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을지로1가 국가인권위에서 안경환 위원장이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친 '북한인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이하 인권위)가 북한 인권에 관한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 보수 세력이 인권위 폐지를 주장하자 인권 관계자들은 "인권위의 존립 이유를 모르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학계·법조계·인권 활동가 등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인권위가 북한 인권만을 다뤄야 하는 기구냐"며 "인권위의 우선 과제는 국내 인권 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인권위 폐지론'에 대해 "근시안적이고 당파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애초 인권위의 존립 이유를 모르는 무지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전문가는 "인권위가 북한 인권을 다루기 위해서는 폐지보다는 되레 기관을 확장해 북한에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BRI@인권위는 지난 11일 "대한민국 정부가 실효적 관할권을 행사하기 힘든 북한지역의 인권침해는 조사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고 발표하자 보수 언론은 이에 대한 총공세를 시작했다.
<조선일보>(13일자)는 '인권위가 공식 사망한 날'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인권위가 한민족의 처절한 문제인 북한 동포 문제에 손댈 수 없다면 숨이 끊어진 기관"이라고 일갈했고, <동아일보>도 같은날 사설을 통해 "인권위의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정부와 인권위가 북에 무슨 약점을 잡혔기에 이토록 저자세로 일관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 주민을 위해서나, 과중한 세금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생각해서 인권위를 아예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 폐지 법률안' 제출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인권위 폐지? 논평할 가치도 없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인권위 폐지론을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 교수는 "인권위 건립에 동의하고 상임위원까지 추천했는데, 이제 와서 마음에 안 든다고 국가기구를 폐지할 수 있느냐"며 "인권위는 인권 분야를 지원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으로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대한민국 영토에 북한을 포함시킨다는 헌법 3조가 다수의 의견이긴 하지만, 헌법학계에는 북한을 '적국'이 아닌 교류와 협력의 대상, 별도의 국가로 보는 의견이 존재한다"며 "헌법재판소도 경우에 따라 북한을 이중적으로 취급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인권위의 입장은 존중할만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예산과 조사인원 등이 한정된 인권위가 북한 인권을 섣불리 건드려서는 안 된다"며 "북한 인권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인권위를 10배 정도 키워서 대대적으로 달려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인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 인권 조사에 방해만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는 "인권위의 우선 과제는 실정법 안에서 국내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민주화됐다고 하지만, 생활 속의 인권침해 사례의 개선을 위해 (인권위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 아직도 많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인권위가 북한 인권을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정법에 맞게 접근하겠다고 밝힌 것"이라며 "북한 인권과 관련한 정책을 통일부에 권고하고, 통일부는 이를 받아들여 남북장관급회담 등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전제로 정책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