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고 80만Km 기관사 12년 5개월 만에 복직

대전기관차 연제찬 기관사 12월1일 첫 출근

등록 2006.12.01 15:58수정 2006.12.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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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2년5개월만에 원직복직한  연제찬씨와 그의 부인.

12년5개월만에 원직복직한 연제찬씨와 그의 부인. ⓒ 김문창

94년 6.23 변형 근로제 철폐 기관사 파업으로 해고된 연제찬 기관사가 12월 1일 해고된지 12년 5개월 8일만에 대전기관차차량본부로 돌아와 기관사로서 첫 출근했다.

철도공사는 파면 및 해고된 직원을 원직으로 복직시킨 적이 한번도 없다. 그동안 해고나 파면된 직원은 특별채용이나 재입사 형식으로 원직이 아닌 다른 직종으로 채용한 것이 일반적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 연제찬씨 등 8명에 대해 철도공사는 특별채용이란 형식을 빌렸지만, 이례적으로 해고당시의 원직에 4급21호봉으로 특별채용 했다.

연제찬(53년생) 기관사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74년 5월30일 공채시험으로 기관사로 첫 발령을 받아 해고될 때까지 12년동안 무사고 80만Km를 기록하는 등 누구보다 뛰어난 기관사였다. 그러나 2일 맞교대와 변형근로제 등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동료직원들이 고통스러워하자, 94년 철도노조 대전기관차 지부장이었던 연씨는 붉은 머리띠를 동여매고 파업에 나섰다.

파업은 6일간 벌어졌다. 이후 업무에 복귀했지만. 불법파업 주도와 업무방해 등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그해 6월29일 조계사에 모인 파업지도부가 농성투쟁을 전개했다. 하지만, 9월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체포된 집행부 54명이 파면이나 해고됐다. 연씨는 구속수감되어 4개월 15일동안 옥고를 치루고,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다음해인 95년 1월 감옥에서 풀려났지만 회사에서는 연씨를 직권면직에 이어 파면 조치했다.

연제찬씨는 복직소식에 “74년 첫입사 때 보다 더 가슴이 설렌다”며 “10여년 동안 고생한 부인과 아이들, 그리고 복직을 할 수 있게 투쟁해온 동료와 후배 조합원동지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연제찬씨는 “복직을 하여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는 동지로 현장을 개선하는데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연제찬 전 대전기관차 지부장과의 인터뷰.

-복직하여 첫 출근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 소감은?
"12년만에 정든 일터로 다시 돌아와 기관사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그동안 못다 한 일을 동료들과 함께 해나갈 각오를 새롭게 했다."

-12년 동안 어떤 일을 하면서 지냈나?
"조그만 식당을 운영했는데 노동운동 출신은 망한다는 속설을 많이 들었다. 이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자, 이를 악물고 남다른 각오로 장사에 임했다. 새벽에 시장보고 점심과 저녁 장사를 하면서 아이들을 보살펴주지 못해 미안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어느덧 다 커서 대학 가고 군대 가는 등 이제 사회에서 제몫을 할 수 있도록 자라 흐뭇하다."

-철도청과 공사의 원직복직은 이번이 처음이다. 4년 전에도 복직할 수 있었는데 원직을 고집한 이유는?
"철도청이 기관사로 근무하던 사람을 전혀 상관없는 부서로 보낸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복직은 원직으로 돌아가서 일해야 경험을 살려 잘 근무할수 있을 것 아닌가? 무엇보다 원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은, 철도민주화투쟁의 결과라고 생각돼 후배 동지들께 감사한다."

-복직소식을 듣고 누가 제일 기뻐하던가?
"막내가 고등학교 다니는데, 이쪽 지역이 연구원들이 많이 살아 아빠 직업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식당 한다는 소리가 싫었나보다. 복직하게 됐다고 하니 딸아이가 뽀뽀를 해주면서 나도 이제 기관사 딸이네 하면서 좋아했다. 그동안 못난 남편 만나 마음 고생과 몸 고생을 한 아내에게 너무 감사한다."

-앞으로 각오가 있다면?
"파업투쟁 이후 철도민주화투쟁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 뿐이다. 철도의 근로조건과 노동환경을 개선하는데, 동지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여 부끄럽지 않은 동료와 선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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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청지역에서 노동분야와 사회분야 취재를 10여년동안해왔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빠른소식을 전할수 있는게기가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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