신가 봅니다.

장모님의 밥상

고속도로는 막힘 없이 잘도 달립니다. 자동차의 속도만큼이나 아내의 마음도 친정으로 달리는 듯하다. 아내의 고향은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입니다. 청주에서 달리기 시작하면 약 4시간 정도 걸립니다.

오빠 하나에 남동생 둘인 아내는 자매가 없어서 그런지 유독 장모님과 관계가 돈독합니다. 처남들도 이제는 모두 분가하여 두 분이 한우를 키우시며 고향을 지키고 계십니다.

a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한우를 키우고 계십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한우를 키우고 계십니다. ⓒ 조용민

"엄마 지금 여기 의정분데…."

자동차 안에서 아내는 장모님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장모님과 전화통화를 하는 아내의 얼굴이 마냥 신이나 보입니다. 아내의 얼굴에서 행복을 구경합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아이들의 인사소리가 안마당을 울리면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신 두 분의 모습이 문을 엽니다.

늦은 점심상을 받습니다.

"조 서방은 육류보다 생선을 좋아하는 것 같아 생선을 했어"하는 장모님의 소리에 밥상위에 반찬으론 생선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맛에 처가에 오잖아요" 하는 너스레에 모두 한바탕 큰소리로 웃습니다.

"김장 김치 새로 하셨어요?"

밥상 위에 새로 한 김치를 보며 말씀드리니, "둘이 먹을 건데 뭐 많이는 안 했어" 하십니다.

"김장 김치만 있어도 반찬 걱정 필요 없겠네요."

무심코 한 그 소리에 장모님은 밤늦도록 새로 배추김치를 담가 차 트렁크에 실어 주십니다.

a 장모님이 담가 주신 김장 김치입니다.

장모님이 담가 주신 김장 김치입니다. ⓒ 조용민

우리 집 밥상

요즈음 우리 집 밥상의 반찬은 새로 담은 배추김치와 신 김치를 물에 빨아 기름에 볶은 김치랑, 그리고 하나 더 어머님들의 사랑과 정성을 놓고 식사를 합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어머님들의 사랑과 정성이 가미된 배추김치와 볶은 김치의 맛을 따라오지 못할 겁니다. 한동안 식탁은 사랑의 맛으로 풍성할 겁니다.

요즈음의 밥상 반찬은 세 가지입니다. 장모님의 배추김치, 충주어머니의 볶은 김치, 그리고 어머님들의 사랑과 정성…. 세 가지 반찬만으로도 정말로 풍성한 식탁이 된 듯합니다.

덧붙이는 글 | 사이트 시골기차에도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사이트 시골기차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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