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경품계 '신의 손'을 만나다

[인터뷰] 경품에 파묻혀 사는 류미씨

등록 2006.12.15 10:39수정 2006.12.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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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류미씨

류미씨 ⓒ 이정원

"경품응모에서 자주 당첨되다보니 경품계의 '신의 손'이라 불리기도 해요. 이제는 경품을 너무 많이 받아서 주위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니까요." 살며시 미소를 지어보이는 대전시 서구 월평동의 류미(27)씨.


지난 2일과 3일, 경품 응모에 일가견이 있다는 류씨를 만났다. 류씨는 경품응모를 시작한지 2년여 만에 생산지가 조선인민주의공화국이라 표기된 탄산수(1박스)를 비롯해 많은 경품을 받았다. 최근 1년간 당첨된 경품들만 따져도 그야말로 각양각색. 류씨 집은 50만원 상당의 세탁기부터 최신 DVD플레이어, 공기청정기, 커피포트, 모자와 액세서리, 티셔츠, 구두까지 경품 응모에서 당첨돼 받은 제품들로 가득했다.

@BRI@그러나 지금처럼 류씨에게 항상 행운이 따라준 것만은 아니다. 류씨는 한때 이른바 '투잡족'이었다. 카드회사에 근무하던 류씨는 알뜰하게 모은 돈으로 한몫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보세 전문 옷가게를 열었다. 옷 가게 매출은 증가했지만 무리한 투잡으로 건강이 나빠졌다. 결국 류씨는 카드회사를 그만두고 옷 가게에 전념했다.

그러나 문을 연지 2년이 돼가자 가게 운영이 점차 힘들어져 류씨는 옷 가게를 처분했다. "일자리가 없어지니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다른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도 건강이 나빠져서 한동안은 쉴 수밖에 없었고요." 그래도 부모님에게 바로 손을 벌릴 수는 없었다고 한다. "가게가 한창 잘 나갈 때 모은 돈으로 한동안 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자꾸 돈은 나가기만 하고 들어오지 않으니까 불안하더라고요. 뭘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류씨는 통장에 남은 돈 중 450만원을 투자해 '한번만 더 운을 기대해볼까'하는 심정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도 시작한지 5개월 만에 손해만 보고 접어야 했다.

결국 부모님을 찾아가 500만원을 빌렸다. "부모님에게 돈을 빌리러 갔을 때는 정말 제 자신이 초라하고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자상하신 부모님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저는 정말 태어난 것조차 후회되더라고요. 부모님한테 짐만 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부모님께 빌린 돈으로 뭘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눈에 뜨인 것이 경품사이트였어요. 돈도 벌지 못하고 하는 일도 없는 상황에서, 공짜라고 해서 시작했죠."


경품에 응모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경품에서는 이렇게 행운이 따르는데 그동안 내가 했던 가게들은 왜 실패했지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한 결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경품 하나 응모하는 데에도 이벤트를 여는 업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몇 시간 동안 꼼꼼히 살펴보고 그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자료 조사도 하지요. 그런데 이전엔 노력 없이 돈만 투자해서 행운을 바란 것이지요."

지금은 가끔씩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고 있는 류씨는 조만간 열 새 가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고 한다. "이제는 행운을 꿈꾸지 않아요. 노력해서 얻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이번에 가게를 여는 데도, 그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어요. 철저히 조사해서 가능성 있는 것으로 가게를 시작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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