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 밥에도 잘 어울린다정현순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맛이 나는 듯했다. 솜사탕처럼 살살 녹는 맛 같다. 간 고등어이지만 그다지 짜지도 않고 밥하고 먹으니 간이 적당하다. 노릿노릿 잘 구워진 안동 간고등어의 맛은 그야말로 일미였다. 입은 다 비슷한가 보다. 밥을 잘 먹지 않는 어린 손자가 오늘(28일) 아침부터 "할머니 나 어제 그 고기하고 밥 줘"라고 말한다. 난 손자에게 "그게 그렇게 맛있어?"라고 물으니 "응 맛있어"라고 말한다.
@BRI@전날 밤에 상을 치우다 조금 남은 간고등어가 눈에 띄었다. 난 한 젓갈 떼어먹었다. 옆에 있던 손자가 "할머니 그거 다 먹으면 안돼. 나 내일 그거하고 밥 먹을 거야"하더니 잊지 않고 아침부터 채근을 하는 것이다.
밥을 잘 먹지 않는 손자에게 밥을 먹이려면 인내가 무척 필요하다. 그런데 며칠 전 간고등어 구이를 해주었더니 밥 반 공기를 뚝 딱 먹어 치우는 것이 아닌가.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가 밥을 잘 먹는 것을 보니 안동 간고등어의 위력을 알만 했다.
그동안은 명절음식을 먹느라 간고등어 차례가 오지 않았다. 일주일쯤 지나니깐 어느 정도 음식이 정리가 되었을 때 지난 설 명절에 사돈댁에서 보내 온 간고등어가 생각났다. 냉동실에서 미리 꺼내어 간고등어를 깨끗이 씻었다. 일반 시장에서 사는 고등어자반과는 만져지는 느낌이 달랐다. 일반시장에서 사는 고등어자반은 겉이 쭈글쭈글한 데 비해 안동 간고등어는 통통한 것이 부드러웠다. 소금에 절였으면서도 바다에서 금방 잡은 듯한 싱싱함이 남아 있었다.
너무 커서 반으로 잘랐다. 찌는 생선반찬을 자주 해 먹어서 이번에는 특별한 요리법이 필요 없는 가스 그릴에 굽기로 했다. 간고등어를 그릴에 집어 넣고 후드를 틀어났지만 생선 굽는 연기와 냄새는 집안 가득했다. 베란다 문, 창문을 모두 열어 놓았지만 좀처럼 연기와 냄새는 빠질 줄 모른다. 그날도 아침부터 문을 모두 열고 간고등어를 구워야했다. 이래서 아파트에서는 생선 굽기가 많이 망설여지는 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잘 구워져 담백한 생선을 먹을 때면 그런 불편한 것쯤은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