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하다보면 마음까지 정리가 되지요.이승숙
우리 집 애들은 엄마가 없을 때는 간단하게 먹고 싶은 것을 해 먹을 수 있을 만큼 실력들이 있었는데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주방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애들은 학교 다니느라 주방에 들어올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애들은 음식 만드는 그 생생한 즐거움을 더 이상 즐기지를 못했다.
최근 수능 시험을 끝내고 딸아이는 오랜만에 실컷 여유로운 시간을 누리고 있다. 이 시간들이 지나면 또 언제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딸애에게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마음먹었다.
어저께 낮엔 같이 장을 보러 갔다. 멸치볶음 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했기 때문에 멸치를 사러 갔다. 멸치도 크기에 따라서 용도가 다 다르다. 그래서 적당한 굵기의 멸치 고르는 법부터 가르쳤다.
“멸치는 있지, 요 정도 크기 멸치가 제일 맛있어. 너무 잘아도 맛이 없어.”
“아, 그렇구나. 난 잘면 더 맛있는 건 줄 알았는데... 너무 잘아도 맛이 없는 거구나.”
“그럼. 뭐든지 다 그렇잖아. 너무 커도 안 좋고 또 작아도 안 좋은 거야. 적당한 게 제일 좋은 거지.”
우리 둘은 나란히 팔짱을 낀 채 장을 봤다.
관심과 애정이 요리의 기본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본격적인 요리 강습이 시작되었다.
“멸치볶음은 말야, 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멸치를 볶다가 물엿과 진간장을 넣고 뒤적여 주는 거야. 마지막으로 통깨를 좀 뿌려주면 요리 끝이야.”
“그렇게만 하면 돼요?”
“그럼. 음식 만드는 거 별로 안 어려워. 음식은 간만 맞으면 다 맛있어. 간만 잘 맞추면 돼. 그리고 물엿을 너무 많이 넣으면 딱딱하게 되니까 적당하게 넣어야 돼.”
“그 적당하게가 어느 정돈데요? 어머니는 그냥 척하면 다 되지만 나는 안 되잖아요.”
“그게 그냥 되니? 다 세월이 말해주는 거지. 엄마도 처음에는 요리 전혀 못 했어. 김치 담으면 반도 못 먹고 버리는 게 일수였는데 뭐. 그런데 자꾸 하다 보면 요령이 생겨. 요리는 말이야 관심과 애정이야. 내가 만든 음식을 누가 맛있게 먹어주면 기분 참 좋잖아. 너도 그렇지? 그러니까 요리는 사랑인 거야.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사람을 생각하면서 만들면 맛있게 돼.”
멸치볶음이 잘 되었는지 맛을 보던 딸이 그랬다.
“어머니, 맛 좀 보세요. 이 정도면 되는 거예요?”
“음... 맛있네. 물엿 조금만 더 넣을까? 너 단 거 좋아하잖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통깨 좀 넣어주고 뒤적여 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