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이 자이툰 연장만 퍼줬다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노 대통령, 한미 정상회담서 밑지는 장사

등록 2006.11.20 09:15수정 2006.11.20 09:15
0
원고료로 응원
a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백승렬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정부 관계자 스스로 말했다. "핵 폐기를 전제한 발언이며 그 내용도 이미 9·19 공동성명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맞다. '한국전 종료선언'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한국전 종료선언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꾼다는 뜻이다. 실내용이 이것이라면 이미 1년여 전에 천명된 것과 다를 바 없다. 9·19 공동성명 제4항은 이렇게 돼 있다.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갖는다."

그래도 반갑다. 한국전 종료가 선언된다면, 그래서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쌍수를 들어 반길 일이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의 말을 다시 보자. 한국전 종료선언은 "핵 폐기를 전제한 발언"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하면 그 다음에 한국전 종료를 선언해주겠다는 뜻이다.

이는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동시행동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접점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

창호지 구멍이 있다. <경향신문>이 지난 13일 보도한 내용이다.


2003년 10월 APEC정상회의에 참석한 부시 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다자간 서면 안전보장을 6자회담을 통해 북한에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모델이었다. 핵 폐기와 경제지원을 동시에 행하는 방식이다.

부시 미 대통령이 이런 약속을 한 이유는 고마웠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 추가 파병을 결정한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우크라이나 모델을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시 미 대통령은 나중에 입장을 돌변했다. 리비아 모델을 꺼내들었다. 핵을 먼저 폐기하면 그 다음에 경제지원과 관계정상화를 하는 단계접근 방식이다.


논란이 있긴 했다. 이 사실을 공개한 사람은 문정인 당시 동북아시대위원장. 국회의원들 앞에서 한 이 말이 녹취됐고, 그 내용이 <경향신문>에 입수돼 보도를 타게 됐다. 하지만 문정인 위원장은 부인했다. 이라크 추가파병과 우크라이나 모델을 맞교환한 게 아니었고, 부시 미 대통령의 자발적 화답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녹취 내용을 보면 문정인 위원장이 분명 그렇게 말한 것으로 돼 있다고 반박했다.

한 차례 약속 뒤집은 부시, 한국전 종료선언도?

어쨌든 좋다. 화답이든 맞교환이든, 논의를 좁히면 이게 중요해진다. 부시 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점잖게 약속한 내용조차 일방적으로 뒤집어 버렸다.

이런 경험을 상기하면 할수록 '한국전 종료선언'에 대한 평가는 절하된다. 언제든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 폐기를 '안 하면' 그렇다.

따로 짚을 게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에게 자이툰부대 연장 주둔 방침을 밝혔다. 국내에서 철군 요구가 점증하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결정이다.

실리가 없다. 자발적 화답이든 맞교환이든 2003년 10월엔 우크라이나 모델이 나왔는데 이번엔 아무 것도 없다. '한국전 종료선언'은 조건이 달린, 새로울 게 없는 방안이다.

립 서비스조차 없었는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자이툰부대 연장 주둔을 약속했다. 밑지는 장사를 한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