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터키 방문의 진정한 의미

기독교 내의 화해와 화합을 통한 종교간의 화합을 이루길 바라며

등록 2006.12.04 15:35수정 2006.12.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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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1일 까지 4일간 진행된 로마 교황의 역사적인 터키 방문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교황의 금번 터키 방문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초 교황의 터키 방문은 이스탄불에 위치한 그리스정교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이며 세계 총대주교인 바돌로메오 1세의 초청에 의해 계획 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터키 측의 이해와 동의가 없이는 바티칸의 수장인 교황을 이스탄불로 초청하는 것은 어렵다. 이에 터키 정부측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세자르 터키 대통령의 초청 형식으로 방문이 성사됐다.

지난 9월 독일의 한 대학에서 교황이 이슬람 선지자인 마호메트를 비하하는 비유와 발언을 하였다는 이유로 전 이슬람권의 반감을 산 적이 있다. 또 교황의 터키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 때문에 터키 방문에 적신호가 켜지기도 했다.

이슬람권은 물론 기독교권에서도 교황의 안전을 위해 터키 방문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터키의 수상 및 외무장관 등 정치권에서도 교황의 터키 방문을 원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나왔다. 결국 터키 수상과 외무장관은 교황의 터키 방문 때 면담 자리를 함께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이는 터키 내에서도 큰 정치 쟁점화가 됐다.

그러나 로마 교황청은 터키 일부 계층의 교황 방문 반대 데모에도 불구하고, "터키와 터키 국민에 대한 존경과 솔직한 우정을 보이기 위해" 교황의 터키 방문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터키의 타입 엘도안 수상은 일정을 조정해서 수도 앙카라에 도착하는 교황을 공항에서 영접하고 면담하겠다고 했다.

또 교황의 신변 경호를 위해 부시 미국 대통령 방문 때보다 더 많은 경찰 인력을 동원해 교황의 신변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그간의 긴장이 조금 완화되었고 다소간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첫날 앙카라 공항에서 터키 수상의 교황 영접은 국제적 영접 관례를 넘는 큰 배려였다. 또 공항에서 시내까지 교황이 지나가는 모든 주요 도로와 간선도로의 차량 및 일반인 통행은 금지됐다. 지나친 경호는 일반인들의 빈축을 살 정도였다.

교황 측의 태도 및 행보 역시 터키와 이슬람측의 이목과 여론을 의식한 배려와 절제로 일관됐다.


많은 관심을 모았던 역사적인 성소피아 사원에서 교황의 기도는 생략되었다. 대신 교황은 이슬람권에 대한 배려로 추가된 술탄아흐멧 성원을 방문하고 이슬람지도자의 안내로 이슬람식으로 묵상기도를 올렸다. 이는 전 이슬람권에 화해와 우정의 제스처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교황과 그리스정교 바돌로메오 1세 총대주교가 드린 미사는, 1054년 분쟁으로 갈라선 서방 기독교 양대 세력의 새로운 화해와 우정의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언론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을 정도로 작은 일 같이 취급되었던 교황의 아르메니아 정교 총대주교 교회 방문도 서방 기독교간의 화해와 화합의 측면에서 봤을 때 결코 작게 평가할 일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금번 교황의 방문은, 지난 9월 교황의 독일 발언 이후 격화되었던 이슬람과 기독교의 화해 분위기 조성에 좋은 영향을 줬다. 또 터키의 EU 가입에 부정적이었던 교황의 태도를 친 터키 쪽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옛날 콘스탄티노플이란 이름으로 모든 기독교의 본산이며 중심이었던 현재의 이스탄불에는 지금도 비잔틴 기독교의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는 그리스정교의 총대주교좌가 있다. 또 최초로 기독교를 공인하고 역사적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관되게 기독교를 지켜온 아르메니아정교, 시리아정교 등의 총대주교좌 및 본부 교회들이 이스탄불에서 뿌리를 이어가고 있다.

1천 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분열과 대립을 거듭해 왔던 로마 가톨릭과 정교와의 화해와 화합이 금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터키 방문을 통해 큰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 그것이 진정한 기독교의 정신인 용서와 화합을 이루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월간조선 해외 통신원 입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월간조선 해외 통신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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