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고장률 77.1%에 가짜 부품까지
'짝퉁' 중국자동차의 위험한 세계질주

[해외리포트] 중국자동차③ - 세계시장 제패 발목잡는 중국차의 위험요소

등록 2006.12.07 10:43수정 2006.12.07 11:50
0
원고료로 응원
회사 로고는 쌍용자동차를, 차량 외관은 쌍용차 및 일본·독일차를 복합적으로 모방한 쑤앙환(雙環)자동차의 CEO.
회사 로고는 쌍용자동차를, 차량 외관은 쌍용차 및 일본·독일차를 복합적으로 모방한 쑤앙환(雙環)자동차의 CEO.모종혁
지난 11월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동펑(東風)자동차가 내년부터 독자 개발한 승용차를 일본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산 자동차로는 처음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동펑자동차는 중국 자동차업계의 3위 업체.

동펑이 일본에 수출할 차량은 배기량 2000~3000cc의 스포츠카로, 동급 일본 자동차에 비해 1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공급된다. 수출 모델의 엔진은 일본 미쓰비시 제품을 사용했으나 나머지 부품은 모두 동펑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23일에는 미국의 자동차 수입 판매사인 비저너리 비이클가 업계 2위의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업체들의 생산 차량을 미국으로 수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회사의 맬컴 브리클린 회장은 중국을 직접 방문해 내년부터 2만 달러(약 1900만 원) 안팎의 세단과 SUV 등을 미국 시장에 출시할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난징(南京)자동차가 중국 자동차업체로는 처음으로 미국에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08년부터 승용차를 현지에서 생산, 판매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일본차 밀어내고 소형차로 세계시장 공략

중국 자동차기업의 해외진출 현황 (2005년 현재)
회사명내용
奇瑞(치루이)汽車23개국에 완성차 수출 혹은 공장 설립 예정
吉利(지리)汽車중동과 멕시코에 승용차 수출중
長城(창청)汽車러시아에 합자회사를 설립하여 연간 25,000대의 SUV 생산중
中興(중씽)汽車북아프리카, 남미, 러시아에 공장 4~5개 건설 추진중
長鈴(창링)汽車유럽지역에 ‘랜드윈드’(Landwind) 브랜드로 SUV를 수출중
자료원: 한국무역협회
ⓒ 오마이뉴스 성주영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 2~3년 중소업체들이 개발도상국 시장을 위주로 진출하던 양상에서 독자 모델로 무장한 메이저회사들까지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미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는 일정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가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몇 안 되는 해외 시장인 중동의 시리아. 하지만 이곳에서도 중국 자동차는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의류도매업을 하는 하삼씨는 반 년 전 그동안 몰아왔던 한국차를 중국차로 바꿨다. 그는 이유를 "한국차 1대 값이면 중국차 두 대를 살 수 있을 만큼 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때 한국 자동차의 판매 딜러를 하던 알사예드 알리씨도 지금은 중국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알리씨는 "중국차가 한국차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2007년에 중국차는 시장 점유율 1위가 될 것을 100% 장담한다"고 말했다.


@BRI@중남미 석유 강국인 베네수엘라 시장에서도 중국 자동차의 도전은 거세다. 치루이(奇瑞)자동차가 수출하는 'QQ'는 소형차 부문에서 판매 성장률 1위를 구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전역에 대리점을 확장한 치루이는 여타 외국 자동차 회사들의 동급 차량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국민 소득이 4천 달러를 갓 넘는 베네수엘라의 소비자들은 차를 구매하는 데 있어 가격을 중시한다"며 "중국차가 소형차 부문에서 시장을 장악했던 미국과 일본 차를 밀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반 세기 일본과 한국의 선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자동차 회사들도 소형차로 먼저 세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적지 않은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10년 이내 신흥시장과 유럽에서 일정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중국 자동차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낮은 품질과 디자인 도용, 가짜 부품 등의 문제다.

신차 고장률 77.1%에 가짜 부품 난무

중국 광저우세관이 적발한 벤츠 및 토요다자동차의 가짜부품. 중국 자동차 부품생산 회사들은 가짜부품의 수출에까지 나서고 있다(출처: 중국 광저우세관 홈페이지).
중국 광저우세관이 적발한 벤츠 및 토요다자동차의 가짜부품. 중국 자동차 부품생산 회사들은 가짜부품의 수출에까지 나서고 있다(출처: 중국 광저우세관 홈페이지).
지난 11월 14일 중국품질협회와 전국소비자위원회는 2006년 자동차소비자 만족지수를 발표했다. 중국 브랜드의 자동차를 구매한 지 6개월 이내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새 차 평균 고장률이 77.1%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는 16개의 자동차 회사의 34개의 모델을 평가했는데, 조종과 제동기기 고장이 57.8%로 가장 높았고 에어컨 및 환기 시스템은 43%, 조종설비는 41.8%의 고장률이 발생했다.

중국 자동차로는 최초로 지난해 유럽에 진출한 창링(長鈴)자동차의 '랜드윈드'도 독일 자동차 충돌 시험에서 역사상 최악의 점수를 기록하며 유럽 언론들과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조소를 당했다. 이번에 중국 자동차의 미국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비저너리 비이클도 안전성을 문제 삼아 지리(吉利)자동차의 수입 계획을 철회했다.

중국은 올해 8월에서야 국제 규정의 신차충돌시험을 채택할 정도로 차량 안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밍산(尹明善) 리판(力帆)자동차 회장도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들이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진출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충돌시험과 환경규제를 통과해야 한다"고 밝힐 정도.

모조 및 가짜 부품도 중국산 자동차의 품질에 의문을 더하게 한다. 상하이 자베이창중(閘北場中) 자동차부품시장. 여기에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의 모조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기자가 한 부품가게에서 한국 자동차의 모조부품을 주문하자, 현지 부품상은 바로 창고 뒷편에서 해당 제품을 가져왔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합작한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라며 "모조품의 재료는 순정부품과 좀 다르긴 하지만 기능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김수겸 현대모비스 상하이법인 차장은 "모조품을 판매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첨단기술이 들어가는 엔진이나 티엠류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품에서 모조품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일에는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한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가 벤츠 및 도요타자동차의 가짜 부품을 아랍에미리트로 수출하려는 일이 일어났다. 광저우세관이 적발한 가짜 부품은 1276개, 35만 위안(약 4200만 원)의 소량이었지만, 중국의 가짜 자동차 부품이 해외로 수출까지 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백운태 현대모비스 상하이법인장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중국 회사들이 늘고 있어 소비자의 피해와 해당 기업의 이미지 훼손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놓고 디자인 도용... 간 큰 중국자동차업계

'중국판 소렌토'를 내걸고 있는 텐마자동차의 SUV카 '잉숑'.
'중국판 소렌토'를 내걸고 있는 텐마자동차의 SUV카 '잉숑'.모종혁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국 자동차의 디자인 도용도 관행화되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막을 내린 '2006 베이징국제모터쇼' 야외 부스에 등장한 텐마(天馬)자동차의 SUV카 '잉숑'(英雄). '영웅'이라는 멋진 모델명과 달리 이 자동차는 한국 기아자동차 '쏘렌토'의 외관을 그대로 본따왔다. 텐마자동차는 홍보용 시승기에 잉숑이 한국의 쏘렌토와 똑같은 '중국판 쏘렌토'라고 내놓고 선전했다.

황하이(黃海)자동차의 SUV카 '치셩'(旗勝)도 마찬가지다. 치셩의 전면부는 현대자동차의 신형 '산타페'와 거의 흡사하다. 2003년 치루이자동차가 GM대우의 '마티즈'를 도용한 'QQ'로 중국 소형차 시장에서 판매율 1위를 기록하자,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너도나도 표절에 나선 것이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한국차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유명 자동차의 내외관을 닥치는 대로 도용하고 있다.

부품에서 완성차까지 중국 기업들은 짝퉁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중국정부는 규제나 단속을 뒷짐지고 있어 피해 대상의 외국 회사들은 속수무책이다. 완성차의 경우 해당 중국회사가 도용이 아니라고 우기면 민사소송에 들어가야 하는데, 긴 시간과 만만치 않은 비용이 소모된다. 거대한 중국 곳곳에 널려 있는 가짜 부품 생산공장을 찾는 일도 일개 기업으로는 버거운 일이다.

사정이 이토록 심각하지만 중국은 외국정부나 국제기관의 비판도 못들은 척 하거나 일부 시정하는 생색만 내고 있다. 짝퉁 중국 자동차의 시장 질주에 브레이크가 없는 셈이다.

현대자동차의 싼타페를 모방한 황하이자동차의 '치셩'.
현대자동차의 싼타페를 모방한 황하이자동차의 '치셩'.모종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