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한겨레>의 새 사장은 누구?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김형태 시민편집인, 사장직선제에 문제 제기도

등록 2007.03.07 10:29수정 2007.07.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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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겨레신문사 현관에 전시된 창간주주들의 이름이 세겨진 동판.

한겨레신문사 현관에 전시된 창간주주들의 이름이 세겨진 동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아마도 투표율이 상당히 낮을 것 같다."

정태기 전 사장의 사임 파문으로 새 사장 선출을 위한 절차에 들어간 <한겨레>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요즘 한 표의 선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 이전에 '이번 투표에 참가해야 되느냐' 하는 원천적인 고민이 더 크다. 왜냐하면 사장 후보로 나선 인물들이 정태기 전 사장 사임 파문의 당사자들이거나 연관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마감한 후보 등록에는 모두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곽병찬 후보(50)와 오귀환 후보(50)는 바로 전직 편집국장이거나 편집국장 후보로 정태기 전 사장 사임 파문의 중심에 있었다. 서형수 후보(50)는 사장 퇴진 사태와는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정태기 전사장 쪽과 가까웠던 것으로 비춰지고 있어 <한겨레> 사원들의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다.

물론 이들 후보들은 각기 <한겨레> 경영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출마한 만큼 새롭게 자신들의 포부를 펼쳐 보일 작정이다(<한겨레>는 오늘 사장 후보 정견 발표회를 갖는다).

하지만 정 전 사장의 편집국장(오귀환 후보) 전격 경질과 뒤이은 편집국장 후보(곽병찬 후보) 임명동의 부결, 정태기 사장 퇴진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태에서 당사자들이 대거 후보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 다른 한 후보 또한 정태기 전 사장 진영과 밀접한 관계에 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일부 한겨레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심리적인 공황' 상태마저 읽힌다.

이 때문에 역대 어느 사장 선거보다 부동표가 많고, 투표율도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누가 되든 경영진 세대교체

@BRI@정태기 전 사장 사임 파문에 연관된 후보가 둘이나 나온 것은 이들 후보들이 이번 사태에서 자신들이 당사자가 된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한 듯하다.


<한겨레> 재직 시절 차세대 사장 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던 오귀환 후보는 <인터넷한겨레> 사장을 하다가 지난 2003년 본의 아니게 <한겨레>를 떠난 뒤 지난해 7월 정태기 전 사장이 전격적으로 편집국장으로 발탁해 <한겨레>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번 사장 사임 파동 와중에 지면제작에 불만을 토로했던 정태기 전 사장의 사실상 불신임으로 7개월 만에 편집국장직에서 중도하차해야 하는 불운을 겪었다. 오 후보는 이번 사장 출마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곽병찬 후보 역시 다르지 않다. 편집국장 후보로서 임명동의 투표에서 부결된 것은 자신에 대한 불신임이라기보다는 정태기 전 사장에 대한 불신임의 의미가 더 컸다고 판단한 듯 하다.

사태 수습과정에서 정태기 전 사장의 편집국장 지명 제안을 섣불리 받아들인 '실수'는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사장의 돌연한 사임으로 야기될 수 있는 혼란과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한 충정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에서 <한겨레> 사원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고 본 듯 하다.

무엇보다 임명 동의 투표에서 다수표를 얻고도 과반에서 한 표가 부족해 부결된 점도 곽 후보로서는 사장 후보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서형수 후보는 이번 사장 퇴진 사태에서는 가장 자유로운 편이다. 정태기 전 사장과는 <한겨레> 창간 초기 때부터 긴밀한 관계에 있었고, 정 사장 부임 이후에는 경영총괄 전무이사로 경영 전반을 총괄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열사인 한국신문제작 대표로 옮겨가면서 <한겨레> 경영일선에서는 잠시 물러나 있었다.

이들 후보들의 지지 판세도 대략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서형수 후보의 경우 정태기 전 사장 지지그룹과 비편집국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곽병찬 후보는 지난 사장 선거 때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온 중견 시니어 그룹에서, 오귀환 후보는 과거 무당파 그룹의 일부와 젊은 기자층에서 심정적 지지표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 어느 선거 때보다 부동표가 많은 상태인데다가 후보 진영간의 합종연횡도 배제할 수 없어 선거 결과는 지극히 유동적이다.

이같은 후보 분포는 그 누가 되더라도 <한겨레>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정태기 전 사장 때 까지는 주요 창간 멤버인 해직 언론인 세대가 경영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출마한 사장 후보들은 창간 때부터 같이 해왔기는 하지만 해직언론인 출신 다음 세대들이다.

정태기 사장 취임 직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직언론인 창간 세대들이 대거 퇴사한 데 이어 이번 사장 선거를 통해 이들 2세대가 경영을 맡게 될 경우 <한겨레>는 본격적인 '2세대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사장직선제에 문제 제기도

최근에는 정태기 전 사장의 사임 파동을 겪으면서 사원들이 사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방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겨레> 시민편집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최근 시민편집인 칼럼 '<한겨레>의 주인은?'에서 "<한겨레>의 창간정신을 살리면서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사원들이 사실상 사장을 뽑고, 그 사장과 <한겨레> 구성원들이 사실상 대부분의 이사진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돼 있는 현재의 경영권 창출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글에서 김형태 변호사는 "40퍼센트 주식을 가진 회사 임직원들이 경영책임을 지는 사장을 포함한 이사 6명을 뽑는 셈"이라면서 "<한겨레> 창간정신을 잘 구현할 현실적 주주 집단은 회사 임직원들임이 틀림없으나, 경영권이 사내 여론에만 의존하게 될 때 안정적으로 행사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한 기자의 말을 빌어 <한겨레>의 요즘 상황을 "리더십과 팔로우십의 결여"라고 진단하고, 경영권 확립을 위한 대안으로 공익적 인사들로 이사를 선임해 이곳에서 사장 등 경영진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는 MBC의 방송문화진흥회 체제나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선출하고 전체주주의 뜻을 반영하는 사외이사 후보를 뽑는 이사회 강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시민편집인으로서 이같은 글을 쓴 데 대해 "직선제로 경영권을 창출하는 문제는 <한겨레>뿐만 아니라 고려대 총장 사태 등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국민주주로 만들어진 <한겨레>가 창간정신을 살려나가면서 한겨레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폐해를 극복하자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안을 제시해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 노조 관계자는 "일부 부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직선제를 통한 사장 선출 제도의 경험이 오래됐고, 과거 야기됐던 부정적인 폐해는 많이 극복한 만큼 큰 문제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팎의 시각차가 그만큼 커 보인다.

<한겨레>는 7일 사장 후보 합동토론회를 갖고 9일 사원투표로 차기 사장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주총은 3월 31일, 전경련회관에서 갖게 된다.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한겨레 #사장 #시민편집인 #정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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