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갯마을, 사라지나

산자부가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 추진...갯벌감소 우려

등록 2007.02.07 16:08수정 2007.02.0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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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가로림만 안쪽의 건강한 갯벌.

가로림만 안쪽의 건강한 갯벌. ⓒ 안서순

7일 오후 가로림만 깊숙이 자리한 충남 서산시 팔봉면 대황리 속칭 신발뿌리로 불리는 갯가에서 바라 본 바다는 겨울날씨 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처럼 평화롭다. 썰물로 물이 빠져나가 끝간데 없이 드러난 갯벌에서 인근 마을 아낙 대여섯이 나와 갯지렁이와 낙지를 잡느라 벌은 파내고 있다.

갯벌에는 낙지와 갯지렁이·쭈꾸미·바지락·파래·설게·가무락이 널려있고 바닷물이 드나드는 접점의 갯바위에는 굴이 촘촘히 달라붙어있다. 비릿함 갯내음이 가득한 갯벌은 건강한 모습이다.

그 곳으로부터 10여km 앞, 가로림만의 좁은 만(灣)에 올부터 조력발전소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 공사가 끝난 다음에도 이 갯벌은 여전히 건강한 모습을 간직할 수 있을까. 아마 상당부분 갯벌이 사라지고 거기에서 생계를 유지하던 어민들 상당수는 갯마을을 떠나야 한다.

산업자원부의 이상한 조력발전소 추진

@BRI@산업자원부가 충남 서산시와 태안군에 걸쳐 있는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를 건립할 예정이어 내만(內灣)에 있는 상당부분의 갯벌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해당 자치단체와 지역환경단체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가로림만은 항아리처럼 내륙으로 둘러싸인 반 폐쇄성 내만으로 충남 서산시와 태안군에 걸친161.8km의 해안선과 해역면적111.9㎢(서산시 지역59.5㎢72.6%),태안군 지역 27.4㎢(27.4%)로 서해안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갯벌이 발달한 자연만 지역이다.

이 지역의 갯벌은 남미 아마존 하구, 미국 조지아주, 독일과 네덜란드 연안, 캐나다 남동부 등과 함께 세계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가로림만은 그같은 지형적인 조건으로 인해 일찍부터 조력발전소 후보지로 꼽히던 지역 중 하나다.

서산시에 따르면 산업자원부는 한국 서부발전소(주)를 시공자로 총 사업비 1조225억원을 들여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에서 마주보고 있는 태안군 이원면 내리에 이르는 양안에 2030m의 방조제를 설치, 48만㎾(20㎿×24기)의 전력을 생산하는 조력발전소를 만들고 양식장과 해안도로 등을 만들어 관광자원화 하는 한편 간사지를 매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자부는 2005년 기준가격 고시를 한데 이어 2단계 타당성조사와 2006년부터 기본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보상실태조사 등을 벌이고 있고 올해 실시계획 승인과 손실보상에 이은 공사착공을 할 예정이다.

산자부는 1997년 채택된 기후, 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의정서가 2005년 2월16일자로 발효되고 우리나라도 2012년부터 1차 에너지 소비량의 5% 정도를 대체 에너지로 의무적으로 대체해야 되는 입장이어 공해 없는 전력생산을 위해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립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a 가로림만의 항공 사진과 지도에서의 가로림만 위치.

가로림만의 항공 사진과 지도에서의 가로림만 위치. ⓒ 서산시청 기획실

반면 해당지역인 서산시는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가 설치될 경우 방조제로 인해 조석간만의 차이가 심해져 나타나는 여러 가지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려되는 현상으로는 ▲갯벌감소에 생태계 변화로 수산생물 서식환경 변화에 따른 먹이사슬 파괴 ▲해류변화에 따른 토사·부유·유기물 퇴적 ▲수질악화 ▲회류성 어류의 물길차단에 따른 산란장 파괴 등 자연생태환경 파괴와 어민피해 등을 들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소 기술전략실이 만든 협의자료에도 '해수의 만조와 간조수위가 각각 20cm정도 하강, 상승함에 따라 갯벌의 면적은 감소하나 해수부분 면적이 증가되어 양식어장에는 유리하다'고 하고 있어 정확히는 밝히지 않고 있으나 갯벌이 감소되는 것을 시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0일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은 '서해에는 세계5대갯벌이 있다'며 '갯벌 등 보존가치가 높은 해양생태계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집중관리하는 한편 갯벌체험행사로 인한 생태계 훼손방지를 위한 적정인원 등 행사기준을 마련하고 갯벌 휴식년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서해 갯벌’을 보존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해수부 장관의 갯벌보존 발언보다 훨씬 앞서 지난 1980년 경제장관협의회는 '가로림만'을 조력발전소 1후보지로 결정하고 1980년과 1992년 3차에 걸친 타당성 조사를 벌였다.

환경부는 갯벌에 대한 휴식년제를 도입하겠다고 할 정도로 서해갯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반면 산자부는 이와는 전혀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1차로 타당성 조사를 한 프랑스의 Sogreah사와 2·3차 타당성 조사를 한 한국 해양연구소 측은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3년과 2001년까지 한전과 충남도가 4차에 걸쳐 협의를 했고 산자부는 2004년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립계획'을 세워놓고 2005년 2월 충남도와 이 문제를 갖고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산자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환경영향 평가 등을 해오고 있는 등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립'은 기정사실화 된 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주민들은 모르는 계획

사정이 이러한데도 지역주민들은 '가로림만 조력발전소'에 대해 풍문으로 전해들은 막연한 사실 이외에는 제대로 알고 있는 이가 없다. 대부분 주민들은 80년대 천수만 A-B지구 현대 간척지 매립공사를 떠올리며 이대로 갈 경우 조상대대로 내려오던 삶의 터전을 뿌리채 잃고 떠돌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을 뿐 조력발전소 건립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에 따라 주민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 채 어리둥절해 있다.

서산시 관계자는 "산자부와 한국서부발전소 등이 그런 계획이 있으면 우선 해당지역주민들에게 알려주고 그에 따른 환경문제 등도 솔직하게 설명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함께 풀어나가는 방식을 취해야 되는데도 '국책사업'이라며 일방적으로 결정해 놓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가고 있다"며 비난했다.

서산태안환경연합의 이평주 사무국장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명분으로 천혜의 갯벌을 파괴하는 것은 해양환경을 교란해 또다른 오염을 불러오는 모순에 지나지 않는다"며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립은 백지화되야 한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또 "환경을 걱정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할 경우 법원에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가로림만이 죽어가는 것을 막아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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