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튬 플레이...옛날에도 있었는데?

10일 부천 소새만화갤러리 코스튬 플레이 사진전 열려

등록 2007.03.08 20:21수정 2007.03.09 09:56
0
원고료로 응원
지난해 캐릭터전시회에서 선보인 짱구 코스튬 플레이.
지난해 캐릭터전시회에서 선보인 짱구 코스튬 플레이.오마이뉴스 김대홍
언젠가부터 '코스튬 플레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애니메이션, 만화, 드라마, 컴퓨터 게임 속 등장인물의 복장과 동작을 흉내 내는 것을 뜻하는 '코스튬(복장) 플레이(놀이)'는 일본식 줄임말인 '코스프레'라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최근 인터넷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각종 만화 관련 행사에서 '코스튬 플레이'를 자주 볼 수 있지만, 사실 코스튬 플레이가 최근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이미 몇 십 년전 주위에선 코스튬 플레이가 행해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게 슈퍼맨 변신이다. 집에서 흔히 쓰는 빨간 보자기를 목에 질끈 동여 메고 한 팔은 쭉 뻗고, 한 팔을 내리면 나름대로 완벽한 슈퍼맨이 된다. 당시 동네 문방구에서 흔히 팔았던 인기 만화 주인공들의 마스크도 변신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1970년대 후반엔 타이거 마스크의 마스크가 큰 인기였다. 왠지 그 마스크만 쓰면 진짜 타이거 마스크처럼 강력한 힘이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했다.

'로버트 태권 V'가 유행하던 1970년대 말 1980년 초엔 전국적으로 태권도 배우기 붐이 불었다. 그 때 웬만한 남자 꼬마아이들은 모두 태권도복을 입고, '태극 3장'(태권도 품새)를 외쳤다. 그리곤 모두 제각기 태권 V 조종사 '훈이'가 된 듯한 꿈을 꾸었을 것이다. 생각하기론 전 국민적인 태권 V 코스튬 플레이가 벌어지던 시절이 아닌가 생각한다.

굳이 영화 <마스크>나 <반칙왕> 이야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만화나 영화 속 주인공과 동화되고 싶은 꿈을 꾼다고 본다. 그런 열망이 바로 코스튬 플레이의 바탕일 것이다.

요즘 '코스튬 플레이'가 이전과 다른 점

오는 10일 부천소새만화갤러리에서 코스튬 플레이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은 이번 전시회에 출품될 '밤의 물밑'(왼쪽)과 '천사금렵구'(오른쪽).
오는 10일 부천소새만화갤러리에서 코스튬 플레이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은 이번 전시회에 출품될 '밤의 물밑'(왼쪽)과 '천사금렵구'(오른쪽).부천만화정보센터
최근 코스튬 플레이와 관련해 인기를 끈 사람이 몇 명 있다. 한 사람은 '데카론 걸' 이소정이다. 유명 레이싱걸이면서 게임 '데카론'에 등장하는 여섯 캐릭터 중 남성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여성 캐릭터 세지타 헌터의 코스튬을 하고 나타나 큰 인기를 끈 모델이다. 이후 그에겐 '데카론 걸'이란 별명이 붙었다.


또 한 사람은 신인가수 조민혜다. 데뷔 전 '인형녀'란 별칭을 얻어 화제를 모았는데, 중학생 때 직접 만든 의상으로 코스튬 플레이를 한 게 유명세를 얻은 까닭이다. 그 외에도 레이싱걸 출신인 윤예린과 홍하나가 데카론 속 인카르 매지션과 세지타 헌터의 코스튬을 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최근 '코스튬 플레이'가 과거에 비해 말도 못하게 세련돼진 것은 사실이다. 복장도 거의 만화나 영화 속 인물을 본뜬 것처럼 가까워졌고, 동작도 훨씬 세밀해졌다. 전문 숍까지 생겨 물건을 만들고 있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각종 정보를 나누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요즘 눈길을 끄는 코스튬 플레이어들은 '섹시한' 여성들이다. 아무래도 그림이 되기 때문이겠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코스튬 플레이어가 갑자기 등장한 일본풍 문화라는 오해처럼, 섹시한 여성만 나온다는 것도 오해다. 아마 마니아 위주의 문화이기 때문에 대중과 거리가 있어서일 것이다.

사진, 소품, 추첨 등 관객 이벤트 비중 높아

코스튬플레이 사진전에 출품될 '킹덤하츠'(왼쪽)와 '장금이의 꿈'(오른쪽).
코스튬플레이 사진전에 출품될 '킹덤하츠'(왼쪽)와 '장금이의 꿈'(오른쪽).부천만화정보센터
3월 10일부터 4월 15일까지 부천 소새만화갤러리에서 열리는 '코스튬플레이 사진 및 소품 전시회'는 이런 점에서 코스튬 플레이의 여러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장이다. 부천만화정보센터 주최, 전국만화동아리연합 'ACA', 인터넷 코스튬플레이 커뮤니티 '코스온라인' 공동주관인 이 전시는 코스튬 플레이를 주제로 한 단독전시로는 처음이다.

UCC와 코스튬 플레이를 접목했다는 게 큰 특징. 로페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중인 송석화 작가의 <밤의 물밑> 등 '코스온라인'에서 활동 중인 사진작가들의 우수작품 58점과 코스튬 플레이에서 실제 사용된 만화캐릭터들의 의상 소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관객 참여의 비중이 높다. 관객 이벤트는 크게 세 종류. 여러 팀 코스플레이어들이 직접 나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사진 이벤트, 코스튬 플레이에 사용하는 머리띠, 칼 등 소품들을 관객이 직접 착용하고 촬영하는 소품 이벤트, 관객이 직접 우수작품을 선발하는 추첨 이벤트 등이다. 이중 소품 이벤트엔 인기 PC게임인 <마그나 카르타>와 만화 <블러드 플러스> 등에 사용된 것들이 나온다.

개막일인 10일엔 전문 코스튬플레이어 10팀과 사진작가들이 나와 관객의 눈길을 끌 전망이다.

전시를 기획한 ACA의 유재황 회장은 '코스튬 플레이 역시 흥미와 관심이 동인이 되어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봤을 땐 요즘 트렌드가 되어버린 인터넷 UCC 문화의 원조격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면서 '코스튬 플레이가 바로 UCC'라는 점을 알리는 게 이번 전시의 의도임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재)부천만화정보센터 소새만화갤러리 (032-344-3746)

덧붙이는 글 (재)부천만화정보센터 소새만화갤러리 (032-344-374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5. 5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