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집회에 참석한 교장은 봐준다?

전교조 교사는 징계, 교총·사학은 방관... 교육부의 이상한 '이중 잣대'

등록 2007.02.13 02:41수정 2007.07.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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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자문변호사의 의견서(왼쪽)와 경남교육청의 민원회신문. 교육부 자문변호사는 "같은 행위에 대해 공평 잃은 징계 처분은 위법"이라고 밝혔고, 경남교육청은 공문에서 '사학재단 자체 집회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교육부 자문변호사의 의견서(왼쪽)와 경남교육청의 민원회신문. 교육부 자문변호사는 "같은 행위에 대해 공평 잃은 징계 처분은 위법"이라고 밝혔고, 경남교육청은 공문에서 '사학재단 자체 집회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윤근혁
"똑같은 근무지 이탈인데 전교조 집회에 참석하면 죄가 되고 한나라당 집회에 참석하면 괜찮다는 교육인적자원부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경남 N고 신아무개 교사는 요즘 너무 억울해 잠이 오지 않는다고 12일 밝혔다. 그는 최근 교육청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2000년 이후 전교조가 연 '연가 집회'에 두 번 참석한 것이 직장이탈 금지(국가공무원법 58조)와 집단행위 금지(같은 법 66조) 등의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징계자료 올린 교장도 '연가 집회 참석"

@BRI@신 교사를 벌하도록 교육청에 징계 증빙 자료를 올린 이는 바로 이 학교 M교장. 그러나 알고 보니 이 교장 또한 근무시간 중 두 번에 걸쳐 학교를 이탈해 특정 정당이 주최한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에서 주최한 2005년 12월 16일 서울시청 앞 집회와 같은 달 19일 부산역 집회가 바로 그것. 금요일과 월요일 등 평일에 열린 이들 집회에서는 "한나라당 만세, 박근혜 만세"란 구호도 심심찮게 울려 퍼졌다.

두 집회가 모두 오후 4시 30분께 시작됐지만 M 교장은 근무시간 내내 학교를 비웠다. 학교에서 서울과 부산까지 자동차로 걸리는 시간이 각각 5시간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흘 터울로 연가를 내고 학생들을 떠나 특정 정당이 주최한 반정부 집회에 '참석 투쟁'을 벌인 셈이다.

M 교장은 '어떤 명목으로 근무시간 중에 집회에 참석했냐'는 물음에 "연가로 참석했다고 해두자"고 이상야릇한 표현을 쓰면서 "이사장님 방침에 따라 집회에 참여한 교직원들은 우리 학교 말고도 많았다"고 답했다.


이 집회에 참석한 교장과 교감, 그리고 교사 등 교직원은 M 교장뿐만이 아니었다.

이 당시 사립중고법인협의회에서는 공문(공문번호 중고협 130-05139, 12월 13일)을 보내 학교마다 "서울 지역은 50명 이상, 경기·인천 지역은 30명 이상, 지방은 최대한 가능한 인원"을 할당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적지 않은 사립 초중고 교직원들이 대거 정치집회에 참석했다는 게 사정에 밝은 교육시민단체 인사들의 분석이다.

최낙성 당시 사학법개정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2004년부터 근무시간에 교사와 교장 등 교직원들이 몇 차례에 걸쳐 사학재단이나 한나라당에서 주최한 집회를 따라 다닌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면서 "2005년 12월 집회에도 전국에서 수많은 교사들과 교장들이 사학재단의 지시 속에 서울과 부산에 모여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교육부 자문변호사 "공평성 잃은 처분은 위법"

사학재단은 2005년 12월 16일과 19일 한나라당 집회를 앞두고 학교마다 참여 교원을 할당했다. 사진은 사립중고법인협이 각 학교에 보낸 인원 할당 공문.
사학재단은 2005년 12월 16일과 19일 한나라당 집회를 앞두고 학교마다 참여 교원을 할당했다. 사진은 사립중고법인협이 각 학교에 보낸 인원 할당 공문.윤근혁
문제는 올해 2월 현재, 전교조에 대해서만 칼을 빼든 교육청과 교육부의 태도다. 특정 정당 집회에 참석한 교직원들에 대해서는 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터라 형평성 시비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경남교육청은 신 교사가 낸 민원에 대한 회신 공문에서 "2005년 N고 학교장이 참여한 집회 주최는 '한나라당'이 아닌 '사학법인협의회'였으며 법인 이사장의 명을 받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교육단체 집회에 사학이사장의 명을 받아 참석하면 근무지 이탈과 집단행위도 가능하다는 논리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날 집회는 교육청 답변과 달리 한나라당 주최 집회가 맞다. 이 교육청 이정섭 중등교육과장은 "해당학교에 확인하다보니 착오가 있었다"고 한나라당 주최 사실을 뒤늦게 시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해석은 경남교육청의 것과는 아주 달랐다. '2005년 집회는 교원단체가 주최한 집회가 아니라 한나라당 주최 집회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전교조 징계 실무를 맡고 있는 이용학 교육부 교육단체지원과 사무관은 "2005년 사학법 반대 집회는 교총 등 교원단체가 주도한 집회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개최한 것"이라면서 "교총에 알아보니 교사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하더라"고 밝혔다.

이 사무관은 또 "이 당시 집회에 교직원들이 얼마나 참여했는지 파악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집회 참석 교원이 있더라도 일일이 모든 집회에 대해 교육부가 판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전교조 연가집회 처리와는 상반된 태도를 보인 것이다.

교육부의 자문변호사도 형평성 문제를 걱정하는 의견을 이미 지난해 말에 낸 사실이 최근 새롭게 밝혀졌다.

조상희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교육부에 보낸 전교조 징계 관련 의견서에서 "합리적인 사유 없이 같은 정도의 비행에 대해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반하는 경우는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시민단체들 '형평성 위배' 공식 문제제기 움직임

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등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등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전교조 징계를 놓고 불거진 형평성 논란은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정치권에도 번지고 있다.

이미 신기남, 최순영 의원 등 여야 정치인 14명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장과 교사들이 불법으로 참여한 사학법 정치집회에 대해 교육당국이 문제 삼지 않았음에 비추어볼 때 전교조 징계는 불평등한 차별행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전교조는 14일 정진화 위원장이 김신일 교육부총리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징계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 강하게 따질 계획이다. 교육시민단체들도 문제 삼을 태세다.

박경양 (사)전국지역아동센터공부방협의회 이사장은 "같은 행위를 놓고 누구는 봐주고 전교조만 징계하는 것 자체가 징계의 부당함을 보여주는 교육부의 자가당착"이라면서 "교육부가 편향된 잣대로 전교조 죽이기를 계속한다면 뜻있는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교육부를 규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한나라당 집회 #사학법 #전교조 #참석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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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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