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빠'한 중국여성, '빤삐엔티엔'은 아직 멀어

가사분담 부부 50%에 매맞는 남편 30%... 그러나 남녀평등 요원

등록 2007.03.08 15:09수정 2007.03.0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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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성은 강하다. 험한 산을 오르던 도중에 힘들 것 같아 손이라도 내밀라치면 당찬 목소리로 “워쯔지라이!”(我自己來, 나 스스로 갈게)라고 한다. 조금은 연약한 척 하는 것을 매력으로 여기는 한국 여성과는 분명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BRI@중국에서 말이 많고 극성스럽게 따지기 좋아하는 여성을 ‘싼빠(三八)’ 라고 하는데 바로 3월 8일이 세계 여성의 날, 중국의 푸뉘지에(婦女節)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중국 여성들은 ‘싼빠’하다. 외유내강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한국 여성들과는 달리 중국 여성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표면적으로 당당하고 강인해 보이려고, 심하게 말하면 도도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중국에는 아내를 두려워하는 공처가들도 많다. 기관지염(氣管炎)과 ‘아내의 관리가 엄격하다(妻管嚴)’는 말의 발음이 모두 ‘치관이엔’으로 같기 때문에 “기관지염을 앓고 있네” 하면 공처가로 살고 있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중국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 중에서 남편이 매를 맞는 경우가 30%나 된다고 하니 ‘치관이엔’이 중국 남성들의 엄살만은 아닌 셈이다.

중국에서 아기를 등에 업고 설거지, 청소, 밥하는 남편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사노동에 있어서의 남편과 아내의 역할분담은 당연한 일로 인식되고 있으며 실제로 50%의 부부들이 가사노동을 분담하고 있고 남편이 집안일을 전담하는 경우도 10%나 된다.

이쯤 되면 중국에서 완전한 남녀평등, 아니 여성상위시대가 도래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일찍이 마오쩌둥이 외친 “여성도 하늘의 반을 떠받들 수 있다”(婦女能頂半遍天)는 구호가 이미 실현된 것처럼도 보인다. 중국남성들은 왜 ‘여성의 날’만 있느냐며 공산당이 중국을 해방 시켰나 싶더니 해방된 것은 여성들뿐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표면적인 여성해방... 완전문맹 여성이 70%

a 여성들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들이 푸뉘지에 전후해서 출시되고 있다.

여성들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들이 푸뉘지에 전후해서 출시되고 있다. ⓒ 김대오

그러나 중국 여성의 해방은 표면적인 현상일 뿐, 내막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뿌리 깊은 남존여비의 냉혹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전국평균 남녀성비 116.9(남):100(여)가 말해주듯 한 자녀 갖기 정책 이후 남아선호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고, 중국의 전체 완전문맹 인구 2억 2000만 명 중에서 여성이 1억 5000만 명으로 70%를 차지한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은 인구 중에서 여성은 17%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여대생들의 취업률은 남학생의 40%대에 머물고 취직하는 조건도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결혼한 여성의 경우 취직이 더욱 어려워지므로 취직을 위해 결혼 사실을 숨기는 ‘인훈쭈(隱婚族)’도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15세에서 60세까지 여성취업률은 83.7%, 취업인구 중 여성의 비율 또한 45%로 남성과 거의 대등한 수준을 보인다. 그러나 여성 근로자의 대다수가 농업, 어업 등의 1차산업 혹은 단순노동직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5%만이 전문기술직에서 일한다.

특히 물질만능주의와 도덕적 해이로 도시에서는 여성을 상품화하고, ‘얼나이(二奶)’라 불리는 축첩문화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농촌 여성들은 뿌리 깊은 남존여비 문화 속에서 힘든 육체노동과 가사노동에 혹사당하고 있는데 젊은 중국 농촌여성의 높은 자살률(매년 여성 자살 사망자 15만 명 가운데 농촌여성의 자살률은 도시여성의 3배)이 이 같은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다.

푸뉘지에인 3월 8일, 중국의 여성들은 많은 꽃과 선물을 받고 하루 또는 반나절의 휴무를 즐긴다. 푸뉘지에를 맞이한 중국 인터넷사이트에는 여성을 위한 선물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여성의 권익을 신장시키기 위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푸뉘지에 자체가 시장경제의 상술에 놀아나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마오쩌둥은 부족한 혁명역량을 전통사회에서 소외받던 여성들로 보충하기 위해 ‘빤삐엔티엔’(半遍天, 여성은 반쪽의 하늘)을 정책적으로 부르짖어 왔다. 그 결과 중국의 여성들은 가정에서 어느 정도 헤게모니를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나 사회구조적으로는 여전히 ‘따난즈주의’(大男子主義, 남성우월주의)의 높은 벽을 넘어 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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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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