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교수 "사회주의가 여전히 대안"

러시아혁명 기념 토론회 강연..."스탈린주의 사회주의 아니다"

등록 2007.02.05 13:44수정 2007.02.0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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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919년 5월 25일 붉은 광장에서 붉은 군대 병사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는 레닌. 1917년 10월 혁명으로 탄생한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옛 소련)은 결국 한 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74년 만인 1991년 12월 붕괴되고 만다.

1919년 5월 25일 붉은 광장에서 붉은 군대 병사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는 레닌. 1917년 10월 혁명으로 탄생한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옛 소련)은 결국 한 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74년 만인 1991년 12월 붕괴되고 만다. ⓒ 다함께

1989~1991년 옛 소련과 동유렵의 붕괴를 사회주의의 실패로 볼 것인가.

진보진영 안에서도 이에 대한 대답은 엇갈린다. 그러나 고전 마르크스주의자인 정성진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러한 견해에 대해 강한 불만이다. 1991년 이전 동구권의 사회체제는 '국가자본주의'였는데 이를 '사회주의'로 규정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4일 다함께 주최로 서울 건국대에서 열린 '러시아 혁명 90주년 기념 토론회-러시아 혁명의 희망과 좌절' 강연에서 "소련과 동유럽 체제가 무너진 걸 두고 사회주의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스탈린주의는 사회주의 아닌 국가자본주의"

@BRI@왜 그럴까. 그는 1928년 스탈린이 집권한 뒤 수립된 소련의 체제는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체제'라고 했다. 따라서 1991년 무너진 것은 '소련식 자본주의', 즉 '스탈린주의'이지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1920년대 말에서 1930년대 스탈린의 이른바 국가자본주의 반혁명 이후 수립된 체제에 대한 성격 규정이 필요하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탈린주의를 사회주의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련식 자본주의를 사회주의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자본주의 이외 대안 부재론'이 큰 흐름이다. 사회주의 대안이 모두 기각된 것은 아니지만 자본주의 대안론이 현실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대안론자들은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사회주의가 더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역사적으로 실패로 판명된 적이 없는' 사회주의가 여전히 대안이라는 신념에 흔들림이 없다.

정 교수는 "최근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밝혔듯이 21세기의 사회주의가 진보진영의 화두가 되고 있다"며 "세계화되고 정보화된 조건에서도 여전히 아래로부터의 대중 참여 운동, 사회주의가 유효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자본과 임금노동간의 관계, 상품과 화폐관계, 시장관계, 노동자 착취, 잉여가치 생산…. 스탈린 시대 옛 소련에서도 이런 자본주의 개념들이 모두 작동했다는 것이 정 교수의 분석이다. 그러니까 스탈린주의는 사회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라는 결론이다.

스탈린,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말살

a 정성진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가 4일 오후 서울 건국대에서 '스탈린 반혁명과 스탈린주의 러시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정성진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가 4일 오후 서울 건국대에서 '스탈린 반혁명과 스탈린주의 러시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석희열

"이념적으로도 스탈린주의는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알맹이를 빼버린 모조품에 지나지 않는 마르크스주의다. 또 일국사회주의 문제라든지 사회변동을 경제주의 방식으로 설명하는 이른바 경제결정론의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스탈린주의는 원래 마르크스의 혁명적인 사상, 변증법적 유물론하고는 차이가 난다. 체제도 자본주의고, 이념도 알튀쎄르가 얘기했던 제2인터내셔널이 다시 되살아나는 형태의 왜곡된 마르크스주의일 뿐이다. 진보진영에서 가져올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럼 레닌 체제는 스탈린 체제와 달랐을까. 정 교수는 "1920년대까지 노동자들의 혁명적인 운동이 잔존하고 있었고, 공산당 안에서도 좌익반대파나 트로츠키를 중심으로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투쟁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며 "스탈린이 집권하면서 이런 것들을 말살하려 했다. 그런 점에서 스탈린은 레닌시대와 분명한 단절을 보였다"고 말했다.

"스탈린은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볼세비키들을 다 죽였다.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권리라든지 투쟁을 진압하는데 앞장섰던 추종자들만 남겼다. 이들이 바로 1920년대 말 1930년대 스탈린주의 지배체제를 형성했다. 말로는 사회주의, 그러면서 사회주의를 완전히 말살했다. 박정희가 한국식 민주주의 얘기하면서 긴급조치로 민주주의를 압살한 것과 같다."

정 교수의 이날 강연은 오늘날 진보진영의 지배 담론인 '자본주의 이외 대안 부재론'을 깨고 고전 마르크스주의로 돌아가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를 일으켜 세우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a 이날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이 강연회에는 400여 명의 청중이 몰려 들었다. 앞서 오후 1시부터 최일붕 주간 <맞불> 편집장의 '제정 러시아와 10월 혁명' '내전과 소비에트 러시아' 강연에도 돈을 내고 들어온 청중이 강당에 꽉 들어차 일부는 서서 강연을 들어야 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이 강연회에는 400여 명의 청중이 몰려 들었다. 앞서 오후 1시부터 최일붕 주간 <맞불> 편집장의 '제정 러시아와 10월 혁명' '내전과 소비에트 러시아' 강연에도 돈을 내고 들어온 청중이 강당에 꽉 들어차 일부는 서서 강연을 들어야 했다. ⓒ 석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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