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리는 사람들 퇴출시켜 주세요!

등록 2006.12.01 17:49수정 2006.12.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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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여자노인분들 유혹하는 미끼상품

여자노인분들 유혹하는 미끼상품 ⓒ 박명순

어, 또?


퇴근해서 주방에 들어서자 못 보던 물건이 눈에 띈다. 플라스틱 용기 한 세트와 제대로 코팅 되지 않은 큼지막한 전골냄비가 싱크대 안에 떡하니 들어 있는 것이다.

두루마리 휴지는 장롱 꼭대기에 띠를 두르고 앉아있고 얼마전 받아온 조악한 전기히터는 몇 번 써보지도 못하고 고장이 나 내다버리는데도 오천원이 들었다. 쌀을 씻어 밥솥에 안치면서, 어디서 난 물건인지 잘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묻는다.

“어머니, 이거 뭐에요?”
“아, 그거? 공짜로 얻은 거야. 돈 하나도 안 들었다. 그냥 앉아서 박수 쳐주고 얘기 들어만 주는데도 준다니까. 내일은 또 다른 물건 준다고 해서 입장권 세 장이나 받아왔다. 옆집 할망구 데려가면 선물도 푸짐하게 준데.”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휴, 뉘 집 또 시끄럽게 만드시려구.’
속말만 씹어 삼킨다.

이제는 좀 마음이 비워질 때도 되었건만, 막상 이런 부조리한 현상과 맞닥뜨리면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 아이들 보는 눈이 있어 애써 감정을 추스르긴 해도, 이제 어머니를 납득시킬 기운도 없다. 업무에 시달려 지친 몸으로 돌아와 부지런히 저녁을 하는 동안, 어머니는 무엇이 맘에 걸리는지 자꾸 묻지도 않는 말을 걸어온다.

“이젠 약 같은 건 절대 사지 않을 테니까 걱정마라. 내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냐.”


사실 어머니와 사는 동안 고가 의료기와 건강보조식품으로 인해 적잖이 골치를 앓았다. 건강이 좋을 리 없는 노인들을 상대로, 온갖 감언이설과 미끼상품 공세로 터무니없이 비싼 의료기나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들을 파는 불법 판매업자들 때문에 어머니와의 신경전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잘 샀어요.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하면 오죽 좋으랴만 의료기는 그렇다 치고, 성분이 불분명한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들은 자칫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에 자식으로서 두고 볼 수만 없는 노릇이다. 건강식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저 혈액순환 개선제에 불과한 것을 만병통치약이라며 과장선전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딱히 어머니에게 소홀한 것도 아닌데, 자식 속마음을 그리도 몰라줄까 싶었다. 아마 어머니도 같은 심정이리라. 어쩔 수 없이 거친 대화가 오갔다. 눈에 안 보이면 모를까. 정말이지 수행이 따로 없다. 애써 모으신 용돈도 그런 사람들 때문에 다 털리고 만다. 그러기에 어머니는 스스로 늘 가난하시다.

부모가 원하는 모든 것을 수긍하고 모른 체 하는 것만이 효는 아니다. 우리 집 역시 어머니에게 여러 번 문제의 심각성을 상기시켜 드렸고, 빠듯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같은 성능의 약과 의료기를 구입해 드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자식의 간곡한 말보다 판매원들의 말을 더 신봉한다는 점이다. 그들보다 말주변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당신의 응석을 받아주지 않는 자식이 섭섭해서일까. 어머니 말에 의하면 그들은 은근히 부모 자식간 불화를 부추겨 자존심을 건드려 결국 구매를 강요하는 비윤리적인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

자식한테 받는 용돈이 전부인 노인들의 가벼운 주머니를 털다 못해, 외상까지 줘가며 채권 회수 대리인까지 동원해 한 가족의 평화를 와해하는 이런 불법 판매자들이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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