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공부에 빠진 호주 청년 '제프'

2007년 한국에서 우리말로 말 거는 호주 청년을 만나도 놀라지 마세요

등록 2006.12.08 19:26수정 2006.12.0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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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쓴 문장을 보여주는 제프씨 ⓒ 전민영

국내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의 수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관심을 두고 더 나아가 그 말을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온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혼자 힘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 있다면 어떨까요?

@BRI@태평양 건너에 있는 호주. 아직은 한류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이곳에도 누구 못지않은 노력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청년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호주에 온 외국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제프씨(Geoff William Hall, 33).


인터뷰하던 날에도 제프씨는 어김없이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유학생이 많긴 하지만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호주에서 어떤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게 된 걸까 하는 의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인사를 한국어로 해야 할까, 영어로 해야 할까 고민하는 찰나에 제프씨가 "안녕하세요"라고 익숙하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 한류 열풍이 일고 있는 아시아도 아닌 호주에서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많은 한국인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지만, 사실 내가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요. 다른 나라의 언어에 흥미가 있어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어는 표음 문자(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기호로 나타낸 문자)이고 알파벳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언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어요."

- 호주에서 한국어 정규 교육 기관을 찾기가 쉽지 않을 텐데 어떤 방법으로 공부했나요.
"내가 가르치는 한국 학생 중 한 명의 도움을 받습니다. 한국어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 학생은 한국인이고 내가 질문하는 어려운 내용에 답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장 구조를 배우면 그에 관한 여러 예문으로 연습하거나 개별적인 단어로 공부해요. 짧은 문장을 읽거나 내 발음을 들어보기도 하며, 매주 그동안 혼자 공부한 내용을 복습합니다."

- 한국어 말고도 다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한 적이 있나요. 서로 어떻게 다르다고 느꼈나요.
"독일어를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영어와 독일어는 소리가 약간 다르지만 알파벳을 사용하며 두 언어의 뿌리가 같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합니다. 하지만 한국어는 소리나 발음, 문법이 아주 다르기 때문에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특히 영어와는 아주 다른 문장 구조, 단어 순서, 문법 구조가 가장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 한국어를 공부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높임말 사용을 어려워합니다. 제프씨는 어땠나요.
"물론 배워야 할 점이 많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사용하는 말의 형식은 거의 같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또 누구에게 그 말을 사용해야 하는지 생각하면 높임말이 좀 더 익숙하게 느껴지더군요. 아직은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며 공부하고 있지만 한국어는 참 흥미롭고 도전해 볼 만한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제프씨는 내년쯤 한국에 올 계획이라고 합니다. 파란 눈의 호주인이 한국말로 말을 걸어와도 놀라지 말라는 얘기와 함께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그 나라를 알기 위한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한 가지 방법으로 외국인 친구들에게 간단한 인사 한 마디라도 가르쳐주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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