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겐 야성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서평] 데이비드 쾀멘 <야생에 살다>

등록 2006.12.14 15:31수정 2006.12.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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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 살다>
<야생에 살다>푸른숲
<야생에 살다>의 저자인 데이비드 쾀멘은 미국의 몬태나 주에 살고 있다. 몬태나는 미국의 서북쪽 구석에 위치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글레이셔 국립공원이 있는 곳이고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자연을 비교적 많이 접할수 있는 곳이다.

이 얘기를 거꾸로 표현하면 그만큼 미국사회의 주류와 문명에서 떨어져 있는 곳이라는 의미가 된다.


<야생에 살다>의 표현을 빌리자면 '멋진 레스토랑도 서점도 교향악단도 없고, 데스밸리와 북극점 사이의 딱 중간에 위치한 곳'이다. 사람들이 데이비드 쾀멘에게 '왜 몬태나에 사느냐?'라고 물으면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송어 때문이죠"

데이비드 쾀멘은 자연생태저술가로 유명한 인물이다. 전 세계의 오지를 돌아다니면서 야생상태의 자연과 원주민, 희귀동물을 관찰하고 그것을 글로 써서 밥을 벌어먹고 산다. 때문에 데이비드 쾀멘은 세계의 많은 오지를 돌아다녔다.

오스트레일리아 남쪽의 태즈메이니아 섬, 오세아니아의 아루 제도, 갈라파고스 군도, 루마니아의 카르파티아 산맥, 인도 서쪽의 카티아와르 반도 등이 바로 그런 곳이다. 데이비드 쾀멘의 표현에 의하면 충분히 먹고 살 만큼 넉넉한 보수도 받고 있다. 모험과 여행,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데이비드 쾀멘이 쓴 다른 두 권의 책도 예전에 국내에 소개되었다. <도도의 노래>와 <신의 괴물>이 그것이다. 데이비드 쾀멘은 <도도의 노래>에서 인간이 멸종시킨 새 '도도'를 중심으로 섬의 생태학과 생물지리학을 자세하면서도 재미있게 소개했다. 그리고 <신의 괴물>에서는 인간을 잡아먹을 능력이 있는 거대한 포식동물들, 호랑이, 악어, 곰, 사자의 생태와 삶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고찰했다. 데이비드 쾀멘은 이런 수필과 평론으로 수많은 상을 받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BRI@데이비드 쾀멘은 1948년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숲과 진흙탕에서 도롱뇽과 뱀, 거북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미식축구와 프로야구에 빠져있을 동안에 그는 야생의 숲을 헤집고 다녔던 것이다. 데이비드 쾀멘은 고등학교 졸업 후 예일과 옥스포드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나서는 새로운 삶을 찾아 무작정 차를 몰고 서쪽으로 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바로 몬태나다.

데이비드 쾀멘이 쓴 글에서는 자연과 야생, 동물에 대한 애정이 넘쳐난다. 그리고 그가 쓴 많은 글은 생물학이나 환경학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데이비드 쾀멘은 자연을 좋아하는 탐험가이자 대단한 문장가이기도 하다. 이것은 모두 독특한 그의 이력에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야생에 살다>는 데이비드 쾀멘이 여러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 책은 강, 도시, 산, 가슴의 4개의 범주로 나뉘어 있다. 오지를 찾아다닌 생태저술가 답게 이 책의 많은 무대 또한 야생상태의 자연이다. 데이비드 쾀멘은 남미의 푸탈레우푸 강에서 카약을 타고, 옐로스톤 고원에서 눈사태를 체험하고, 태즈메이니아 섬 황야에서 혼자 야영을 한다.

그리고 도시에서 살고 있는 동물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고찰한다. 신시내티 동물원의 백호, 로스엔젤레스 시 곳곳에서 살고 있는 코요테, 도시에 널려있는 비둘기와 도보에 하얗게 깔려있는 나방의 유충들 까지.

데이비드 쾀멘은 미사일 발사기지에 앉아서 군인들과 대화하고, 퓨마 사냥꾼들과 함께 둘러앉아서 퓨마 고기를 먹고, 텔레마크 스키를 배우면서 여러 차례 눈 속에 얼굴을 처박는다. 이 책에 실린 24편의 수필에는 다양한 무대를 배경으로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야생상태의 자연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데이비드 쾀멘은 푸탈레우푸 강에 건설되는 댐을 반대하고, 동물원의 부정적 기능을 이야기하고,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강요되는 부의 집중과 자연 파괴를 고발한다.

또 한편으로는 인간의 삶과 데이비드 쾀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있다. 자신이 어떻게 해서 몬태나로 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 쉽지 않았던 몬태나 적응기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바다생물 '따개비'의 모습과 다윈의 삶을 생각하고, 부모님의 사랑과 함께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태양이 머무는 곳, 아치스>로 유명한 작가 '에드 애비'와의 추억도 되돌아보고 있다. 데이비드 쾀멘은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개발의 명목으로 산을 뚫고 새만금 갯벌을 없애버리는 이 시대에, 데이비드 쾀멘이 던지는 메시지는 꽤나 자극적이고 신선하다. 데이비드 쾀멘은 우리에게 더 이상 자연을 파괴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지구를 더 이상 추하게 만들지 말자고 말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인간에게는 거대하고 두렵고 살인적인 야성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직관에 어긋날지 모르지만, 담담하게 우리를 죽일 능력이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자연 속의 야수와 장소와 힘을 보전할 필요가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모든 피조물의 정점에 서 있는 무적의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서. 이러한 무시무시한 존재들은 우리자신의 위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이비드 쾀멘 지음 / 이충호 옮김. 푸른숲 펴냄.

덧붙이는 글 데이비드 쾀멘 지음 / 이충호 옮김. 푸른숲 펴냄.

야생에 살다 - 길들여지지 않은 삶에 대하여

데이비드 쾀멘 지음, 이충호 옮김,
푸른숲,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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