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부터 개업의까지..."법안 통과하면 무기한 파업"

의사들, 의료법 개정안 반대 대규모 집회

등록 2007.02.11 15:54수정 2007.02.1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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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1일 오후 5시 55분]

a 11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의료법개정안 반대 궐기대회에 나온 의사들.

11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의료법개정안 반대 궐기대회에 나온 의사들. ⓒ 오마이뉴스 이민정

a 9일 궐기대회에 나선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9일 궐기대회에 나선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BRI@"불법의료 조장하는 의료법 개악 철회하라"
"졸속개정 추진하는 복지부는 자폭하라"
"의료법안 개악하면 허울뿐인 국민건강"


전국의 의사들이 의료 가운 대신 '의료법 개악 저지'라는 야광색 조끼를 입었다.

11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모인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 2만여명은 이날 '의료법 개악 저지 궐기대회'를 열어 정부의 추진하고자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대규모 집회는 16개 시도 의사회 회원뿐만 아니라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의대생연합회 회원 등 의료업 관련인들이 참석했다. 지난 5일 보건복지부가 34년만의 의료법 개정안을 갑자기 발표하자 직접 몸으로 항의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의사협회 회원들은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훼손하고, 하향평준화하는 개악"이라고 규탄하며 ▲의료법 개정안 철회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사퇴 ▲투명한 의료법 개정 절차 보장 등을 요구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더 이상 의사할 필요 없다"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은 대회사에서 "우리는 한국 의료를 말살하려는 보건복지부의 의료 악법을 분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관련 단체와 충분히 협의해 의료법을 개정하겠다던 정부가 하루아침에 말을 바꾸며 개악의 의료법 개정안을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 회장은 "특히 불법 사이비 유사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민의 건강에 피멍이 들도록 불법을 조장하고 방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며 "획일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진료지침을 만들어 이 땅의 의사 의료인들을 노예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며 "만일 정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면 의료법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전원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고, 국회 본회의 통과시 모든 병·의원들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a 법 개악저지 결의대회' 도중 참석자들이 소원을 담은 대형 플래카드를 공중에 날려보내고 있다. 이들은 ▲의사의 의료행위 중 '투약' 삭제 ▲간호사 업무 중 '간호진단' 명시화 등에 반대하고 있다.

법 개악저지 결의대회' 도중 참석자들이 소원을 담은 대형 플래카드를 공중에 날려보내고 있다. 이들은 ▲의사의 의료행위 중 '투약' 삭제 ▲간호사 업무 중 '간호진단' 명시화 등에 반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a '의료법 개악저지 결의대회'에 참석한 약 2만여명의 의사들은 의료법 개정에 반대했다. 각 지역에서 참석한 의료업 관련자들은 지역별로 각기 다른 색깔의 모자를 착용해 지역을 구분했다. 사진은 경북 구미 참석자들.

'의료법 개악저지 결의대회'에 참석한 약 2만여명의 의사들은 의료법 개정에 반대했다. 각 지역에서 참석한 의료업 관련자들은 지역별로 각기 다른 색깔의 모자를 착용해 지역을 구분했다. 사진은 경북 구미 참석자들. ⓒ 오마이뉴스 이민정

보건복지부 "아직 시안인데..."

서울·인천 지역 의사들의 집회(6일)에 이어 11일에는 전국적 규모의 결의대회가 열리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개정안이 '시안' 단계임을 강조하며 의사들의 동의를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휴일임에도 대한의사협회의 결의대회에 맞춰 보도자료를 발송해 부처의 입장을 밝혔다.

노연홍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보건의료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의사협회에 대화를 통해 의견을 제시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논의 과정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개월간 여러 단체들이 참여해 만들어진 의료법 개정시안은 가급적 존중받아야 한다"며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은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에 따라 의견을 제출하고, 극단인 의사표현방식은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노 본부장은 "앞으로 입법논의 및 추진과정에서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면서 "국민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연대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이들은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정부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김홍양 시도의사협회장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다, 63년 동안 살면서 이렇게 황당한 일은 처음"이라며 "의사의 의료행위 중 투약을 쏙 뺀 날강도 같은 법, 유사 의료행위를 양산하는 정신나간 법을 만들어 국민들의 건강을 챙기겠다는 유시민 장관은 어느 나라 장관이냐"고 따져물었다.

김 회장은 "이 법이 통과되면 더 이상 의사를 할 필요가 없다"며 "엉터리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가 지금까지 수호한 교과서적 진료 대신 로봇이 환자를 다루는 의료 기술자를 양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재중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 회장은 "의대생들 또한 이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며 "유시민 장관과 정부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의료법 개악안을 개정하려고 하지 말고, 전면 백지화해 의료 전문가들과 합리적인 대체 입법을 논의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앞에 앉은 개업의 및 전공의들을 향해 "의료 개악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학생들이 수업 거부를 해도 되겠느냐" "의무사관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질문을 던지자 참석자들은 "좋아"로 화답했다.

"의대생 수업 거부하고 의무사관 포기, 좋아"

한편 이날 행사에는 참석자들의 염원을 담은 대형 플래카드를 하늘에 날려보내는 퍼포먼스와 퓨전난타 공연 등을 선보였다. 이들은 집회가 시작된지 2시간 뒤인 오후 4시 40분께 집회를 마쳤다.

각 지역에서 상경한 의사들은 흰색 야구모자(부산), 노란색 방망이(대전), 파란색 종이모자(인천) 등으로 출신 지역을 나타냈다. 이들은 열차나 고속버스 등을 이용, 상경해 집회장 옆 잔디마당은 각 지역에서 올라온 고속버스들로 가득찼다.

a 구호를 외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구호를 외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 오마이뉴스 이민정

"기자 여러분, 오늘은 할복 안 할테니까 가까이 안 오셔도 됩니다(웃음)."

11일 오후 4시께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며 전국 2만여명의 의사들이 모인 가운데 취재기자들이 갑자기 무대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날 집회가 시작되고 두 시간 정도 지나 취재기자들이 무대 곁에서 점차 멀어질 무렵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가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의료법 개악저지 궐기대회' 도중 자신의 배를 수술용 칼로 그은 장본인.

구호를 외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그는 기자들은 '안심'시킨 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의사가 피를 흘릴 때는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의사들이 의료법에 반대할 때는 관심조차 없다가, 할복을 하니까 비로소 언론이 관심을 보였다"고 화살을 언론에 돌렸다.

그는 "국민들은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국민연금개혁, 부동산 정책, 공교육 정책 등 참여정부가 어느 하나 국민들에게 신뢰를 준 적이 있느냐"며 따져 묻는 등 10여분간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을 한 뒤 사고 없이 무대를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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