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록볼록한 산 앞에 있는 저 자그마한 야산은 '자라'가 엎드려 있는 것 같지요?이승숙
그러자 딸아이도 끼어든다.
"아버지, 우리 한의학도 조화와 균형을 이야기해요. 병은 균형이 깨져서 나타나는 거예요. 한의학은 사람을 작은 우주로 보는데 조화와 균형이 깨지면 병이 생기는 거래요."
딸아이는 한의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지난 대입 수시모집에 한의예과를 지원했었다. 그때 나름대로 공부한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엄마는 '방구가 잦으면 똥을 째리게 되고 웃음이 잦으면 울음이 따라온다'고 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정신없이 놀고 있는 우리 형제간들한테 엄마는 만날 그러셨다.
"과타(과하다), 과타. 방구가 잦으면 똥을 째리게 된다. 인자 고만 해라."
엄마 말을 안 듣고 계속 놀던 우리들은 꼭 누군가의 울음으로 놀이의 끝을 맺곤 했다. 즐거운 놀이도 입씨름으로 끝날 때가 많았다.
항상 문제는 과욕에서 비롯된다. 욕심에 눈이 멀어서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그것을 경계하고자 '과유불급', 즉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란 말을 해 주신 것이다.
너른 들판을 앞에 둔 쥐는 먹을 게 많아서 좋을 듯하지만 옛 사람들은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고 보았다. 차고 넘치면 자칫 나태해질 수 있다. 그래서 그 근처에 매봉을 두었다. 조화와 균형이 우리 풍수가 지향하는 바였다.
지금 세상은 조화와 균형이 깨졌다.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 균형이 깨어지면 무리가 따르고 탈이 난다. 가진 자는 점점 더 가지게 되고 없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내 힘으로 일어서기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세상이 되었다. 서두머리 옆에 매봉을 두어서 지나침을 경계했던 우리 옛 어른들의 지혜가 새삼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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