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개 강산이의 모습정판수
그런데 강산이가 먼저 새끼를 낳았을 때 태백이가 제 집 근처로 어슬렁거린 적이 있었다. 그러자 제 새끼를 해친다고 여겼는지 강산이가 달려들었다. 그때 내가 실수를 했다. 내 딴에는 새끼 낳은 어미를 보호하느라 강산이 대신 태백이를 붙잡았다. 그 순간 목을 물고 놔주지 않는 게 아닌가.
그 일이 있은 뒤부터 심심하면 강산이가 태백이에게 대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싸우면 대충 싸우다 마는 게 아니라 한 녀석이 초죽음이 될 때까지 싸운다는 점이다. 그 후유증은 심각했다. 피범벅이 됨은 물론 귀가 찢어지고 목덜미가 뚫리기까지 하니.
강산이가 미운 이유는 이것들뿐만이 아니다. 마당의 땅을 마구 판다. 앞발로 땅을 파헤치는 속도가 두더지 못지않다. 파헤쳐놓을 때마다 다시 메워야 했고. 또 제가 눈 똥을 발로 다 으깨어놓는다. 그냥 그대로 두면 치우기도 좋은데 으깨어놓으니 치울 때마다 욕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간혹 사료가 떨어지면 통을 박박 긁는다. 한 밤중에 사료통 긁는 소리에 잠을 깬 적이 한두 번 아니다. 물론 태백이는 절대로 그러지 않는다.
녀석의 미운 점을 이렇게 나열해가면 아마도 몇 쪽이나 쓸 수 있을 것 같다. 하도 내가 미워하니까 아내가 오늘 아침 넌지시 이른다. "어차피 키울 수밖에 없는 이상 좀 이뻐해 보라"고. 그에 "이쁜 구석이 있어야 이뻐하지"라고 답하자, "가만히 보면 이쁜 구석이 보일 거예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