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태아를 강제 유산시킨 '삼성파워'

[릴레이기고 22]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우리가 이 싸움에 함께 해야 하는 이유는"

등록 2007.02.15 09:17수정 2007.07.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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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파업에 들어간 <시사저널> 기자들이 직장폐쇄에 맞서 농성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금창태 사장은 삼성그룹 관련 기사를 삭제하고, 이에 항의하는 이윤삼 <시사저널> 편집국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 뒤 사측과 기자들은 공방을 벌였고, 최근엔 기자들이 배제된 채 만들어진 '짝퉁' <시사저널>이 연이어 나오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각계 인사들의 릴레이 기고를 싣고 있다. 노회찬 기자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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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는 지난 2일 오전 삼성본관앞에서 '자본권력 삼성의 언론통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삼성이 청와대보다 더 강력한 언론통제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더 많다고 한다. 어디 언론통제력 뿐이겠는가?

준사법기관인 검찰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상속사건과 관련하여 너무도 당연한 삼성그룹총수 소환조사를 아직도 미루고 있다. 입법부인 국회는 삼성그룹 주요관계자들을 단 한번도 국정감사 증언대에 세우지 못했다. 시장에 권력이 넘어갔다고 대통령이 실토한 것도 오래 전의 얘기다.

입법부·사법부·행정부 위에 삼성그룹이 군림한다는 지적은 정확하다. 대통령 위에 국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이 있다. 그래서 헌법 제 1조 제 1항과 2항은 이렇게 개정되어야 한다. "①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나, 모든 권력은 삼성으로부터 나온다."

편집국 몰래 기사 삭제하라고 편집권 있는 게 아니다

@BRI@삼성공화국의 가장 큰 문제는 이 권력이 무시로 헌법과 법률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노조 경영이라는 전근대적 경영노선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기업집단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으로 헌법 제 33조에 규정된 노동3권이 철저하게 짓밟히고 있는데도 수십년간 아무 탈이 없다. 일개 그룹에 의해 헌정질서가 유린당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말이 없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시사저널>기자들이 삼성그룹의 문제점을 다루는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찬사를 들을 만한 행동이다. 물론 이들의 용기있는 행동은 삼성출신 사장의 엽기적 탄압에 의해 '전국민적 관심사'이자 '역사에 남는 사건'이 되어버렸다.

삼성관련 기사가 <시사저널>에서 삭제되는 과정에서 21세기 대한민국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 자유'의 현주소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언론사에 단 하루라도 근무해본 사람은 안다. 인쇄소에 넘어간 기사를 담당기자나 편집국장과의 협의 없이 사장의 지시로 삭제하는 일이 어떤 일인가를. 그것은 임신 9개월의 태아를 임산부나 그 남편의 동의 없이 강제 유산시키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이 때 사장이 편집인을 겸하고 있다는 이유로 편집권 행사 운운하는 것은 차라리 망발이다. 비무장국민을 쏘라고 발포명령권이 부여된 것이 아니듯이 편집국 몰래 기사 삭제하라고 편집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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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언론노조의 '삼성 규탄 기자회견'에서 방송차 진입을 가로막는 삼성경비직원들과 언론노조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자유언론의 창달'이라는 고색창연한 문구가 6·29선언의 다섯 번째 항목을 차지한지 어언 20년이 지났건만, '언론 자유'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헛공약이다.

6·29선언으로 안기부의 언론사찰은 중단되었지만 오늘날 삼성맨들이 옛안기부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경제권력의 안위를 보살피고 있다. 언론과의 전투를 일상업무로 벌이는 청와대도 <시사저널> 사태로 드러난 언론사주의 횡포에는 묵묵부답이다.

헌법 제 2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역사는 그 기본권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것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래서 <시사저널> 사태는 '<시사저널>에서 벌어진 국민기본권 유린사태'이다. 언론의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이 싸움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회찬 #릴레이 #기고 #언론통제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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