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 씨대궁이 눈 속에 꼿꼿하게 서 있네요.이승숙
눈이 와서 길도 안 좋은 데다가 찾는 사람이 많아서 그랬는지 택시가 한참 만에 왔다. 늦은 밤 시간에 택시를 부른 내가 궁금했는지 기사가 물어 온다.
"어디 갔다 오시꺄?"
기사는 강화 본토박이인지 강화도 사투리를 구사한다.
"예, 서울 나갔다가 오는 길이에요. 서울은 길이 아무렇지도 않던데 강화는 도저히 안 되겠던데요. 운전하다간 큰 일 내겠다 싶어서 차를 세워뒀지요."
"그렇지요? 서울이나 큰 도시는 눈 오면 그냥 둡니까? 그냥 뒀다간 시민들 원성을 바가지로 들을 텐데…. 눈 오면 바로 바로 염화칼슘 뿌리고 제설작업 해버리죠. 집에 가시면 강화군청 홈페이지 들어가서 글 좀 남겨 주세요. 서울과 김포는 길에 제설작업 했던데 왜 강화는 안 하냐고 글 좀 올려 주세요."
바야흐로 인터넷 시대인지라 사람들은 신문고 두드리듯이 불만 사항을 게시판에 올려 버린다. 그러면 즉각적인 반응이 오고 시정이 된다. 택시 기사도 그런 사실을 아는지 내게 그런 부탁을 한다.
눈 덮인 고갯길에 모래 좀 뿌려 주세요
택시 기사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시골 길은 산을 넘는 고갯길도 많은데 그런 곳에는 바로 제설 작업을 해줘야 한다. 모래를 뿌려주거나 아니면 불도저를 동원해서 눈을 밀어 줘야 한다. 평지에서도 미끄러운데 하물며 고갯길이야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그런데 모래를 뿌렸거나 눈을 민 흔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운전하는 데엔 도사인 택시 기사마저도 언덕을 넘을 때엔 벌벌 기면서 운전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하우고개'를 넘으면서 보니까 버스 한 대가 길을 벗어나서 처박혀 있었다. 다행히 산 쪽이라서 길 밑으로 굴러 떨어지지는 않았다. 만약 반대 차선이었다면 언덕 아래로 굴렀을 텐데, 그러면 대형 사고가 날 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