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은 사회복지사를 만나다

[인터뷰] 강원도 화천에서 장애인과 생활하는 정한나씨

등록 2006.12.18 18:59수정 2006.12.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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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초 강원도 화천 용담교회에서 만난 정한나(25)씨는 "춘천에 있는 큰 병원으로 급히 나가봐야 한다"고 했다. 사회복지 시설의 생활자(이곳에서는 정신지체 장애인을 생활자라고 부른다) 1명이 갑자기 당뇨에 의한 합병증 증세를 보인 것.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멀지만 큰 병원이 있는 춘천에 나가야해요. 화천엔 생활자분들이 아플 때마다 마땅히 진료 받을 병원이 없거든요."


정씨가 일하고 있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살고 있는 용담교회에는 20명 정도 되는 정신지체 장애인들도 생활하고 있다. 12년 전인 1994년에 교회를 세운 정씨의 아버지(용담교회 목자이자 원장이다)는 교회에서 지역복지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품고 정신지체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BRI@"처음에는 동네 주변에서 가족이 없거나 잘 곳이 마땅치 않은 사람들을 재워주던 것이 사람들이 점차 불어나면서 지금의 사회복지 시설로 변모하게 됐어요. 이렇게 규모가 커질 줄은 상상도 못했죠. 어렸을 때는 아버지께서 이 일을 하는 것이 저와는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도 모르게, 이 모습들을 보고 자라면서 마음이 달라졌죠. 아버지께서 특별히 강요하신 것은 아닌데 사회복지를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대학교 전공도 사회복지로 정했어요."

정씨가 일하는 사회복지시설에는 사회복지사인 정씨 외에도 정씨의 부모님과 두 분의 집사, 간사 1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상 차리는 게 그야말로 전쟁이에요. 저희들 식사를 빼고도 20인분의 식사를 더 챙겨야 하니까 쉴 틈이 없죠. 장 보는 일도, 식단 만드는 일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어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만능을 원해요. 슈퍼맨 같아야 하죠. 행정이면 행정, 운전이면 운전, 식사면 식사. 여기서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생활프로그램도 일일이 짜야 하고 사람들의 욕구는 각각 다른데, 그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사회복지사는 한정되어 있어요.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분들이 다 그렇겠지만요." 정씨의 푸념 섞인 한마디다.


사회복지사로서 정씨가 하는 일들이 쉽지만은 않다. 정씨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도 하고 그 때문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아직 내가 이 일을 하기에는 어린 게 아닌가 하는. 얼마 전 모금활동을 하러 음식점에 간적이 있었는데 취지나 상황 등은 들어보지도 않고 제 인상착의만 보시고는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그 다음에 저희 뒤로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 입고 오신 분들이 저희와 같은 부탁을 할 때에는 흔쾌히 들어주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는 '이 일이 열정과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구나, 때로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도 중요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그분들처럼 말끔하게 입고 나이도 있어 보이고 하면 그런 무시를 당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아쉽더라고요. 전 사회복지사로서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이런 경험들이 좋은 자극제로 쓰일 것이라 믿어요. 제가 우리 시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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