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기간 지났을 뿐 범죄자 아니다"

[진단] 여수참사, 전문가에게 해법을 듣는다

등록 2007.02.15 09:32수정 2007.02.1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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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3D 업종에 기여한 공은 인정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 전문가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내 산업 발전에 힘을 보탠 공로자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이들은 14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수용시설 화재에 대한 해법으로 ▲반인권적 외국인보호시설 개선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등 정책 완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 전환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10년 이상 일한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나 다름없다"며 "영주권을 부여하는 등 국내 산업에 기여한 만큼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이주노동자 보호소는 수용소나 다름없다, 처우는 감옥보다 못하다"며 "출국 준비를 할 수 있는 기관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 돈 벌러 왔을 뿐 노예 아니다"

우삼열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사무국장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 2005년 보호시설의 실태를 조사하고 수차례 권고했는데도 시정되는 것이 없었다"며 "보호시설임에도 실내 공기가 탁한데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다"고 관리 소홀을 문제 삼았다.

우 사무국장은 "고액 임금 체불의 경우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이에 해당하는 이주노동자를 일시보호 해제해주는 등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며 "국가가 먼저 지불하고 사후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임금 체불이나 인권 침해 등 법적 문제가 생길 경우 국선변호인을 주선해주는 등 자문을 구할 조력자를 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현재 보호시설 내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만 된 안내문을 각국 언어로 번역해 각 보호시설에 비치해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현모 이주인권연대 대표는 "현행 산업연수제는 3년 동안 부려먹고 거주를 불허해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제도"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인 취급하는 저급한 인권의식부터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를 노예처럼 활용하려는 사고를 버리고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법화, 양성화하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관리와 통제가 핵심인 현행 이주노동자 정책을 앞으로는 지원과 통합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최 대표는 이번 사건이 한 이주노동자의 우발적 범행으로 마무리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최 대표는 "설사 개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보호시설에서 이들을 제대로 보호할 관리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번 사건은 정부의 잘못된 이주노동자 정책과 출입국 관리 행정, 낮은 인권 수준이 불러온 결과"라고 말했다.

"미등록 외국인 단속, 영장 갖고 하는 것인가"

권영국(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위원장) 변호사는 "현재 보호시설은 이주노동자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수용'이라는 말이 맞다"며 "이름뿐인 현행 보호시설을 폐쇄하고, 수용시설에 맞게 일정한 활동 공간을 확보하는 등 그에 맞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단속이나 구금 과정의 반인권적 처우도 문제"라며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에 규정된 영장주의에 따라야 하는데, 행정처분이라는 이유로 아무 근거 없이 마구잡이로 잡아가두고 있다"고 단속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이어 "현재 법무부령으로만 되어있는 단속 및 보호에 관한 규정도 법률로 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는 나아가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경로로 와서 체류했든, 일단 '불법체류자'로 낙인찍히면 그동안 국내 산업에 기여한 공은 사라진다"며 "불법의 딱지를 이제는 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합법화를 제안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보면, 일정 체류 기간이 지나고 산업에 공헌한 면이 인정되면 주기적으로 합법화해주는 경향이 강하다"며 "인도주의적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들이 강제 추방됐을 경우 국내 중소기업들도 인력난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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