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일기의 힘을 믿으세요?

[서평] <두려움 없는 글쓰기>를 읽고

등록 2007.02.05 17:47수정 2007.02.0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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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아출판사

<두려움 없는 글쓰기>, 제목이 참 단순하면서도 친근하다. 밖으로 내놓기에는 부끄럽고 두렵지만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잘 키워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표지부터 부록으로 딸려오는 작은 선물까지 용기를 준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는 이 책을 책장 어느 코너에 꽂을까 잠깐 망설였다. 문학에 넣을까, 실용에 넣을까 잠시 머뭇거리다가, 실용서들 사이, 소설가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 바로 옆자리에 꽂았다.


인터넷을 자주 접하면서 글을 써야 하는 시간도 정비례로 늘었다. 블로그도 만들고, 서평도 올리면서 재미삼아 시작한 일이지만, 기왕이면 내가 퍼오는 블로거의 것처럼 내 것도 다른 사람들이 많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욕심이 생기면서 두려움도 인다.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글쓰기가 어렵다는 두려움을 만든다. 그래서 자꾸 '글쓰기 교본'류의 책들을 뒤적인다. 소재 개발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술 향상을 위해서.

어느 시인은 시를 쓰는 일이,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힘들었다고 했다. 또 어느 소설가는 때로 원고지 한 칸이 운동장보다 넓어 보여 현기증이 일기도 했단다.

평생 글을 쓰며 살고 싶다고 서원한 작가들조차 어렵고 힘들었다고 토로하는 글쓰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편안한 가이드북이 되어 줄 것 같다. 마침 책과 함께 오는 별책부록, 자줏빛 글쓰기 노트도 한 몫 거든다.

@BRI@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일기 쓰기 방식은 글이 막힐 때마다 슬쩍 힌트를 얻기에 좋을 유용한 요리 레시피 같은 내용들이다. 다다이스트들이 애용하던 자동기술법이나,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삼행시 짓기처럼 단어를 이용한 방법, 생각의 사슬처럼 이어가는 클러스터, 잡지나 사진 등 이미지 자료를 꼴라주, ABC놀이, 마인드맵, 일본의 선시 하이쿠처럼 압축해 보는 방법 등 다양한 노하우로 일기쓰기의 재미를 소개한다.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들 가운데 꼴라주와 가족과 함께 쓰는 교환일기는 최근 필자가 재미를 붙인 방법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 지난해 아이를 낳은 뒤 세 권의 일기장을 갖게 됐는데, 두 권은 손으로 쓴 것이고, 나머지 한 권은 인터넷으로 쓴 일기를 모아 작은 책으로 편집한 것이다.


육아일기를 내면과 외면으로 쓰면서, 내면일기로는 손으로 스케치북에 이것저것 붙여가며 쓴다. 외면일기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서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두 가지 방법의 일기에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루 10분, 20분 정도 필요한 일기쓰기는 하루 이틀 쓸 때는 잘 모르지만, 1년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꽤 많은 일상적인 일들을 추억으로 저장해 준다.

모두가 작가들 수준의 글쓰기를 할 수도, 할 필요도 없겠지만 글쓰기를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생활 곳곳에 작지만 소중한 변화가 찾아온다. 글쓰기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짧더라도 매일 일기를 쓰게 된다면 점점 더 창의적인 생활, 에너지 넘치는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도 자연스레 사그라질 것이고, 언젠가 또 다른 글쓰기 방법론을 소개하는 책의 저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두려움 없는 글쓰기 - 나는 항상 글을 쓰고 싶다

로제마리 마이어 델 올리보 지음, 박여명 옮김,
시아출판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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