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진정한 파워는 깔아뭉개는 힘?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새 교육과정 보고만 있을 것인가

등록 2007.02.22 14:19수정 2007.07.0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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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신문>에 실린 류재명 교수의 칼럼 '새 교육과정, 언론이 나서라'

<서울신문>에 실린 류재명 교수의 칼럼 '새 교육과정, 언론이 나서라'


언론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말할 나위 없이 그 영향력에 있다. 사회적으로 주목할만한 사건(의제)을 만드는 힘이야말로 언론의 힘이다.

그러나 완전히 반대로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다. 언론의 진짜 힘은 '묵살'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주목받아야 할 일이지만, 이것을 깔아뭉개는 '힘'이다. 중요한 것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있는 일을 없는 일 처럼 만들어 버리는 힘, 이게 바로 언론의 숨겨진 진짜 '힘'이라는 것이다.

<서울신문>의 오늘(22일) 칼럼 열린세상 '새 교육과정, 언론이 나서 검증하라'(류재명 서울대 교수ㆍ지리교육학)는 바로 언론의 이러한 깔아뭉개기에 대한 신랄한 비난이자 애절한 호소이기도 하다.

류재명 교수는 "새로운 교육과정의 결정 문제는 대통령 선거보다 중요한 이슈"라고 주장한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동안 우리나라 공교육의 미래를 결정짓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양성의 수준과 내용이 교육과정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류교수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시행돼 문제가 터질 때 현장에 가서 '문제'를 취재하여 뉴스를 보도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경고를 발하고 있다.

류 교수의 언론 비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언제까지 "허구한 날 대학입시나 사교육의 문제점, 또는 한국교육 못 믿겠다고 가족을 외국에 보내고 외롭게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의 문제나 다루고 있"을 것이냐고 질책한다.

그의 호소는 절박하다. 이제 시간이 얼만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달 말에 교육과정안을 최종 결정"짓는 만큼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언론에서 교육과정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새 교육과정, 언론이 나서 검증해야


지금이라도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주요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대표자들을 모아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생방송하면 특정 이해집단의 '철밥통'을 위한 '더러운 싸움'이 벌어지겠지만, 그 자리에서 과학교육이나 창의적 감성을 키우는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반대하는 사람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그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호소는 너무 늦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바로 오늘(2월 22일) 교육부는 최종 심의회를 갖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 남지 않은 2월중에 최종 확정 고시하게 된다.


교육에 그렇게들 관심이 많은데, 정작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결정하는 교육과정에 관심이 적은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하기야 모두가 '대학입시'에 목숨을 걸고 있는 마당에 이상스런 일도 아니다.

오늘 <중앙일보>와 <세계일보>에는 사회과 교사와 교수들이 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는 소식이 짤막하게 다뤄지고 있을 뿐이다. 지리와 일반사회를 하나의 교과로 다루고 있는 데 대한 항의이다.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미디어워치 #백병규 #조간신문 리뷰 #교과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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