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공 태양' 10년 프로젝트 참여

EU·미·일·중·러 등과 함께 '인공태양' 개발 프로젝트 조인

등록 2006.11.22 16:10수정 2006.11.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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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1일 파리 엘리제 궁에서 열린 ITER 조인식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

21일 파리 엘리제 궁에서 열린 ITER 조인식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 ⓒ ITER.org

인류가 '인공 태양'을 과연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궁극의 에너지로 평가받는 핵융합로를 개발하기 위한 10년 프로젝트가 21일 드디어 첫 걸음을 뗐다.

한국을 비롯해 EU,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국제 핵융합로 개발 프로젝트 'ITER'가 10여년에 걸친 지루한 협상을 끝내고 어제 파리에서 관련국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인식을 가진 것.

ITER 프로젝트에는 향후 10년에 걸쳐 100억유로(약 12조원)에 가까운 연구비가 투입된다. 이중 EU가 소요자금의 50%를 부담하며 한국 등 나머지 참여국들이 각각 10%를 분담한다. ITER의 실험용 핵융합로는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건설될 예정.

핵융합발전은 듀터륨과 트리튬이 반응로에서 융합할 때 발생하는 1억도에 가까운 열을 이용해 이루어진다. 듀터륨은 바닷물에서 무한정 추출할 수 있고 반응로에서 생성되는 트리튬 역시 지각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리튬을 변환시켜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만약 핵융합 발전에 성공만 한다면 인류는 영원히 에너지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

문제는 태양의 중심온도보다 몇 배나 더 뜨거운 1억도에 가까운 열을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재료가 자연상태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 프랑스에 건설할 실험용 핵융합로 ITER 개념도

프랑스에 건설할 실험용 핵융합로 ITER 개념도 ⓒ ITER.org

ITER가 채택한 토카마크형 핵융합로는 따라서 엄청난 열을 차폐하는 수단으로 거대한 초전도 전자석을 사용한다. 강력한 전자기장은 이론 상 1억도에 달하는 플라즈마의 열을 안전하게 융합로 내에 가두어 둘 수 있다.

하지만 핵융합이 발생할 때까지 융합로의 온도를 끌어올리는데 투입해야 하는 에너지가 엄청난데 반해 아직까지 회수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


지금까지의 실험 중 가장 큰 성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영국의 JET 프로젝트는 투입 대비 에너지 회수율이 약 60%에 불과하다. 발전을 하면 할수록 에너지가 더 투입되는 것.

ITER 프로젝트는 순간 최고 500MW의 전력을 생산해 에너지 회수율을 10배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1단계 실험이 성공할 경우 2045년까지 최초의 상업발전용 핵융합로를 건설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다. 이는 ITER의 실험용 융합로보다 6배 가량 큰 용량이며 현존하는 상업용 원자력발전의 발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뉴캐슬 대학의 이안 펠즈 명예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핵융합 발전의 성공 가능성은 50/50"이라고 예상하고 "이 정도면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20~30년이면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재개해야 할 때가 오고 이 때가 핵융합로를 도입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는 것.

하지만 핵에너지 자체에 부정적인 환경론자들은 핵융합발전이 긴박한 온실가스 감축 등의 이슈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언제 실현될 지 기약이 없는 핵융합 대신 당장 실현가능한 친환경 대체에너지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a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건설될 ITER의 핵융합 실험단지 조감도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건설될 ITER의 핵융합 실험단지 조감도 ⓒ ITER.org

흔히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로 개발을 위해 설립된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은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서기장이 국제 핵융합 실험로를 개발하기로 합의하면서 첫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1988년에 개념설계안이 나왔고 1992년에는 실제 시공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설계안 초안이 제시됐다. 엔지니어링 설계안은 지난 2001년 최종 완성됐지만 이후 자금조달 방안과 실험로의 유치국가를 두고 대립이 계속되면서 답보를 거듭해 왔다.

특히 프랑스와 일본이 실험로의 유치를 두고 막판까지 대립을 했지만 가장 많은 자금을 댄 프랑스가 최종적으로 유치에 성공했다. 일본은 대신 융합로 자재의 테스트 설비를 로카쇼무라에 짓고 추후 지어질 후속 시범용 융합로를 자국에 유치하기로 약속받았다.

한국은 융합로 건설 및 운영에 약 10%의 지분을 투자하며, 초전도 도체, 진공용기, 조립장비 등 주로 현물과 연구인력 지원으로 이루어진다. 과학기술부는 한국에서 약 40여명의 연구진이 프랑스 현지에 파견돼 상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민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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