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금은 눈먼 돈인가

[取중眞담] 보수언론과 참여정부의 '이심전심'

등록 2007.02.08 10:37수정 2007.02.0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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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의 방위비 분담 요구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박기학 평화·통일 연구소 연구위원이 2007년 방위비 분담금 7255억원 가운데 3672억원이 삭감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태경


6일 한국언론재단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참여정부 정책홍보 시스템 평가와 과제'라는 제목의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4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에서 주요 논쟁거리는 기자실 개방·공개 브리핑제도·오보대응 시스템·국정홍보처의 역할 등에 대한 평가였다.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로 의견이 갈렸다. 원칙은 올바르지만 집행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런데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은 참여정부와 언론, 특히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메이저 언론과 계속 갈등 관계였다는 것이다.

@BRI@기자의 토론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다르게 얘기했다.

"기자실 개방과 공개브리핑제는 청와대와 국회만 그나마 제대로 작동된다. 다른 행정부처에서 기자실 개방은 반쪽은커녕 8분의 1쪽 난지 오래다."(기자실 개방이 현재 어떻게 되었는지 글을 쓴다면 논문 한편은 나올 것이다)

"대북송금특검·이라크 파병·미군기지 이전·전략적 유연성 문제·한미FTA 등등 굵직한 사안에서 조중동과 현 정부는 같은 입장이었는데 갈등 관계로만 파악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나마 이런 사안은 보혁으로 갈려 논란이라도 벌어졌으니 일반 국민들의 주목이라도 받았다. 툭하면 혈세가 낭비된다고 펄펄뛰던 대부분의 언론들이 10조원이 걸린 미군기지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조용하다. 이 와중에 방위비 분담금을 미 2사단의 기지 이전 비용으로 전용하는 문제도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2004년 용산미군기지와 한강 이북의 미 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한미가 합의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용산미군기지는 한국이 먼저 이전을 요구했으니 한국 부담이고, 미 2사단의 경우 미국이 먼저 이전을 요구했으니 미국 부담이라고 했다.

총 10조원의 사업비 가운데 한국 부담은 5조원 정도며 나머지는 미국 부담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1월18일 버웰 벨 주한 미 사령관은 미 2사단 이전 비용의 절반을 한국이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으로 지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업자가 건설하는 미군용 임대주택의 임대비도 나중에 방위비분담금에서 지출될 것도 확실하다. 결국 미군기지 이전 비용의 94∼95%는 한국 정부가 댄다.

방위비 분담금이 미국 돈이라니?

방위비 분담금이 미군이 부담하기로 되어있는 미 2사단 기지 이전에 전용될 것이라는 의혹은 2003년부터 시민단체와 일부 진보언론 쪽에서 제기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아니라고 했다.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과 임종인 의원이 공동 주최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 요구의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최재천 의원(무소속)은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2004년 용산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해 열린 비공식 당정협의 때 내가 미 2사단 이전비용·전술지휘통제체계(C4I) 비용·고급 아파트 건설비 등이 방위비 분담금에서 지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숙 북미국장은 삿대질까지 하면서 그런 일은 없다고 대들었다. 그러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는 왜 아무 말이 없는가?"

그런데 이제는 정부 입장이 슬그머니 바뀌었다. 지난 1일 <한겨레> 기사에 등장한 김규현 국방부 국제협력관은 "미군기지 이전 협상 처음부터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기지 건설을 위해 쓴다는 것을 전제했던 것으로 안다"며 "방위비분담금도 미국에 일단 준 돈이니 만큼, 미국 계정에서 지출되는 것이 법적으로도 맞다"고 밝혔다.

7일 '미국의 방위비 분담 요구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은 "방위비 분담금의 각 항목별 구성부터 미국은 한국 국방부와 협의하도록 되어있고 인건비 집행내역은 사후 보고한다"며 "방위비 분담금이 미국 돈이라면 배분을 놓고 한국과 협의해야 할 필요가 없다, 한국과 협의하고 집행을 보고하는 것은 방위비 분담금이 미국 돈이 아니라 한국 돈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한미군은 동북아 기동군으로 변화하면서 한국 방위에 대한 기여도가 크게 떨어졌고 미군 숫자 자체도 줄었다. 방위비 분담금이 줄어야 하는데 지난 2004∼2005년의 연간 6804억 원에서 2007년은 7255억 원으로 6.6%가 늘었다.

"방위비 분담금이 미군기지 이전에 사용될 줄 알았다" 정도가 아니라, 미군 기지 이전에 쓸 수 있도록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 정부가 늘려줬다는 말이 된다.

박 연구위원은 "미 2사단 이전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는 것을 알면서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에 서명하고 국회 비준을 받은 국방부와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제부터인가 방위비 분담금은 당연히 미국에 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장희 교수(외국어대 부총장)는 "한미행정협정(소파) 5조1항은 '주한 미군이 사용하는 공항이나 항만 등의 시설·구역 및 통행권과 관련된 경비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주한미군의 주둔경비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되어있다"며 "그런데 지난 1991년 방위비특별협정이 체결된 뒤 해마다 한국 부담 액수가 급증했고 본 협정인 소파 정신을 위배하고 마치 한국의 법적 의무처럼 되었다"고 지적했다.

미군기지 환경오염치유비용 문제도 그냥 넘어가

방위비 분담금은 1991년 835억 원에서 시작해 2400억 원(1995년)→4003억 원(1999년)→6983억 원(2005년)→7255억 원(2007년) 등으로 급증했다. 2006년까지 제공한 방위비 분담금만 5조9430억4000만원이다. 원래 3만7500명이었던 주한 미군 규모는 2007년 말까지 2만5000명 선으로 줄어든다. 한국이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올해의 경우 주한미군 1인당 3000만원 꼴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임종인 의원(무소속)은 "한국군 사병의 월급을 8만원으로 올리는데 4800억 원이면 되고 30만원으로 올리는데 1조8000억 원이면 된다"며 "사병월급 올리는데 예산문제로 논란이 많았는데 주한 미군 1인당 3000만원의 주둔비를 대주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말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가 논란이 되었을 때 보수언론들은 "자주 타령하다 국방비가 엄청나게 증액되고 국민들 허리 휘게 되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런데 그야말로 5조원이라는 혈세를 미국에게 갖다 바치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조용하기만 하다.

이런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초 주한미군이 기지 통폐합을 하면서 반환하는 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을 한국이 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는 이 비용이 5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시사했다.

(최승환 경희대 법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 1990년 미국 정부가 발표한 독일 주둔 미군 기지의 정화비용이 300억 달러였다"며 "한국 내 미군 기지의 오염상태는 독일보다 훨씬 심각하다. 아무리 못 들어도 주한 미군기지의 정화비용은 300억 달러는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난 2004년 9월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반환 미군기지의 치유 의무는 미국에게 있다며 "일부 시민단체들이 한국 정부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반미감정에 사로잡히고 국제 법규에 무지한 엉터리 주장"이라고 맹 비난을 했다. 불과 1년 반 만에 외교부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으나 보수 언론들은 아무 문제도 삼지 않고 지나갔다.

정상적인 국가였다면 관련자들이 문책·파면 당하고 국회 청문회가 10번은 열려야 했을 사안이었는데도 말이다.

언론들의 이런 행태야 오래된 것이고 각 사의 논조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르다. 특히 미국에 더 퍼주지 못해 안달인 보수 언론들에게는 더 할 말도 없다.

그러나 곱씹어 볼 것은 맨 앞에 말했듯이 참여정부와 보수 언론들이 그렇게 갈등관계였냐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기사 담합을 한다, 기자실에서 공부해 가지고 과연 기사를 쓸 수 있는지 걱정이라며 언론과 기자들을 공격했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그렇게 웃기게 보는 언론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온 것이 사실 아닌가?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이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눈먼 돈'으로 만들어버리는 작업에서 참여 정부와 언론은 '담합'한 것 아닌가? 표현이 심하다면 '이심전심'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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