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웰빙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시인 신경림, 6일 동국대에서 강연

등록 2006.12.09 12:49수정 2006.12.1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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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선생 ⓒ 신인철

"시는 웰빙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6일 오전11시 동국대학교에서 시인 신경림(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선생의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국어국문학과에서 주최한 이 날 강연회는 학생들의 질문에 선생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BRI@- 선생의 시는 민족, 민중의 당대 현실을 잘 반영하고 형상화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민중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시론이 있는데 선생의 시가 민중에게 어떤 도움을 줬는지 시의 현실적 가치에 대해 듣고 싶다.

"시를 가지고 민중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틀림없이 했고, 내 시가 어떻게든 민중의 삶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일 뿐이고, 요즘엔 '과연 시라는 것이 그렇게 목적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든다.

목적을 가지고 쓴 시라도 그 시 정신의 밀도가 있다면 좋은 시가 되겠지만 대체로 시라는 것은 목적이 있을 수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시가 현실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을 때, 그 시는 시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민중의 삶에 힘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 민중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한다면 또한 그 정신에 밀도가 있다면 시인이 의도하지 않든 의도하든 민중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시작(詩作)을 할 때, 기교에 치중하고 대중의 인기를 위해 상업적인 시를 지으며 혹은 상금을 타기 위해 시를 쓰는 일부 현대 시인들에 대한 선생의 의견을 듣고 싶다.

"상금을 타기위해 시 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시를 써놓고 상금 타기를 바라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많은 작가들이 노벨상 타려고 스웨덴 근처에서 왔다갔다 한다고 소문이 났는데(웃음) 상은 써 놓고 나서 타는 거지 노벨상 타기 위해 쓰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기교에 치우친다는 것, 또 대중의 인기를 위한 시는 허영심이나 욕심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대중이 좋아하면 다 좋은 것, 즉 독자가 많으면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독자에게 영합하는 시인이 있다면 오래 못 갈거 같다. 연애시가 가장 인기 있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연애시를 쓰는데 요즘 나에게도 그런 부탁이 들어왔지만 난 거절했다. 그런 시는 문학사에서 다 없어지고 만다. 정말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를 가지고 하는 연애의 과정 속에서 저절로 나오는 감정을 시로 썼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또한 달라지는 것이다."

-시가 자본주의 논리에 존속되면 결과적으로 시적 심정을 잃게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자본주의라는 체계가 시하고 참 안 맞는 것은 틀림없다. 왜냐하면 시라는 것은 비효율적인 것이고, 또 돈을 못 벌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직접 우리 삶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 하고는 어긋나는 것 같지만 사실 시라는 것이 요즘처럼 필요한 때가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가 너무 성급하게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 시가 성급한 태도를 좀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웰빙에 대한 가능성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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