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환자들, 알고보니 인권 없는 빈민 생활

국가인권위, 정신병원 입원환자 실태조사 발표

등록 2006.12.13 14:13수정 2006.12.1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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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종행

병동 청소·환자 이동시 보조·쓰레기 수거 등 하루 13시간 근무, 별도 샤워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용변부터 세탁, 흡연까지 해결, 10여년간 외출 및 외박 불가….

정신병동에 입원중인 환자들의 생활 실태가 공개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위원장 안경환)는 지난 3월부터 7개월간 부산에 있는 의료법인 A병원과 B시립정신질환자요양병원을 직권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두 병원의 전 대표인 오아무개씨에 대해 ▲환자 입원시 정신과전문의 진단 없이 입원 ▲행려환자 152명에 대한 입원전환시 정신과 전문의 진단 누락 ▲입원 환자에 대한 계속입원심사 청구를 누락한 채 계속 입원 등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오씨는 A병원의 이사장이자 B시립병원과 C병원의 대표를 맡아오다 비리 의혹 등으로 현재 대표직에서 물러나 그의 부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BRI@인권위는 1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병원의 시설 및 인력기준 미준수, 환자 입·퇴원 및 계속입원 과정의 정신보건법 위반, 작업치료 명목의 과도한 노동력 착취 등 인간으로서 존엄과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환자들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의료인수 부족 등 일부 문제점에 대해서만 관할구청에 행정처분하고, 환자들의 인권침해 사항과 조사 대상 병원의 재산 및 운영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며 보건복지부장관과 부산광역시장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어줄 것을 권고했다.

환자 위한 작업치료, 알고보니 병원 노역


인권위가 지난해 10월 B시립병원의 한 환자로부터 진정을 받아 조사한 결과, A병원 환자(600명) 중 140명, B시립병원 환자(331명) 중 총 187명이 입원동의서에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 없었고, 아예 입원동의서가 없는 사례도 105건(A병원 77건, B시립병원 28건)으로 나타났다.

연고가 없는 행려환자의 경우 152명(A병원 87명, B시립병원 65명)이 정신과 전문의 진단 없이 입원동의서가 발급돼, 전체 환자(191명)의 79.6%를 차지했다. 노숙인 등 행려환자의 153명(A병원 88명, B시립병원 65명)이 보호의무자(각 시·군·구청장)의 동의없이 입원 처리되기도 했다.


오씨가 대표로 있는 병원들간에 환자를 임의대로 입원시켜 진료비를 부당청구한 사례도 적발됐다. A병원의 경우, 한 병동을 C병원(오씨의 개인병원)과 전세 계약해 2003년부터 3년간 총 6억6천만원 가량의 병원비를 환자들에게 청구했다. A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서류상으로 C병원 입원환자인 것처럼 변경해서 진료비를 부당 청구한 것이다.

오씨는 '작업치료' 명목으로 A병원과 B시립병원 환자들 중 일부를 자신의 개인병원에서 24시간 숙식시키면서 노동력을 착취하기도 했다. A병원 환자 4명과 B시립병원 환자 3명은 C병원에서 환자 도우미로 일하거나, 병동청소, 식사운반, 목욕보조, 쓰레기·세탁물 수거 등 하루 13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의 보수는 월 20만원∼80만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됐다. 또한 이들의 진료기록에는 애초 입원했던 A병원, B시립병원에서는 퇴원한 것으로 되었지만 해당 병원은 계속해서 진료비를 부당 청구하고 있었다.

이들 이외에 작업치료비로 월 10만원 가량이 환자들에게 지급됐지만, 이마저도 보건복지부의 관련 지침을 어긴 채 개인 계좌로 지급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작업치료 명목으로 강제노역이나 노동력 착취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 작업치료 범위와 시행방법, 작업의 종류, 일일 최대 허용시간 등을 규정하는 정신보건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환자-쌀밥에 소고기 반찬, 기초생활수급환자-떡라면

건강보험환자와 의료급여 대상 환자간의 차별 대우도 심각했다. 정부로부터 한 달에 90만원 정도의 의료급여환자(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식사 질, 병실 당 입원환자 수, 진료 정도 및 프로그램, 격리·강박규칙 내용 등에서 건강보험환자에 비해 현저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었다.

현장 조사를 다녀온 정상훈 침해구제팀 조사관은 "보험환자들이 소고기 반찬에 쌀밥을 먹고 있는 동안 의료급여환자들은 떡라면을 먹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보험환자들은 병동청소 등 급여환자들이 수행하는 작업치료 대상자도 아니었다.

이 외에도 환자들은 가족이나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10년간 한 번도 외출이나 외박이 불허됐고, 남녀 화장실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 용변 및 목욕하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된 채 생활하고 있었다. 별도 샤워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용변, 빨래, 흡연 등을 모두 처리해야만 했다.

정 조사관은 "정신병자 보호시설이 전반적으로 열악한 상태였다"며 "정부 지원금을 환자들의 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한 곳이 아닌 오씨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지출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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