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가지도 살빼기에 효험이 있다?

[달내일기 91] 참살이는 육체보다 참된 마음에서 올진대...

등록 2007.01.18 14:10수정 2007.06.15 16:0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국립국어연구원이 앞장서서 외래어(사실은 외국어이지만)를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그런 작업을 통해 몇 가지 성과를 얻었는데, 누리꾼(네티즌)이 쓰는 말에서부터 요즘 실생활에 쓰는 말 등 실로 다양하다.


@BRI@예를 들면 ▲오프라인→현실공간 ▲메신저→쪽지창 ▲스팸메일→쓰레기편지 ▲리플→댓글 ▲이모티콘→그림말 ▲로고송→상징노래 ▲풀세트→다모음 ▲선팅→빛가림 ▲터프가이→쾌남아 ▲포스트잇→붙임쪽지 ▲엑스파일→안개문서 ▲투잡→겹벌이 ▲컬러링→멋울림 ▲퀵서비스→늘찬배달 ▲파이팅→아자 ▲올인→다걸기 등이다.

그중에서도 '웰빙(well-being)'을 '참살이'로 바꾸자는 주장이 대중성을 얻으면서 쓰임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아마도 '먹고 사는' 게 해결되면서 '참되게 사는' 데 대한 관심 때문이리라.

주위를 가만 둘러보니 참살이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은 보기 어려울 정도다. 워낙 텔레비전에서부터 신문, 잡지가 떠들어대다 보니 이제는 두 사람만 모여도 그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하니까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

a 봄날 잎이 무성할 때의 우리집 뽕나무. 높이와 폭이 10미터에 조금 못 미친다.

봄날 잎이 무성할 때의 우리집 뽕나무. 높이와 폭이 10미터에 조금 못 미친다. ⓒ 정판수

이런 참살이 열풍이 달내마을이라고 해서 피해 가지 않는다. 아, 뭐 그렇다고 마을 어르신네들이 새삼스럽게 그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됐다는 게 아니라 놀러 오는 이들이 내보이는 관심이 그렇다는 것이다.

오늘 오전, 전에 아파트 살 때 같은 통로의 아주머니들이 놀러 왔다. 아내의 얘기를 들으니 그녀들의 우리집 방문은 처음이 아니란다. 그래서 그냥 놀러 왔거니 했는데, 이번에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뽕나무 가지를 구하러 온 것이다.


나는 보지 않아서 몰랐지만 얼마 전 케이블방송에서 뽕나무가지를 우려낸 물을 계속 마시면 살이 빠진다는 얘기가 나왔는가 보다. 지난 여름에는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각광을 받더니 이제 겨울이 되니 그 가지로 이어진 셈이다.

a 왼쪽은 뽕나무 열매인 오디인데 빨간 건 덜 익었고 검은 게 익었다. 오른쪽은 말린 뽕나무가지인데 끓여 마시면 살빼기에 좋다고 한다.

왼쪽은 뽕나무 열매인 오디인데 빨간 건 덜 익었고 검은 게 익었다. 오른쪽은 말린 뽕나무가지인데 끓여 마시면 살빼기에 좋다고 한다. ⓒ 정판수

우리 달내마을의 특산물로 주목할 만한 게 오디임을 이미 앞선 글(달내일기 1, 5)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집집마다 몇십 년 된 뽕나무 한두 그루는 있으니까 유월 한 달 동안은 오디를 털고 모으기에 하루를 다 보내게 된다.


우리집도 아주 오래 된 뽕나무가 두 그루 있으니까 그때쯤이면 바빠진다. 하루라도 미루면 떨어져 못 쓰게 되니까 말이다.

그때 딴 오디를 팔기도 하고 친척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그리고 일부를 농축액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잘 마시고 있으며, 농축액 건진 뒤 남은 찌꺼기를 버리지 않고 거기에 다시 술을 부어 오디주로 만들어 마시고도 있다.

솔직히 나로선 뽕나무 가지든 뿌리든 열매든 그게 참살이에 좋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해도 기분이 묘한 건 사람들이 매스컴에서 한 번 떠들게 되면 다들 그게 좋다며 달려드는 현상 때문이다. 어제까지 '○○이 좋다' 하여 그것만 찾다가, 오늘 누군가 '××가 좋다'고 발표하면 또 그것만 찾는다.

죽은 뽕나무뿌리에 나는 상황버섯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산(生) 뽕나무뿌리를 달인 물조차 암 환자에게 좋으며, 그 물을 암환자가 아니더라도 장복하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는 기사를 읽은 적 있다. 또 그 열매인 오디는 거의 만병통치약으로 쓰인다 하니 백 년쯤 된 뽕나무 두 그루를 가진 나는 이제 한 이백 년쯤 느긋이 살게 됐다.

a 오늘 아침에 찍은 우리집 뽕나무.

오늘 아침에 찍은 우리집 뽕나무. ⓒ 정판수

손님들이 가고 난 뒤 그런 얘길 아내에게 했더니 나 혼자 그렇게 살라고 한다. 자기는 적당히 살다 갈 테니.

그럼 나 혼자 홀아비로 살라는 말이라 "혼자 살면 뭔 재미있어? 옆에서 바가지 긁어주는 여자가 있어야 살 재미있지" 하니 눈 흘긴다.

'웰빙(well-being)'이란 영어의 원뜻이 뭔지는 잘 몰라도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는 '참살이'는 말 그대로 참되게 사는 것이다. 그런데 '참된 삶'이 꼭 좋은 음식, 좋은 열매, 심지어 나무뿌리나 나뭇가지를 우려낸 물을 먹어 잘 빠진 몸매가 되어야만 이루어지는 것일까? 진정한 참살이는 참된 마음에서 오는 것일진대 ….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