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아들은 세계평화보다 더 소중하답니다김혜원
결국 아들은 어미에게 더 이상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어미의 극성에 그만 포기한 줄 알았는데 이번엔 제 아빠를 물고 늘어졌던 모양입니다.
"물론 나도 좋지는 않지만 남자로서 해 볼만한 경험이야. 쿠웨이트라면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위험하지도 않고. 그리고 내가 알아보니 지원자가 엄청 많더라구. 수백 대 일을 뚫고 가는 거니 녀석 말처럼 가는 것도 쉽지 않아. 그러니 고집 센 놈 기 꺽지 말고 지원하도록 내버려 둬."
"그래서 해 줬어?"
"어, 별거 없더라구. 간단한 동의서만 팩스로 보냈지."
"으이구, 내가 못 살아. 한통속이 되어 가지고. 내일 당장 면회 가. 필시 무슨 답답한 일이 있는 거야. 내가 가서 달래볼래. 혹시 엄마가 자주 면회를 오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잖아."
다음날 아침. 텔레비전에서는 폭설이 예상된다는 일기예보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소한인 오늘(6일) 충남과 호남, 강원산간에는 내일까지 최고 15cm 정도의 많은 눈이 내리겠고요. 서울·경기와 강원·영서, 충북에도 오늘 하루 동안 2에서 5cm정도의 눈이 오겠습니다."
굵어진 눈이 어느새 도로 위에 쌓이기 시작하지만 아들 면회를 가겠다는 엄마의 발을 묶을 수는 없습니다. 눈길을 걱정하시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아들 면회를 가는 발걸음. 때로 눈앞이 안 보일 정도로 굵은 눈발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도로로 나온 차들이 적은 탓인지 예상했던 시간보다는 빨리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