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약사 공화국' 아니냐"

[쟁점인터뷰②] 2·11 총궐기 나서는 장동익 의협 회장

등록 2007.02.10 21:50수정 2007.02.1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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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장동익 대한의사협회 회장.

장동익 대한의사협회 회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장 회장은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간호진단'이라는 개념이 결국 간호사들의 의료원 개업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회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간호사법이 있는데, 간호사가 단독으로 의료원을 개업해 경질환을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간호진단이라는 개념을 의료법에 넣으면 간호사들이 '우리도 개원하겠다'고 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간호사협회에서는 의료법에 간호진단을 빼고 넘어가면 삭발하고 궐기대회 한다고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사의료행위 양성화, 전형적 선심성 정책"

유사의료행위에 대해서도 장 회장은 '전형적인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장 회장은 유사의료행위 양성화에 대해 "금년 대선을 앞두고 150만명이나 되는 (유사의료행위)종사자들 선심을 얻겠다는 것"이라며 "선거표를 의식해서 국민건강을 파먹지 말라"고 정부에 경고했다.

장 회장은 또 의료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병원의 상업화 우려에 대해 "국민건강에 피해를 입힌다면 포기하겠다"며 "그 전에 시민단체와 공개토론하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장동익 회장과의 일문일답.

- 정부는 음성적 유사의료행위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관리하겠다고 한다. 국민건강을 위해서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게 맞지 않나.
"국민건강에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게 바로 유사의료행위다. 지금 유사의료행위업자가 150만명 정도 된다. 스포츠마사지나 피부관리사같은. 그런데 관리가 안 된다. 행정력이 미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거냐. 양성화하면 2배, 3배 늘어날 텐데. 지금 약국 한번 가봐라. 처방전 없이도 항생제 같은 것 내놓으라면 다 내 준다. 6만 여명 되는 약사, 약국 하나도 관리 못하는데 50배가 넘는 유사의료행위자들을 어떻게 다 관리하나.


전형적인 선심성 정책이다. 금년 대선을 앞두고 150만명이나 되는 종사자들 선심을 얻겠다는 거다. 우리가 극렬하게 표현하자면 선거표를 의식해서 국민건강을 파먹지 말라는 얘기다."

- 유사의료행위를 어떻게든 관리하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절충안은 없나.
"유사의료행위를 정 그렇게 양성화 하려면 개별법으로 만들면 된다. 그래서 하나하나 조목조목 관리하고. 뭉뚱그려서 의료법에 넣고 마치 유사의료행위자가 의료인이 되는 것처럼 혼동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안 된다. 힘도 미치지 못하면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지 말자."


- 복지부는 '간호진단'을 의료법에 넣자고 한다.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는데 간호사들의 활동반경을 넓혀 주자는 것 아닌가.
"간호진단 개념이 처음 나온 곳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지금도 의사가 많이 부족하다. 대신 간호사는 많다. 그래서 노인들 요양원에서 보살펴 주는 것 등은 간호사가 (의사)대역을 하도록 교육을 시킨다. 간호진단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간호진단이 정착 못하고 있다."

- 간호진단이라는 개념을 넣어두면 바쁜 의사들을 대신해 간호사들이 간단한 의료행위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넣고 싶다면 간호진단 대신 간호평가라는 말을 넣으면 된다. 교육도 안 받은 간호사들이 어떻게 진단하나. 간호사협회에서 간호진단이라는 말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따로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간호사법이 있는데, 간호사가 단독으로 의료원을 개업해 경질환을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의사가 남아돌아서 치고받고 싸우고 야단인데 의료법에 간호진단을 넣으면 간호사들이 '우리도 개원하겠다'고 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지금 간호사협회에서는 의료법에 간호진단을 빼고 넘어가면 삭발하고 궐기대회 한다고 준비하고 있다."

"부도, 시간문제인 병원 한두 곳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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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복지부는 통상적 의료행위 속에 투약 행위도 포함된다고 하는데 의협은 굳이 '투약'이라는 개념을 명기하자고 한다. 약사들을 너무 의식한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약사공화국'이다. 보건의료체계는 의사가 중심이 돼 수직으로 분업돼야 바로 선다. 그런데 자꾸 약사와 간호사가 편법으로 (의사와) 맞먹으려 한다. 미국 의사들은 환자 20명만 봐도 피곤해서 못 보는데, 우리나라는 50명을 봐야 그나마 먹고산다. 돈 벌어서 외제 벤츠 타고 다니는 의사는 극히 일부다. 일부 의사가 불륜 있는 것 가지고 '나쁜 여자 착한 여자' 만들어가지고 불륜 집단으로 매도하고, '하얀거탑'을 보면 돈 왔다 갔다 하고 아주 부정한 집단으로 몰고 있다. 모두 의사들 못 죽여서 난리를 친다. 그런데 약사의 파워가 국회, 복지부에 얼마나 센지는 얘기 안 해도 다 안다. 식약청만 봐도 약사가 90%다. 미국 FDA는 의사가 80%인데."

- 투약을 의료법에 넣자는 것은 정의를 명확하게 하자는 뜻인가.
"그렇다. 투약이라는 말이 명시된다고 해서 의약분업으로 약국에서 가져간 조제권을 뺏어오겠다는 말이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도 의료행위를 진찰, 검사, 검찬, 처방, 투약, 외과적 시술이라고 보지 않나."

- 의료법 개정되면 병원이 다른 사업도 하게 돼 있다. 상업성만 너무 강화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가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의료계가 하도 경영이 어려우니까 배려해 준 것이다. 지금 종합병원 중에 환자의 진찰과 검사에서 나오는 비용과 입원료로 운영하는 병원은 없다. 대부분 병원이 부대사업해서 먹고 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안시설이다. 영안시설이 잘 된 곳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한다. 그 돈으로 병원이 운영된다. 대한민국의 서글픈 현실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봐라. 어마어마하게 지어놨지만 속빈 강정이다.

뭘로 먹고 사나. 구내매점, 세탁소, 이거 해외 토픽감이다. 부도나는 것 시간문제인 병원이 한 두 곳 아니다. 국립대학병원이나 아산병원, 삼성의료원 정도만 마지막에 남을까. 민간사립병원은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다. 시민단체는 마치 의협이 상업성을 요구한 것처럼 말하지만 우리가 만들어달라고 한 적 없다. 그래서 공개토론도 제안했다. 상업성이 국민건강에 피해준다면 포기하겠다. 그 얘기를 해보자는 거다."

- 의협의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환자가 기다리는데 단축진료, 총궐기 등 집단행동을 벌이는 것을 국민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데.
"의사는 기본적으로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집단이다. 이번에 우리가 안 나서면 직무유기하는 것이다. 의료법이 국회에서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전 병원이 다 무기한 파업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카드다. 그 전에는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단축 진료를 하고 있다. 일요일 오후 2시에 궐기대회를 하는 것도 진료가 쉬는 날 피해가 없으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도 많이 논의했다. 하지만 지금 고통은 (의료법 개악으로)20년, 30년 뒤 국민 고통의 1만분의 1도 되지 않는다."

- 지난 대회에서는 할복 자해 소동도 있었다. 너무 극단적인 것 아니냐.
"7년간 정부의 괘씸죄에 걸려 한이 맺혔다. 배가 고픈 것은 참겠지만 자존심이 구겨지는 것은 못 참는다. 그래서 과격한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 우리가 대우를 받나, 돈이나 제대로 받나. 두개 다 놓친 사람이 세상 뒤집어졌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 아니냐. 그런 정서를 좀 알아달라는 거다."

- 총궐기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려고 하나.
"의과대학이 전체 동맹휴학 들어갈 가능성 많다. 확정은 안 됐지만 분위기가 그렇다. 국회 로비도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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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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