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 발자국 소리에 죽고 사는 사람들

문장식 목사, 사형수 애환 다룬 <아 죽었구나 아 살았구나>출간

등록 2006.11.24 15:24수정 2006.11.2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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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문장식 목사는 "사형수가 연출교도관들에 의해 끌려 들어오는 장면은 마치 소가 도살장에 들어오는 모습 같다"며 "이 책에 담은 나의 정성이 우리나라 사형제도 폐지운동에 도움이 도움이 됐으며 한다"고 강조했다.

문장식 목사는 "사형수가 연출교도관들에 의해 끌려 들어오는 장면은 마치 소가 도살장에 들어오는 모습 같다"며 "이 책에 담은 나의 정성이 우리나라 사형제도 폐지운동에 도움이 도움이 됐으며 한다"고 강조했다. ⓒ 박지훈

'쿵쿵' 교도관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죽음도 가까워진다. "아 죽었구나" '쿵쿵'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 간다. 죽음도 멀어져 간다. "아 살았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생사를 넘나들며 공포 속에 살아가는 사형수들 얘기다. 이런 사형수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죽음을 끝까지 지켜본 문장식 목사(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공동회장). 문 목사가 사형집행 장면을 기록했던 일기를 정리한 책 '아! 죽었구나, 아! 살았구나'가 출간됐다.


책에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60명을 지켜본 문 목사 고뇌와 사형제 폐지 이유가 행간마다 절실히 배여 있다. 제자를 유괴 살해한 스승 주영형씨(1983년 7월9일 사형)부터 한글을 깨친 사형수 강순철씨(1997년 12월30일 사형)에 이르는 60명의 생생한 이야기와 함께 형을 당하는 순간까지의 현장감 넘치는 묘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형 제도의 야만성을 새삼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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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살았구나, 아! 죽었구나> 겉표지

서울K중 체육 교사로 재직하던 주영형씨. 1천여 만원의 빚을 지고 1980년 11월13일 제자 윤상군(15)을 납치한다. 결국 윤군은 납치 이틀만에 사망했지만 주씨는 가족들에게 돈을 요구하며 협박전화를 계속했다.

당시 자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이 연일 신문과 방송 등 매체를 통해 전해지자 전두환 대통령 당선자는 "3월3일까지 윤군을 보내 주면 선처하겠다"는 특별담화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목숨만 살려서 돌려보내 주세요. 2대 독자 내 아들을..." 윤군 어머니는 이렇게 애타게 울부짖으며 아들이 죽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윤군 아버지는 "아들을 살려만 주면 의형제를 맺겠다"고 절박한 심정을 나타냈다.

1981년 11월 주씨는 체포됐고 이듬해 사형 판결을 받았다. 이후 주씨는 문 목사에게 세례를 받아 신앙생활을 하게 됐다. 문 목사는 "주씨는 수감 중 예수를 믿고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해왔다"며 "믿음으로 변화돼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으로 확신에 찬 눈빛을 볼 수 있었다"고 기록했다.


문 목사는 또, "사형당시 주씨는 '내가 실수로 주사위를 한 번 잘못 던졌을 때 그 때 끝냈어야 할 것을 잘못을 숨기기 위해 계속 던지다 보니 이렇게 큰 죄를 범하게 됐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또, 부모님께 용서를 빕니다. 저에게 두 명의 자녀가 있는데 끝까지 믿음으로 자라게 길러줬으면 합니다'라며 철저하게 회개하고 용서를 비는 자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목에 밧줄로 된 올가미가 걸리고 흰 커튼이 닫히는 순간까지 주씨는 전도했다. 이후 주씨의 장기는 그의 약속대로 네 명의 환자에게 이식됐으며 신장을 이식받은 임모씨는 "수술 후 신장을 기증한 사람이 우리 가정의 은인인 셈이니 평생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해 주겠다"고 말했다.


이 책에 이외에도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고 간 사형수 최을호 ▲의혹에 싸인 간첩 김진모 ▲모녀 살인범 최양호 ▲'한나'로 통한 여자 사형수 강영리 ▲양평 일가족 살해범 윤용필 ▲초대 지존파 두목 김기환씨 등의 생생한 얘기가 담겨있다.

문 목사는 "수 년간 교화를 통해 새롭게 살고 있는데 끌어내 처형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때 너무나 비인도적이어서 교화 자체마저 무의미해지는 허탈감을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다"며 "사형수가 연출교도관들에 의해 끌려 들어오는 장면은 마치 소가 도살장에 들어오는 모습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에 담은 나의 정성이 우리나라 사형제도 폐지운동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엠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사형 폐지국은 99개국이며 10년이 지나도록 사형을 집행한 일이 없는 사실상 폐지국은 30개국으로 모두 129개국이 폐지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1천여 명이 집행됐으며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12월30일 23명을 무더기로 집행한 후 지금까지 한 건 도 없었다.

아! 죽었구나 아! 살았구나 - 문장식 목사의 사형장 일기

문장식 지음,
쿰란출판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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