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을 기부하며 사회적인 칭송까지 받는다면...

[서평] 전진문의 <경주 최 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을 읽고서

등록 2006.12.16 11:21수정 2006.12.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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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불우이웃돕기에 나선다. 사회적으로 그늘진 곳이나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쾌척한다. 그 가운데에는 굵직한 기업과 그 기업의 총수들도 있다. 그들은 일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을 헌납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토록 많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서도 때때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기업과 총수들이 더러 있다. 기업 경영이 투명하지 못하거나 부의 축적과 분배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전진문이 쓴 <경주 최 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은 그야말로 참된 부자 상을 제시해 준다. 더군다나 '부자 3대를 못 간다'는 속담이 있는데도, 그 집안은 300년 동안 부를 이어갔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칭송까지 받은 그야말로 모범적인 부자 상을 제시해 준다.

"내가 최씨 집안의 내력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들이 어떻게 부의 터전을 일구었고, 그처럼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할 수 있었으며 마지막으로는 그 부를 어떤 계기로 어떻게 처분하여 마감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프롤로그)

그 최 부잣집이란 최초로 최씨 가문을 일으킨 정무공 최진립 장군과 그의 아들 최동량으로부터 시작해, 처음으로 만석꾼의 기틀을 마련한 최국선, 최의기, 최승렬, 최종률, 최언경, 최기영, 최세린, 최만희, 최현식, 그리고 마지막 10대 후손인 최준에 이르기까지 300년 역사의 가문을 일컫는다.

@BRI@최진립 장군은 임진왜란 때에 화공(火攻)과 토굴을 만들어서 왜군을 무찌른 인물이다. 그야말로 혁혁한 공을 세웠는데, 그 때문에 조정의 견제를 받았고, 급기야 귀양살이까지 가야 했다.

그 뒤 병자호란을 맞이해 69세의 노구를 이끌고 적군과 싸우다 순직했는데, 그 때문인지 평소 자식들에게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마라"는 유훈(遺訓)을 남겼다. 그것이 최씨 가문의 첫 번째 가훈(家訓)으로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진사는 하되 벼슬은 하지 말도록 한 것은 당시의 정치적 구조를 경험한 최진립이 뼈아픈 교훈으로, 벼슬을 하면 욕심의 끝이 없어 권력에 맛을 들이게 되고, 결국에는 권력 다툼에 휘말리게 되어 권력 구조가 바뀌면 철저히 보복당해 가문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40쪽)

최진립 장군의 죽음과 더불어 그 가계는 셋째 아들인 최동량으로 이어진다. 그는 당대의 저명한 선비들을 찾아다니며 아버지의 행장과 묘비문, 그리고 실록을 만들었다. 이른바 '기업 이념의 정립'을 세우려 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배운 여러 농법과 기술 보급에 힘썼고, 병작제를 도입하여 수확물의 절반을 노비들에게 나눠줬다. 이는 노비들도 하여금 일할 의욕을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


그 다음 대는 최국선이 잇게 되는데, 그때에 비로소 만석꾼 부자로 우뚝 서게 된다. 그만큼 그는 몸에 밴 근검절약 정신과 사랑으로 노비들을 대하는 후덕한 마음을 지녔다. 그렇다고 아끼는 데만 몰입하지 않았고 오히려 베푸는 삶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가훈이 이른바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기업에서도 기업의 이익률을 이를테면 '5퍼센트를 넘지 말라'고 정해 놓고 그 이상의 이익은 기업에 재투자하고 종업원들에게 돌려준다면 지역 사회와 국가 발전을 위해 되돌려 준다면 우선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이익이 적지만 기업 내부 및 외부 구성원들의 만족이 높아져 신뢰감이 쌓이고 안정되어 장기적으로는 높은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116쪽)

그 뒤 최의기 때에는 "재산은 만 석 이상 하지 마라", 최종률에 이르러서는 "며느리들은 시집 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그리고 최언경의 아들 최기영에 이르러서는 집터를 오늘날의 교동으로 옮김과 동시에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는 가훈까지 만들어 냈다. 그 뒤 최세린, 최만희, 최현식에 이어 10대인 최준에 이르러서 그 부자의 막을 내렸다.

최준이 그 부자의 막을 내린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재산을 흥청망청 탕진했거나 다른 사업에 투자하다 돈을 날려버린 이유였을까? 아니다. 오히려 그는 신돌석과 같은 의병들과 백범 김구 같은 항일독립투사들을 위해 군자금까지 대줄 정도였다. 그뿐만 아니라 광복 직후에는 모든 재산을 바쳐 대학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것이 부자의 막을 내리게 된 참된 이유였다.

요즘같이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데에 사회적으로 기부하는 이들이 들불처럼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만 헐벗고 굶주린 자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더욱이 그 일을 하는 데에 이 땅의 부자들이 많이 참여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이 그토록 아름다운 일을 하면서 사회적인 칭송까지 받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참된 부자를 꿈꾸는 자들이 있다면, 거액을 기부하며 사회적인 칭송까지 받고 싶은 자들이 있다면 이 책에 들어 있는 최 부잣집 가훈의 6가지 내용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이른바 그 내용은 바른 경영철학을 세우는, 그리고 그 정신을 이 땅에 구현해 내는 참된 지침서인 까닭이다.

경주 최 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 - 10대를 이어온 명가 경주 최 부자의 모든 것

전진문 지음,
민음인,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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