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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남아있는 목욕탕이라는 간판에 눈이 머문다 ⓒ 조용민
요즈음의 거리에선 목욕탕 상호가 보기가 힘들다. '00사우나', '**건강빌딩' 등으로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말 그대로의 목욕기능은 많이 사라지고 헬스 이·미용 등 여러 가지와 복합되어 조금은 머리가 어지러운 기분이다.
지금은 목욕탕을 많이 다니지를 않는다. 집마다 있는 간이 샤워시설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흔치않게 남아있는 '00목욕탕'이라는 상호를 보면 괜히 가슴이 뛴다.
어린 시절. 추석이나 구정 등 명절 밑이면 사 입었던 옷. 지금은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어 사시사철 그 계절에 맞는 옷을 구입하여 입지만, 그 시절은 왜 그리도 없이 살았던지…. 먹고 뒤돌아서면 배고프고, 조금 입으면 옷은 작아지고, 형제자매가 많은 집은 의례 대물림의 옷을 입어야 했다.
그래도 한 번의 예외가 있으니 명절날이다. 명절 선물로 사주시던 옷, 신발. 누가 가져갈세라 옷은 머리맡에 놓고, 신발에는 실로 이름을 새기고 잠들었던 밤. 그 잠속에서도 옷과 신발을 신고 하늘을 뛰어놀았지.
명절이나 되어야 연례행사처럼 다니던 목욕탕. 가기 싫다고 우기다가 결국은 한 봉지 과자의 유혹(?)을 못 이기고 엄마와 함께 갔던 목욕탕. 들어가기 싫은 여자 목욕탕을 엄마는 데리고 들어가시려 하고, 주인은 다 큰아이를 데리고 들어간다며 약간의 말다툼이 있지만 거의 다 엄마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수증기 뿌연 목욕탕에 들어가면 동네 아줌마들 사이로 보이던 남자친구들. 여탕에서 보았던 남자친구들은 무언의 약속을 했고, 더욱더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서로 약점이었던 '여자 목욕탕'에 간 죄 아닌 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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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간판에 주인의 손길이 묻어있다. ⓒ 조용민
우리 동네에는 유일한 목욕탕이 있었다. 그 목욕탕에 가면 그 여자아이를 만났다. 목욕탕집 딸. 같은 학교에다가 같은 반이었으니 어린 시절 그 창피함이란….
어떤 때는 조그만 구멍이 뚫린 카운터에서도 보고, 어떨 때는 목욕탕 안에서도 봤다. 아마 그때 그 아이는 부모님을 도와 허드렛일을 하지 않았나 싶다. 목욕탕 바가지 정리라든지 그러한 허드렛일.
명절 밑으로 목욕탕 출입을 하고 나면 학교에서 장난이 심했던 나는 그 아이에게는 학교에서 장난도 할 수 없었고, 다른 남자아이들에게서 그 여자아이를 보호하는 역할을 자임했었다. 아마 엄마를 따라 여탕에 갔다는 부끄러움에 대한 입막음 행동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제 초등학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재청모임을 결성한다고 한번 모임을 하자는 의견이었다. 전화통화 도중 듣게 된 '목욕탕집 딸'의 안부. 엎드리면 코 닿을 옆 동네에 산다니….
혼자만의 부끄러움으로 각인되어 있던 유년시절의 추억이 다시금 새록새록 솟는다. 만나면 무어라고 첫인사를 나눌까? 그 아이는 그 시절 그 기억을 생각하고 있을까? 괜히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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