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통신수단이 랑데부하는 곳, 황령산 봉수대

부산포를 지키던 해안초소의 중심

등록 2007.01.10 11:35수정 2007.01.1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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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에는 1거, 적이 나타나면 2거, 국경에 접근하면 3거, 국경을 침범하면 4거, 접전하면 5거를 올려라.

낮에는 짐승 똥을 이용하여 연기를 피워 올렸고, 밤이 되면 횃불을 올려 서울의 목멱산(남산)에 까지 위급한 상황을 알렸던 최첨단 통신수단. 부산의 해안가에서 경북, 충청 내륙을 지나 임금님이 계신 서울까지 내달렸던 불땀들의 향연. 봉수대는 우리 민족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최첨단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봉수대 입구
봉수대 입구김대갑

황령산은 그 이름이 먼저 특이하다. 거칠 황자를 쓴다. 산이 거칠어서 황령산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가만히 그 연원을 따져보면 답이 하나 나온다. 예전에 이곳은 거칠산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던 곳이라고 한다. 황량한 벌판이 끝도 없이 펼쳐져서 거칠산국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왜 하필이면 거칠산국이라고 했는지 그 연원은 정확하지 않다.

봉수대는 통상 높은 산에 위치한다. 이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적이 침입해 들어오는 모습을 잘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위급한 상황을 중앙에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봉수대는 전망이 무척 좋은 곳에 자리한다. 덩달아 바람도 쾌활하게 불어오는 곳이며 아래의 경치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봉수대 전경
봉수대 전경김대갑

황령산에는 전통과 현대가 나란히 공존한다. 연기와 횃불을 피워 올렸던 연조 사이로 최첨단의 통신 탑이 웅장하게 버티고 있다. 하나는 수 백 년 전의 통신 수단이고, 또 하나는 현대의 통신 수단이다. 수백 년 된 연조 사이로 보이는 통신 탑이 왜 이리도 생소하게 느껴질까. 저 멀리 보이는 광안대교의 불꽃들이 봉수대의 불땀들을 무색케 할 정도로 밝고 아름다울 뿐이다.

연조 사이의 통신 탑
연조 사이의 통신 탑김대갑

황령산은 부산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산이다. 부산진구는 예로부터 부산의 상업, 문화, 유통의 중심지였다. 예전에는 동래군에 속했던 지역이었으며 부산진이라는 지역명은 부산진성이 위치하고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부산시민에게는 서면이라는 명칭으로 익숙한 이곳은 서면로터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와 유행이 넘치는 곳이다.

황령산 봉수대의 연조 위에 오르면 좌로는 부산의 도심들이 알알이 눈에 들어오고, 우로는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바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저 멀리에는 부두가의 크레인들이 우렁찬 함성을 내지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멀리 보이는 광안대교
멀리 보이는 광안대교김대갑

부산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우선 황령산 정상에 오르기를 권유한다. 부산의 동서남북을 유감없이 볼 수 있으며, 부산의 어제와 오늘이 오롯이 담겨있는 곳이기도 하다.

좀 더 욕심내어 부산의 야경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이곳을 반드시 들러보라. 부산 KBS방송국 뒤로 난 길을 따라 차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아마 부산 도심에서 차로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곳은 황령산이 유일할 것이다.


봉수대와 부산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 황령산 봉수대는 후회하지 않을 추억을 안겨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함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송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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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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