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호 계약직 승무원 대표 이은진씨. 단식농성중인 그한테 물이 곧 '밥'이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확히 말해 김씨와 그의 동료들은 새마을호를 탔던 '전' 승무원들이다. 이들은 2007년이 되면서 한국철도공사(사장 이철)와 계약이 만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철도공사는 이들에게 ▲KTX 관광레저 정규직 ▲한국철도공사 역무계약직 등을 제안했지만 이들은 아무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0일 '철도공사의 외주위탁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그 자리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김씨를 포함해 이은진 승무원 대표 등 5명은 그날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단식을 하면서까지 철도공사의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철도공사는 자회사이긴 하지만 정규직 자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KTX 관광레저의 정규직 자리를 거부한 이유를 묻자 20여명의 승무원들은 취재진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말뿐인 정규직, 왜 거부했냐고요?"
이들은 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이냐, 간접 고용이냐에 따라 노동환경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겉모양만 KTX 관광레저의 '정규직'일 뿐, 새마을호 비정규직 승무원으로 있을 때보다 노동조건은 더 열악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철도청(전 철도공사) 시절, 매달 192시간 기본근무였지만, 실상 250시간 이상 일해야 했다"면서 "보건휴가는커녕 한 달에 한두 번 휴일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주 40시간과 법정 공휴일 12일을 빼 165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였고, 휴일 근로수당도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KTX 관광레저로 들어가면서 물품 판매를 해야 하는 것에도 불만을 터뜨렸다. 이은진 대표는 "물품 판매에 반발하니까 선택사항으로 돌렸는데, 옆의 동료가 판매 실적으로 돈을 더 많이 받으면 누가 물품 판매를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는 "판매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면, 승무원들은 고객서비스보다는 물품 판매에 더 열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KTX 관광레저로 가면 노동조합 활동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말이 정규직이지, 노예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자리를 함께 한 김혜경씨는 철도공사가 제안한 역무비정규직에 대해 "그 자리 또한 올해 7월 외주업체로 넘긴다고 밝혔다"며 "철도공사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만 연장될 뿐 고통은 똑같다"고 말했다.
반면 철도공사 측은 역무 비정규직이 7월 외주업체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김천환 한국철도공사 여객사업본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어느 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 공사의 계약직 전부를 위탁할 계획은 없다"며 "다수의 비정규직을 '무기한 계약직', 즉 정규직화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근무시간에 대해서도 "매달 174시간 기준으로 근무시간이 편성되지만, 하루치 법정 휴일 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노조 활동 여부 또한 "KTX 관광레저는 노사협의회를 운영중이고, 노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철도유통(구 홍익회)도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데 철도공사와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 사장님, 철도공사 가족이라고 하셨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