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의사 온천이라구요?

부모님과 함께 찾은 겨울 온천 여행

등록 2006.12.29 09:36수정 2007.01.0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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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에 오셔서 모처럼 활기를 찾으신 아버지
온천에 오셔서 모처럼 활기를 찾으신 아버지김혜원
"오늘 날씨 여간 아니다. 베란다에 내 놓은 김칫독 얼어 터지겠어. 날씨 탓인가 몸살이 오려는지 등줄기에서 찬바람이 부내."
"이렇게 추운 날엔 온천에 가서 푹 담그고 오면 좋을 텐데. 언제 니들 바쁘지 않으면 온천 한번 가자."

@BRI@서울의 최저 기온이 영하 8도를 기록하던 지난 12월 28일. 추운 날씨 때문인지 몸이 찌뿌듯하시다는 부모님을 모시고 집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스파그린랜드 온천을 찾았습니다.


매서운 바람 때문인지 바깥의 체감온도는 영하 15도를 넘는다지만 온천 안으로 들어가니 한 여름처럼 수영복을 입고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계절감을 잊게 해줍니다.

"와아 신난다. 할아버지 할머니 수영해요."

두터운 외투와 털모자, 털장갑을 벗고 수영복을 입은 주석이 녀석, 좀 전에 추워서 웅크리던 모습은 간데없고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났습니다.

손자 주석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엄마
손자 주석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엄마김혜원
"그래 가자. 뜨끈한 물에서 노니까 좋다. 뭉친 근육들이 풀어지는 것 같아."
"그래요. 아주 좋네. 엄동설한에 뜨건 물이 펑펑 나오니 참 온천이 좋긴 좋네. 니 아버지가 좋아하시니 나도 좋다."

치매치료 약을 드시기 시작하시면서 아버지의 활동량은 눈에 띠게 줄었습니다. 식사량에 비해 활동량이 너무 줄어든 것이 아닌지 걱정했었는데 온천에 오니 알려드리지 않아도 여기 저기 찾아다니시며 물안마도 받으시고 손자를 데리고 수영도 하시는 등 예전의 활기를 되찾은 듯 보여 엄마도 마음이 놓이시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온천이라도 체감온도가 영하15도라는데 수영복 바람으로 바깥을 돌아다니다는사람이 있을까 하겠지만 뜨거운 온천물 덕분인지 영하의 바람이 부는 노천온천 역시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아버지도 어느새 주석이를 안고 노천탕으로 향하고 계십니다.

"애고 감기 걸려요. 아이하고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그 추운 데를 나가요?"


엄마의 잔소리도 아랑곳 하지 않으시는 아버지. 결국 우리까지 함께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괜찮아. 당신도 이리와 봐. 물이 따끈해서 오히려 바람이 시원해. 너도 와 봐라. 춥지 않아. 아주 좋아."

체감 온도는 영하15도. 두한 족열을 맛볼수 있는 겨울 노천탕 .
체감 온도는 영하15도. 두한 족열을 맛볼수 있는 겨울 노천탕 .김혜원
엄마와 함께 아버지를 따라 노천탕으로 나가니 수온과 외기의 차이 때문에 생긴 엄청난 양의 수증기 때문에 앞이 안 보일정도 입니다. 수영모자를 쓰지 않아서 인지 노천에 나가자마자 젖어 있던 머리칼이 얼어 서걱 서걱 소리를 내지만 색다른 경험이 즐거우신지 아버지와 주석이는 물에서 나올 줄을 모릅니다.

"어으허~ 시원허다~ 주석아 시원하지? 아주 좋지?"
"네, 할아버지. 할아버지도 좋아요?"
"그럼 좋지, 좋구 말구."

이 온천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역시 신기한 닥터 피시 온천탕입니다. 안내 문구를 보니 닥터 피시라는 물고기는 터키와 중국에서 서식하는데 35도 이상 온수에서 살며 사람의 피부의 각질을 먹어 피부의 재생을 도와준다고 합니다. 아버지도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터키의 유명한 닥터 피시 온천을 기억해 내시고 관심을 보이십니다.

35도이상 수온에 살며 사람 피부의 각질을 먹는다는 닥터피쉬
35도이상 수온에 살며 사람 피부의 각질을 먹는다는 닥터피쉬김혜원
"주석아 저 물고기 좀 봐. 저 물고기가 의사선생님이래. 할아버지랑 의사물고기 만나러 갈래?"
"싫어요. 물고기가 물면 아프잖아요."
"싫으면 그만 둬라. 할머니랑 갈란다."

1회 25분씩 따로 요금을 내고 이용하는 닥터 피시탕은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해서 그런지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물에 몸을 담그자마자 몸 위에 있는 각질을 먹기 위해 새까맣게 몰려드는 고기들의 모습이 신기하신지 아버지와 엄마는 감탄사를 연발하십니다.

"아이구, 나한테 고기가 제일 많이 왔네. 이것 좀 봐. 내가 먹을 게 많은 모양이야. 아주 바글바글하네. 고것 참 신기하다. 따끔하기도 하고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찌릿찌릿하기도 하고… 허허허."

"그러게요. 무슨 물고기가 뜨거운 물에서 산데요? 물고기들이 사람보고 도망도 안가고 이렇게 모여들어서 먹겠다고 야단이니 살다 살다 이런 건 처음 보네. 아이구 정말 신기하고도 재미있네."

발에 몰려든 닥터피쉬를 신기하게 바라보시는 엄마와 아버지
발에 몰려든 닥터피쉬를 신기하게 바라보시는 엄마와 아버지김혜원
영하 15도.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지만 뜨거운 물에 온천도 즐기고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물고기 닥터피시도 경험한 엄마와 아버지는 추위를 잊은 듯 손자와 함께 아이처럼 즐거워하십니다. 할아버지도 손자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몸과 함께 온천물처럼 따끈해 지는 것 같습니다.

망년회 송년회로 알코올과 피곤에 지쳤다면, 송구영신. 헌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깨끗한 몸으로 맞고 싶다면, 누군가와 온천물처럼 따끈한 사랑을 나누고 싶다면, 겨울이 가기 전에 부모님을 위해 주머니가 가벼운 효도를 하고 싶다면 가까운 온천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한겨울의 또 다른 낭만 온천에서 즐길 수 있답니다.

덧붙이는 글 | 문의 : 퇴촌 스파그린랜드 031-760-5700

덧붙이는 글 문의 : 퇴촌 스파그린랜드 031-76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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