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발 작동, 8인치 바퀴... 이런 자전거도 있네

[현장] 지름신 내린다는 제4회 서울 자전거 전시회

등록 2006.12.09 19:44수정 2006.12.0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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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1층 전경.
전시장 1층 전경.김대홍

@BRI@"지름신 내린다는데, 조심해야 할텐데…."

제4회 서울 자전거 전시회(Seoul Bike Show, 12.8-10) 공지가 뜨자, 자전거 동호회 커뮤니티는 술렁거렸다. '보고 싶다'는 의견과 함께 '지름신 강림'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그러나 걱정 없다. 지금껏 지름신이 내린 적은 한 번도 없으니. 폐차된 자전거를 '땜질'해서 타고 다니는 것으로 만족하니, 감히 어느 자전거가 내 눈을 유혹할까 싶었다.

개장 첫날인 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를 찾았다. 전시장 바깥에서부터 이미 눈이 동그래진다. 팸플릿에서만 보던 귀한 자전거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방문객들이 타고온 자전거. 100만원대, 200만원대 자전거들이 즐비하다. 각종 액세서리가 달려있고, 네비게이션이 달린 자전거도 있다.

이 때 누군가 옆에서 기웃거린다. "너 뭐 하니? 전시장 안 들어가고." "어머니, 여기도 좋은 자전거 무척 많아요. 야, 신기하다." 비싼 자전거를 보면 '침' 삼키다가 시침 '뚝' 떼고 슬그머니 전시장엘 들어갔다.

[즐겁다]다양한 자전거 타보고 경품까지

전시회는 1층만 쓰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엔 1층과 3층으로 2개층을 쓴다. 출입구는 3층. 이동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설렌다. 앞에서 먼저 올라가는 사람들의 볼멘 소리가 들린다. "무슨 자전거 파는 전시회에서 돈을 받아. 지난해엔 안 그랬는데."


그랬다. 지난해 무료였던 전시회가 올핸 1천원짜리 유료 전시회로 바뀌었다.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어쨌든 유료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오늘만큼은 '거금' 1천원을 거리낌없이 쏠 생각이다.

들뜬 마음으로 3층 입구에 들어섰다. 양쪽 입구에 늘어선 수많은 자전거들. 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복도 이곳 저곳을 자전거 탄 사람들이 누빈다. 접이식 자전거로 유명한 '스트라이다', 묘기용 BMX 자전거, 8인치의 아주 바퀴 작은 자전거까지(일반 생활용 자전거 바퀴는 26인치) 다양하다.


<font color=a77a2>[왼쪽] 이런 복고풍 디자인이 오히려 눈길을 끌기도 한다. <font color=a77a2>[오른쪽] 자전거에 체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 무체인 자전거가 등장했다. 이 자전거의 발명은 한 아이의 손가락 절단이 계기가 됐단다.
[왼쪽] 이런 복고풍 디자인이 오히려 눈길을 끌기도 한다. [오른쪽] 자전거에 체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 무체인 자전거가 등장했다. 이 자전거의 발명은 한 아이의 손가락 절단이 계기가 됐단다.김대홍
3층 입구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삼천리자전거 부스. 지난해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 뒤로 자전거 부품 분야 점유율이 가장 높은 일본 시마노사와 미국 자전거인 스페셜라이즈드, 엘파마 같은 자전거들이 보인다.

MTB(산악용 자전거), 시티바이크(도시 생활용 자전거), 미니벨로(20인치 이하 작은 자전거), 리컴번트(누워서 타는 자전거)가 섞여 있다.

아무래도 눈이 가는 것은 깜찍한 미니벨로다. 근육질 역도 선수를 연상시키는 MTB와 달리 미니벨로는 여자 체조 선수를 연상케 한다. 색깔도 무척 예쁘다. 작은 체구에 맞게 화사한 색깔 자전거들이 많다. 미니벨로라고 해도 모양은 천차만별이다.

어느 부스든지 미니벨로 앞에 사람들이 가장 많다. 사람들 심리는 비슷한 모양이다. 휴대를 간편하게 하기 위해 바퀴는 더 줄이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체인휠(Chain wheel)의 톱니바퀴수를 높인 게 각 부스별 미니벨로의 특징이었다.

MTB 전시장엔 서스펜션(충격완화장치) 체험장이 마련돼 있었다. 직접 두 팔로 서스펜션을 밀면서 충격완화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 3층 체험장은 크게 자전거 시승과 서스펜션 체험, 게임장으로 나눠진다.

3층 매장에서 가장 눈길이 간 곳은 제일 안쪽 부스였다. 여기선 자전거와 유모차가 합쳐진 세 바퀴 자전거와 미술품같은 모양의 덴마크 자전거가 전시돼 있었다. 은근히 곱게 멋을 낸 자전거가 눈길을 끌었다. 이 부스에서 '푸마자전거'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 곳 주위가 자전거 시승장이다. 약 MTB, BMX, 미니벨로 등 50여대 자전거가 전시돼 있다.

유모차 자전거. 중요한 것은 아이와 부모가 마음놓고 함께 탈 수 있는 환경이 아닐까.
유모차 자전거. 중요한 것은 아이와 부모가 마음놓고 함께 탈 수 있는 환경이 아닐까.김대홍
8인치 자전거에 시승했다. 가느다란 몸통에 작은 바퀴. 과연 잘 나갈까. 생각보다 훨씬 잘 나갔다. 체인휠(Chain wheel)의 톱니수가 무려 62개이기 때문(성인용 일반 자전거가 보통 48개 안팎). 페달을 한 번 저을 때마다 뒷바퀴가 5.17번 회전하기 때문에 바퀴 크기에 비해 속도가 잘 나가게 만들어졌다.

단, 바퀴가 작기 때문에 조그만 충격에도 민감하다. 보는 것과 타는 것은 다르다. 손해볼 것 없으니 관심가는 자전거는 타보는 게 좋다. 시승장외에도 각 부스에서 시승용 자전거를 운행하고 있으니, 확인 후 타보기 바란다.

몇몇 자전거 부스에선 경품 행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게임을 한 뒤 액세서리를 주는가 하면 자전거를 내건 곳도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일확천금'을 노려봤지만 행운은 빗나갔다. 경품 타기에 실패한 사람들의 넋두리가 들려왔다. "000는 응모권을 수십장씩 넣더라구. 나도 그랬어야 했는데."

외발 작동·무페달·무체인 자전거도

휠세트.
휠세트.김대홍
주 전시관은 1층이라고 할 수 있다. 40개가 넘는 부스가 1층에 몰려 있다.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자전거들을 살펴보자. 허리를 보호해주는 자전거가 있다. 장애인용이다. 팔만으로 움직이는 자전거도 있다. 역시 장애인용이다. 대만 수입품이란다. 두 발을 편하게 움직이는 장치, 보호자가 밀 수 있는 봉 등 세심한 배려가 보인다.

앞 바퀴에 페달이 달린 리컴번트형 세 발 자전거도 있다. 미니벨로 중엔 접이식이 많다. 아무래도 미니벨로의 강점 중 하나가 휴대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니벨로 제품 앞엔 무게와 접이시간 등이 적혀 있다. 접이시간은 대부분 10초대였으며 가장 낮은 무게 제품은 5.5kg이었다.

그렇다면 접은 뒤엔 어떻게 할까. 한 팔로 드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수레처럼 미는 자전거도 있다. 가방에 넣는 방법도 있다. 눈길을 끈 제품은 끈이 달린 자전거. 접은 뒤 끈을 어깨에 메면 된다.

'자전거 페달은 두 발로 함께 젓는다'는 상식을 깨트린 제품도 눈에 띄었다. 버튼 조작에 의해 왼발 또는 오른발만으로 저을 수 있었다. 두 발로도 움직일 수 있는 기능성 제품. 부스에 있던 업체 관계자는 "미국에서 재활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이 떨어진다"고 했더니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며 순순히 인정했다.

또한 한 발로 땅을 박차고 달리는 무페달 자전거, 체인이 없는 자전거도 눈길을 끌었다.

[아쉽다] 내년엔 어떤 자전거 나오지? 몰라

삼륜자전거.
삼륜자전거.김대홍
2시간 가량 전시장을 둘러봤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 했던가. 한국 최고의 자전거 전시회란 이름에 비해 몇 가지가 아쉽다.

우선 우리나라 자전거가 없다. 삼천리자전거와 코렉스 게열사인 '엘파마'가 선을 보였지만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로부터 "서울 자전거 전시회가 외국 자전거들의 경연장이 돼 버렸다"는 볼멘 소리를 들었다.

무엇보다 내년 동향을 알 수 없었다. 매년 말 열리는 서울 자전거는 다음해 자전거 경향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리다. 최소한 주제관 정도가 만들어져 올해 흐름과 내년 전망을 보여줬어야 한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제품이 강세'라는 주최 측의 말과는 달리 그런 흔적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내년도 경향은 절대로 알 도리가 없다"는 한 동호회원의 말이 빈 말이 아니다.

또한 신품 자전거를 별도 분류하는 세심한 배려가 아쉬웠다. 대부분 부스에서 신품 자전거와 이전 자전거의 차이는 일일이 묻고서야 알 수 있었다. 2007년 출시 제품을 별도 구분해서 보여줬다면 관객들이 보다 손쉽게 내년 제품을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각 부스가 색깔없이 뒤섞인 것도 아쉬운 점이다. 모든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도 있지만, 미니벨로나 MTB, 리컴번트 또는 부품만 판매하는 곳이 적지 않다. 비슷한 회사끼리 묶어서 부스를 만들었다면 전체 색깔이 잘 드러난다. 또한 관람하기도 편하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42개 업체에 비해 60개 업체 참가로 규모가 많이 커졌다. 그에 맞게 내용이 좀더 풍부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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