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의 의자에는 어떤 힘이 있을까?

[신간] 존 디시몬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의자>

등록 2007.01.11 10:52수정 2007.01.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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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의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의자>두드림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 세상에 존재했던 위대한 천재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동시대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종종 제 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취급될 정도였다. 그는 인체를 연구하기 위해서 시체를 해부하고, 수 세기 뒤에야 나타날 비행기와 잠수함을 설계했다.

다 빈치는 발명가이자 화가, 건축가 그리고 과학자였다. 그의 연구 분야는 유체 역학에까지 이르기도 했는데, 이에 관해서는 미국의 생태 저술가 데이비드 쾀멘이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다 빈치는 그림을 그리거나 결국 완성시키지 못한 위대한 조각을 구상하거나 밀라노 대공이던 로도비코 스포르차를 위해 전쟁 기계를 설계하거나 시체를 해부하거나 날아가는 새의 움직임을 연구하거나 렌즈 가는 기구와 헬리콥터, 에어컨에 대한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는 데 몰두하지 않을 때면, 물의 운동을 연구했다."

다 빈치는 천재이자 만능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워낙 다재다능한 인물이었지만 그는 유독 미완성 작품을 많이 남기기도 했다. 일본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에서 두 가지로 그 이유를 추측했다.

"첫 번째 이유는, 그와 동시대의 많은 예술가들이 상상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머릿속으로 상상한 완벽한 아름다움과 깊이를 붓으로 표현하기에는 자신의 역량이 불충분하다고 자각한 경우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레오나르도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생겨나는 현상이겠지만, 작품을 제작하는 도중에 이미 완성된 모양이 뻔히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리 알아버리면, 보고 싶고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독 미스터리 소설에만 가끔 등장하는 레오나르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업적은 소설에서 종종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역사적인 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면 일반적인 역사소설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독 레오나르도는 역사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에 가끔 등장한다.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같은 소설이 대표적인 예다.

위 두 작품에서 레오나르도는 수천 년 동안 비밀리에 전해져오는 엄청난 지식의 전수자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 지식은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상식을 뒤엎을 만큼 파괴력 있는 내용이다.


@BRI@물론 이런 소설에서 묘사하는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레오나르도가 역사 소설에서 유독 이런 역할을 많이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것은 레오나르도가 남긴 업적과 그의 삶 자체가 그만큼 대단하고 불가사의하기 때문일 것이다.

존 디시몬의 소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의자>도 이런 레오나르도를 소재로 하고 있다. 위의 두 작품처럼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의자>도 비슷한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레오나르도는 살아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남겼다. 그 남긴 물건이 500년이 지난 현재에도 특정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그 영향을 구체화하려고 하고 더 나아가서 그 알 수 없는 힘을 밝히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덤으로 그 속에서 남녀간에 사랑이 싹튼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의자>는 제목처럼 레오나르도가 생전에 만든 의자를 소재로 한다. 작품속에서 레오나르도는 자신의 재능이 갖는 한계를 깨닫고 말년에 의자를 하나 만들어서 이복동생에게 물려준다. 그때부터 이 의자에 앉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기이한 능력을 얻게 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그에 따르는 대가가 있는 법. 의자에 앉는 사람은 능력을 얻지만, 그 능력은 오래가지 못하고 파국을 맞는다. 이런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인공은 현대 미술계에 등장한 전도유망한 미국의 젊은 화가이다. 그는 자신의 집에 보관되어있는 레오나르도의 의자가 주는 힘을 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불운한 사고를 당하고 그때부터 의자의 힘을 추적해서 이탈리아로 날아간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한 여자를 만나는데, 그 여자는 레오나르도의 작품 <최후의 만찬>을 독특하게 해석해서 주인공에서 혼란을 안겨준다. 그 여자의 말에 의하면 레오나르도는 일반인과는 달리 뭔가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최후의 만찬>에 담아냈다. 그렇다면 <최후의 만찬>과 의자는 어떤 관계일까?

시대를 뛰어 넘는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 소설에는 '아트 스릴러'라는 장르가 붙어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스릴러처럼 인과관계나 사실여부를 놓고 꼼꼼하게 추론해가는 과정은 많이 생략되어 있다. 그보다는 레오나르도의 의자를 가운데 놓고 현대의 화가들이 갈등을 겪는 모습이 오히려 더 흥미롭다. 의자가 주는 힘을 이용한다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렇게 얻는 능력이 과연 자신이 원하는 능력인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이런 류의 소설을 많이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정말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전해져오는 뭔가를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것을 글의 형태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예술작품 속에 숨겨두었을까? 자신의 작품 속에 이런 메시지를 담을 때 까지만 작업을 했기 때문에 레오나르도에게는 미완성의 작품이 많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생각은 모두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다. < X 파일 >의 주인공이 한 얘기처럼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지 모른다. 우리로서는 기존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면서 자극적인 지적유희를 즐길 수 있다면 좋은 것이다.

사실여부를 떠나서 이런 류의 소설은 그 자체로 재미있다. 기존의 해석과는 다른 방식으로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흥미롭고, 그런 시각들은 대부분 상식에 반하는 도발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그것을 바라보는 데에는 올바른 이해보다 창조적 오해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죽은 지 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역사 미스터리 소설의 소재가 될 정도이니,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역시 시대를 뛰어넘는 천재임에는 분명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의자>에는 중간 중간 레오나르도가 남긴 말이 담겨있다. 레오나르도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지배하는 힘보다 더 큰 지배력도 더 작은 지배력도 가질 수 없는 존재다."

이 말을 생각해보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의자>의 주인공이 왜 의자의 힘을 빌어 능력을 얻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는지 알 것도 같다.

덧붙이는 글 | 존 디시몬 지음 / 박태선 옮김. 두드림 펴냄.

덧붙이는 글 존 디시몬 지음 / 박태선 옮김. 두드림 펴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의자

존 디시몬 지음, 박태선 옮김,
도서출판두드림,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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