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국제결혼 광고물 부끄럽지 않나요"

6일 충남 홍성군 이주여성한글학당 참가자들 불법국제결혼광고물 철거 나서

등록 2006.12.06 18:28수정 2006.12.0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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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제결혼 불법 광고물 철거에 나선 이주여성들

국제결혼 불법 광고물 철거에 나선 이주여성들 ⓒ 안서순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베트남 며느리 착해요."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여성과 단기간 결혼성사."


여성을 상품화하며 특정국가의 여성을 모욕하는 내용이 담긴 불법 국제결혼 광고물이 "행복추구권에 방해가 된다"며 한글학당에서 한글을 배우는 필리핀, 베트남, 중국 이주여성들이 직접 철거에 나섰다. 충남 홍성YMCA,와 홍성이주민센터, 이주여성한글학당 참가자들이 '매매혼을 부추키는 불법광고물' 철거를 결의했다.

6일 홍성YMCA의 정순희 간사는 "여성을 상품화하고 인생에 있어 중대한 결정을 하는 결혼을 싸구려 물건 팔아치우듯 선전하며 매매혼을 부추기는 국제결혼정보업체의 반인권적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이주여성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철거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주여성한글학당 참가자들은 '매매혼 부추기는 국제결혼 정보업체의 불법광고 현수막 철거운동에 들어가며'라는 성명서를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국제결혼을 선택한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서 온 이주여성들은 우리주변 버젓이 걸려있는 불법현수막으로 인해 인격과 명예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시집왔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돈에 팔려온 여자'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러한 일은 단지 농촌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혼기를 놓친 채 한국여성을 배우자로 맞을 수 없었던 농촌 남성들까지 한꺼번에 모독하는 행위다"며 "우리의 인격을 길거리에서 상품으로 내거는 반인권적인 국제결혼정보업체의 광고물에 대해 인간다운 권리를 가지고 우리는 철거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BRI@이주여성한글학당 참가자 등은 7일 홍성군청 앞 광장에서 '반인권적 국제결혼정보업체 현수막 컷팅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홍성읍내와 광천, 금마, 홍동면 등 농촌지역까지 내걸려되어 있는 '불법국제결혼현수막'을 눈에 보이는 대로 뜯어낸다는 계획이다.

이주여성들은 "한글을 배우기 전까지는 그런 '현수막'에 어떤 글이 써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 뜻을 알고 나니 이웃과 마을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다"며 얼굴을 붉혔다.

2년 전 나란히 충남 홍성지역 농촌총각에게 시집온 베트남 출신의 항(21)과 투옹(22)씨는 "베트남 며느리 참 착해요, 베트남 여자 단기성사 등이 써있는 현수막을 볼 때마다 당장에 칼로 끈을 잘라버리고 싶다"며 분개했다.


'국제결혼정보업체의 불법 현수막 철거'는 10여년 전 충남 홍성의 농촌총각에게 시집을 와 홍성YMCA한글학당에서 한글을 깨우친 마이린(30.필리핀), 에드라린(40.필리핀), 멜로디(30.필리핀)씨 등의 주도로 이뤄지게 됐다.
첨부파일 베트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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