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으로 주차정현순
난 그 뒤에 있는 주택가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세상에나! 저게 뭐야? 대문사이에도 주차!'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자 대문 사이에 곡예하듯이 주차해 놓은 모습이 보였다. 정말 심각해 보였다. 이중으로 주차한 것은 오히려 덜 불안해 보였다. '차라리 딱지를 떼고 말 것을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 그 골목에 주차한 것을 보니 왠지 자신이 없어지고 만 것이다. 주차할 곳이 없는 것은 물론, 어느 곳은 사람만 겨우 드나들 정도였다.
좁은 골목을 조심스럽게 들어왔으니 그곳을 다시 나간다는 것도 만만치 않아보였다. 차를 돌릴 곳도 눈에 띄지 않았다. 미로 같은 골목을 이리지리 헤메던 중 드디어 주차할 곳을 한군데 찾았다.
주차시켜놓고 보니 그곳도 안전하지 않아보였다. 바로 뒤에는 전신주가 있어 다른 차가 오고 갈 때 내 차가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저만치에 안전하게 주차할 곳이 보였다.
다시 시동을 걸고 그곳을 향해서 갔다. 하지만 그곳을 가려면 장애물을 무사히 지나가야만 했다. 어찌 보면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 아슬아슬했다. 그때 중년 남자가 오고 있었다. 난 그에게 "아저씨 이 차가 저 옆을 지날 수 있을까요?" "네 뒤로 쭉 뺏다가 다시 들어오세요." "아저씨가 좀 봐 주세요."
그 아저씨 덕분에 그곳을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나마 안전한(?) 곳에 주차를 시킬 수 있었다. 나름대로 안전한 곳에 주차를 시켜놓으니 손자의 졸업식을 편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그 골목을 빠져나오면서 그 골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자동차가 그렇게 얼기설기 주차되어 있으니 만약에 화재라도 나면 소방차가 들어오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한눈에도 알 수 있었다. 벽에 딱 붙여서 주차를 해놓았지만 승용차나 승합차보다 더 큰 차는 그 옆을 지난다는 것은 아예 상상할 수도 없어 보였다. 그런 상황은 그 동네 골목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