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반도에 석양빛이 비치고 있는 풍경이승철
그들의 속셈이 들여다보였지만 일단 창가의 좋은 자리에 앉고 보니 모두들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장 선생! 우리 일행들 모두에게 주문을 받아요, 좋은 자리 줬는데 그냥 있을 수 없잖아요. 좀 팔아줘야지, 이번엔 내가 쏠게요."
일행 중 한 사람이 결국 한 턱을 내게 되었다. 매점 지배인의 계산은 정확하게 들어맞은 셈이었다.
그때까지 여객선은 출항하지 않고 항구에 정박한 채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객선 선실에서는 이집트 관리가 자국인들의 출국심사를 하고 있었다. 선실 맨 앞쪽에 책상을 놓고 앉은 출국심사관은 매우 오만한 자세로 자국민들의 여권을 받아들고 살펴보며 심사하고 있었다.
가끔씩 큰 소리로 호통을 치기도 하고 여권을 압수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선실 가운데 통로에 늘어서서 심사를 기다리는 이집트인들은 아직도 많았다.
"아니, 저 사람들 심사가 모두 끝난 후에 출항하려고 하는 것 아냐?"
일행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요르단으로 건너간 후에도 다시 그쪽의 입국심사를 거쳐야 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할 거리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30여분을 기다린 후에야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여권심사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매우 까다로운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아니 이곳이나 요르단이나 형편이 비슷할 것 같은데 저렇게 까다로운 심사까지 받으면서 왜 굳이 요르단으로 가려 하지?"
일행 한 사람이 의문을 제기한다. 줄을 서서 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동자들로 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