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를 잡아먹는 중국 토종 자동차

[해외리포트] 중국자동차① - 싸구려 짝퉁 이미지 벗고 역수출까지

등록 2006.12.05 11:51수정 2006.12.0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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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루이자동차 판매장에서 전시되고 있는 'QQ'차와 '치윈'. 'QQ'차는 한국 마티즈의 짝퉁이라는 오명 속에서도 소형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치루이자동차 판매장에서 전시되고 있는 'QQ'차와 '치윈'. 'QQ'차는 한국 마티즈의 짝퉁이라는 오명 속에서도 소형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모종혁
@BRI@지난 11월 30일 중국 내륙 충칭(重慶)시의 홍진루(紅錦路). 자동차 판매전시장들이 몰려 있어 '치처제(汽車街)'라 불리는 이곳에 위치한 치루이(奇瑞)자동차 전시장을 찾았다. 오늘도 장차오인씨는 전시된 차량들의 내외관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판매 직원에게 이것저것을 묻고 있다.

그가 관심을 보이는 차량은 작년 출시된 배기량 1600cc의 소형차 '치윈(旗雲)'. 독일 BMW의 계열회사가 제공한 엔진과 최초속도가 시속 160km을 자랑하는 치윈의 가격은 6만6천 위안(약 800만 원). 동종 배기량의 외국 브랜드 차량보다 2만5천 위안(약 300만 원) 가까이 싼 가격이다.

장씨는 "지난 3일 동안 여러 브랜드의 판매 전시장을 두루 찾았지만 치윈이 가격 대비 성능에서 가장 우수한 차량"이라며 "4만 위안의 선금을 지불하고 나머지는 3년 거치의 분할 납부하여 '마이카 꿈'(汽車夢)을 이룰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토종 브랜드의 자동차는 잔고장이 많지만 가격이 워낙 싸서 실용성을 추구하는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중국발 자동차 혁명이 태동하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내 자동차 판매대수는 총 360만 대. 300만 대의 내수판매를 보인 일본을 제치고 내수 판매량 세계 2위 자리에 올라섰다.

같은 기간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의 판매량은 416만 대. 불과 50여만 대의 차이다. 판매량보다 주목되는 것은 증가율. 미국과 일본 자동차시장의 작년 동기대비 각각 3.5%, -1.2%로 제자리걸음을 한데 비해 중국 시장은 무려 27%나 판매량이 늘었다.

중국 자동차시장 변화
구 분단위20012002200320042005
생산대수만대235329444507571
증가율%13.432.935.214.112.6
내수판매만대238327439507575
생산능력만대5145826858321,039
완성차 수출 백만달러1992434067601,855
완성차 수입 백만달러1,7293,1655,1785,2995,101
자료원: 한국자동차공업협회
ⓒ 성주영
급팽창하는 시장과 더불어 중국 자동차 산업도 규모의 경제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 해 중국 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총 571만 대. 1079만 대를 생산한 세계 2위 일본에는 못 미치지만 독일에는 5만 대 차로 따라붙었다. 올해 중국내 생산량은 판매량과 더불어 7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어 독일을 넘어 세계 3위가 확실하다.

지난 4월 미국 의회에 제출된 보고서에는 "작년 300만 대 이상의 승용차가 중국에서 팔렸지만 100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아직' 3.4대에 불과하다"면서 "20세기 헨리 포드의 대량생산에 이에 따른 자동차 대중화 혁명이 한 세기 뒤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늑대를 잡아먹는 중국 토종 자동차

현재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들 가운데 가장 우수한 판매실적을 보이는 치루이의 대중 스포츠카 '펑윈Ⅱ'(風雲). 내년 미국시장 진출을 목표로 내놓은 야심작이다.
현재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들 가운데 가장 우수한 판매실적을 보이는 치루이의 대중 스포츠카 '펑윈Ⅱ'(風雲). 내년 미국시장 진출을 목표로 내놓은 야심작이다.모종혁
2001년 12월 중국이 WTO를 가입할 당시 중국 언론은 자동차시장에서 '늑대가 왔다(狼來了)'고 우려했다. 보유 기술 하나 없이 100여 개가 난립한 자동차 회사들,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연간 5%를 넘지 않은 자동차 생산량 증가.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중국 상무부 관리들조차 "중국 자동차 산업은 희망이 없다"고 공공연하게 타박하던 상황은 지금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2001년 54%라는 경이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던 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작년 22%로 떨어졌다. 유럽 브랜드가 잃어버린 시장을 접수한 것은 치루이, 지리(吉利), 하페이(哈飛), 화천(華晨), 리판(力帆) 같은 중국 토종 회사들과 한국 자동차.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들의 눈부신 약진은 지난 달 18일 개막되어 27일에 끝난 '2006 베이징국제모터쇼에서 잘 보여주었다. 40여 개의 중국과 외국 자동차 업체가 참가한 베이징모터쇼에 출품된 자동차 모델은 모두 572개. 그중 중국 토종 브랜드의 모델은 190여 개로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베이징모터쇼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한 제1관에 전면 배치되어 전시된 중국 토종 자동차 회사들의 모델들은 뛰어난 성능과 유려한 디자인으로 보는 이를 놀라게 했고 하이브리드카 등 미래형 자동차까지 선보였다. 이번 베이징모터쇼는 그야말로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들이 더 이상 싸구려 짝퉁차만 만드는 삼류 업체가 아니라는 선언 무대와 같았다.

역전된 수출입량에 미국·일본 시장까지 진출

중국인들의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는 브랜드 명을 사용하는 화천자동차 '중화준제'. 지난 9월 영국업체와 유럽으로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모델이다.
중국인들의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는 브랜드 명을 사용하는 화천자동차 '중화준제'. 지난 9월 영국업체와 유럽으로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모델이다.모종혁
기자와 함께 모터쇼를 찾은 진전(金眞, 여, 변호사)은 "외국업체의 플랫폼을 가져다 개발했다고 하지만 상하이자동차의 '롱웨이'(榮威)나 화천(華晨)자동차의 '중화준제'(中華駿捷)는 당장 중형차 시장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린(齊麟, 대학교수)은 "띠이(第一)자동차의 고급세단 'HQ3'은 4.3리터 가솔린 엔진에 육중하면서도 유려한 디자인, 각종 첨단 성능을 갖춰 외국 브랜드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면서 "중국의 대표적인 독자 브랜드인 '홍치'(紅旗)의 전통을 이어나간 눈부신 쾌거"라고 말했다.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유학한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WTO 가입후 중국 토종 자동차가 장족의 발전을 하여 환골탈태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은 대외무역 분야에서도 잘 나타난다. 작년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17만2천여 대로 전년 대비 120%나 급증했다. 이에 비해 수입량은 16만1천여 대로 사상 처음 중국 자동차 수출대수가 수입을 앞질렀다.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자동차 수출액수는 해마다 2배씩 증가하는데 반해 수입액수는 지난 3년간 정체되어 있다.

이에 외국 언론들은 GM과 포드 등 외국 브랜드 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 조립하는 차량들이 해외로 역수출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들이 동남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과 유럽시장에서 높은 판매 실적을 보이는 것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중국 토종 자동차는 내년에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일본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중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띠이자동차의 'HQ3'. 1960년대부터 소량 생산되어 왔던 중국 독자의 브랜드인 '홍치'를 이은 고급 세단이다.
중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띠이자동차의 'HQ3'. 1960년대부터 소량 생산되어 왔던 중국 독자의 브랜드인 '홍치'를 이은 고급 세단이다.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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