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관료감시운동 이제 시작이죠"

[인터뷰] 변금선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간사 "6개월 동안 쌓인 자료는 2000페이지"

등록 2007.01.08 08:35수정 2007.01.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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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변금선 참여연대 간사.

변금선 참여연대 간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제부턴 제대로 관료 감시 운동을 할 생각이예요. 물론 쉽지 않겠지만요. 이번 보고서 내용도 계속 수정해 나갈 것이고, 그래서 주요 관료들의 경우 임용 때부터 시작해서 주요 부서에서의 활동과 퇴직이후 과정 등 관련 자료를 공개할 생각입니다."

변금선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간사(28)는 또박또박 답했다. "일단 큰 일을 벌여놓은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난 후였다.

변 간사가 속해있는 참여연대 투명사회팀은 작년 6월부터 6개월여동안 '경제관료 및 건설관료 재취업 실태'를 꾸준히 분석해왔다. 재정경제부를 비롯해 금융감독원·금융감독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 5개 부처와 건설교통부의 고위급 퇴직 공직자가 대상이었다.

이들 퇴직 경로를 정리한 최종 보고서가 최근에 나왔다. 변 간사는 대학생 인턴 등 6명과 함께 이번 보고서 작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는 지난 2005년에 참여연대와 인연을 맺은 아직은 새내기급의 간사다. 하지만, 이번 퇴직 경제관료의 재취업 실태를 조사하면서, 300여명에 가까운 인물들과 수천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냈다.

"재취업 합법화하는 취업제한제도, 이번에 입증"

@BRI@'힘들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그는 곧 "힘들었다"면서 "기초 자료를 조사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고…, 해당 경제부처에 자료공개 청구를 했지만 협조가 그리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부처에선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료 공개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모든 퇴직 관료의 재취업을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이번에 조사를 진행해 보니, 취업제한을 받은 고위 관료들이 업무 관련성이 짙은 기업이나 금융회사로 자리를 옮긴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금융감독 관료는 업무연관성 이유로 행정자치부로부터 취업 불승인을 받았다가, 유사한 다른 기업으로 재취업하기도 했다. 그는 이같은 사례를 들면서, "현행 취업제한제도는 사실상 관료의 재취업을 합법화해주는 등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보고서 조사 과정과 어려웠던 점, 앞으로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변 간사와 나눈 일문일답.

- 이번에 경제-건설관료 재취업실태를 조사했는데, 어떤 계기라도 있었나.
"별다른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부터 공직자 취업제한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 의식과 관련 논평 등은 (참여연대에서) 있었다. 또 작년에 크게 논란이 됐던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 의혹을 둘러싸고 전직 경제관료와 기업, 법무법인 등이 엮여있는 것을 보고 고민을 다시 하게됐다."

- 조사 분량이 꽤나 방대하던데, 얼마동안 어떻게 했나.
"작년 6월부터 기초자료 조사에 들어가서 11월까지 6개월 동안 조사했다. 저를 포함해 대학생 인턴 3명과 자원활동가 3명 등이 함께 고생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금융감독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 5개 부처와 건설교통부는 따로 건설관료로 떼서 조사를 진행했다. 그동안 모은 자료를 A4용지로 모아놓으면 약 2000페이지 정도 될 것 같다."

"금융정책 기획하던 분이 금융회사 취업하다니"

- 그동안 관료들의 퇴직후 취업 문제가 여론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번 조사가 과거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 솔직히 경제관료들의 업계 재취업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다. 해마다 국정감사때 이에 대해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개선이 되지 않았다. 관료들의 재취업 실태에 대한 심층 분석 자료도 없었다. 이번 조사도 그런 차원에서 진행됐고, 퇴직 전 관련업체로 취업이 제한되는 공직자에 조사를 한정했다."

- 경제관료지만 산업자원부나 정보통신부 등은 빠졌다.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특별한 이유는 없다. 기초 데이터는 이들 부서도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주요 경제정책과 집행, 감독기관을 주로 삼았다. 건설교통부의 경우는 작년부터 부동산 광풍 등으로 국민적 관심도 있고 해서, 별도로 조사를 했다. 앞으로 정통부와 산자부도 퇴직 관료를 조사할 예정이다."

- 보고서에 경제관료 80%, 건설관료 66%가 업계이익을 대변한다고 쓰고 있는데.
"그렇다. 조사해보니까 조사대상자 대부분이 취업제한 업체에 취업했다. 그동안 '모피아'라고 불린 재경부는 금융회사와 산하기관, 국책은행으로 대부분 재취업했다.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금감원 퇴직 관료는 70%가 금융회사로 갔다. 건설교통부 관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더 문제는 대부분 퇴직 후 2년 이내에 취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업무관련성이 있는 업체로는 2년 이내에 취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동안 참여연대에선 퇴직후 취업제한제도가 '사실상 관료의 재취업을 합법화하면서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포장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입증됐다고 생각한다."

- 정부 관료의 퇴직자가 일반 사기업체로 가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수 없지 않나.
"물론이다. 모든 퇴직 관료의 재취업을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분들도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고, 후에 전문성을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진행해보니, 취업제한을 받은 고위 관료들이 업무 관련성이 짙은 기업이나 금융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금감원 출신 한 공직자는 시중은행 감사로 가려다가 윤리위원회로부터 처음에 취업 불승인을 받았다. 그러다가 몇개월 안 돼 증권 쪽으로 돌려서 취업했다. 그 분은 금감원에서 금융정책 전반을 기획, 조정했던 역할을 했던 사람이었다. 은행이나 증권사의 구분이 필요없었다."

"관료감시 사이트 만들어 정보 공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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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번에 조사하면서 힘들지 않았나. 관련 기관에서 자료를 쉽게 공개했나.
"힘들었다. 기초 자료를 조사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고 해당 경제부처에 자료공개 청구를 했지만, 협조가 그리 쉽지 않았다. 금감원의 경우는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개인 비밀 보호에 걸린다고 하면서 전체적인 현황만 보내왔다. 그런데, 행정자치부의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선 똑같은 자료를 공개했다.

이밖에 국정자료 제출 자료를 비롯해서 해당 인물에 대한 각 언론기사 검색부터, 인물 검색 등을 했는데, 약간씩 다른 경우도 많아 이를 확인하는데 애를 먹었다."

- 이번 보고서에서 보완할 부분도 있지 않나.
"물론이다. 이번 보고서는 말 그대로 재취업 실태를 조사한 것이다. 국민의 시선으로 봤을때, '아, 이런 일을 했던 사람이 이런 회사로 갔구나'는 하는 정도다. 그 분들이 퇴직 이후에 실제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좀더 깊게는 주요 경제 정책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일이 필요하다."

- 현행 법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이번 보고서를 통해 관료의 재취업 문제를 다시 제대로 논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현행 공직자윤리법이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공직자 스스로 업무수행의 공정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업체로 취업하지 않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 참여연대 간사로 생활한지는 얼마나 됐나.
"지난 2005년 2월에 들어왔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빈곤정책을 전공했다. 유학을 가려다가 마침 참여연대에서 신입 간사를 뽑는다고 해서 지원했는데, 지금까지 오게 됐다. 대학원 때 참여연대 회원으로 가입해서, 이런 저런 내용들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 앞으로의 계획은.
"오는 4월 정도에 별도의 관료감시 사이트를 열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주요 관료들의 경우 임용 때부터 시작해서 주요 부서에서의 활동과 퇴직이후 과정까지 등 관련 자료를 공개할 것이다. 현재 관련 자료들을 모아서 작업을 하고 있고, 이번에 공개된 자료들도 앞으로 계속 보완, 업데이트를 해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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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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