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 야쿠르트'가 나홀로 노인을 살펴드립니다

독거 노인에게 야쿠르트를 배달하며 밤새 안부를 묻는다

등록 2006.12.21 13:57수정 2006.12.21 14:21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가 근무하는 송파구 거여 2동은 뉴타운이다. 신도시 개발이다 재건축이다 하여 부동산관련 보도에서 늘 빠지지 않는 동네이다. 이런 여파로 5~6평 짜리 무허가 주택의 땅 한평이 4000만원이 넘게 거래된다고들 한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 하게 이곳에는 아직도 연탄을 연료로 하는 가구가 100가구가 넘을 정도로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많이 거주한다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12월 초. 독거노인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가 잔뜩 걱정스런 얼굴로 "날씨는 추워 지고 독거노인은 많고 바빠서 날마다 안부를 살필 수가 없어 걱정"이라고 한다. 얘기인즉 우리동 독거노인 70명 대부분이 생활이 어렵고, 지병이 있어 매일 매일 밤새 안녕하신지 안부를 물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BRI@나홀로 사시는 노인들의 밤새 안녕하신지에 대한 안부 살피는 문제를 놓고 궁리하던 끝에 사회복지사 김진영씨가 야쿠르트 배달하는 여사님들을 활용해 보자는 제안을 한다. 내용인 즉 70명 독거노인께 야쿠르트를 배달시키며 배달하시는 여사님들이 안부를 살펴서 이상이 있을 시 119에 신고하거나 동사무소에 알려 달라고 하자는 것이다.

좋은 생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사업명은 '안심야쿠르트 배달'로 결정을 보았다. 바로 야쿠르트 거여동 지점에 연락하여 이런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지 확인했더니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며 1인당 월 3900원의 야쿠르트 값을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70명이니까 한달에 약 26만7000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확보된 예산은 없고 독지가를 찾기로 하고 며칠을 고심하던 차에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주민 한분의 방문을 받고 담소를 하던 중 이런 어려운 사정을 얘기했더니 기꺼이 자기가 맡겠다고 하며 당일로 6개월치 70인분 야쿠르트 값 164만원을 입금시켜왔으며, 6개월 후에 다시 입금시키겠다고 한다. 이분은 재활용품 수집(고물상)처리업을 하여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하며 이름은 밝히지 말아 줄 것을 당부한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a 안심 야쿠르트 배달에 앞서 배달하시는 여사님들과 지점장등이 모여 사전 교육실시

안심 야쿠르트 배달에 앞서 배달하시는 여사님들과 지점장등이 모여 사전 교육실시 ⓒ 양동정

당일로 야쿠르트 대리점 사장님과 계약을 하고, 배달하시는 분들께 혼자사시는 노인분들 명단을 나누어 드리고 배달하면서 살펴야 할 부분과 조치요령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송파구 거여2동의 '독거노인 살피기 안심야쿠르트'는 2006년 12월 18일부터 배달을 시작하게 되었다.


a 72세의 거동이 불편하신 우동옥 할머니를 방문하여 안심야쿠르트 배달 취지를 설명하자 고맙다는 말을 연신하신다.

72세의 거동이 불편하신 우동옥 할머니를 방문하여 안심야쿠르트 배달 취지를 설명하자 고맙다는 말을 연신하신다. ⓒ 양동정

배달이 시작되고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당뇨합병증과 파킨슨씨병으로 거동을 못하는 우동옥(72)할머니를 찾아가 안부를 물었더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렇게 도움만 받아서 어째사쓸까?" 하시며 도와 주신 분들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연발하신다. "자다가 새벽에 못깨어나도 야쿠르트 아줌마가 연락해 줄 것이라니 마음이 편하다"고 하신다.

a 따뜻한 겨울을 나시도록 각계에서 보내주신 연탄.

따뜻한 겨울을 나시도록 각계에서 보내주신 연탄. ⓒ 양동정

몇억씩의 정당하지 못한 돈을 챙기고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우기는 분들과 한달에 단돈 3900원의 도움받고 그렇게도 감사해 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세상이 왜이리 공평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내실있게 펼쳐지도록 관리를 되어야 할 것이며 여러곳으로 확산되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