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이름 외는 재미 "이게 무슨 꽃이더라?"

어린이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게 된 <야생화 쉽게 찾기>

등록 2007.03.26 10:12수정 2007.03.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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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은 후, 지난주에 배달된 책을 펼쳐들었다. 책을 펼치니 그 안에 있는 작고 화사한 예쁜 꽃 사진들이 나를 보고 방실 방실 웃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 내가 너희들을 얼마나 만나고 싶었는데’하며 나도 싱글벙글 웃으면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마치 새학기 새책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야생화 쉽게찾기 겉표지
야생화 쉽게찾기 겉표지정현순
옆에 있던 남편이 "뭘 보고 그렇게 혼자 웃어?"하더니 책을 빼앗아 본인도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그러면서 "약초만 있는 책은 없나?"한다. 내가 보고 희죽희죽 웃었던 그 책은 바로 <야생화 쉽게 찾기>란 책이다. 그 책은 어린이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런 후 시간만 나면 그 책을 찾아서 보고 또 봤었다. 그리곤 내가 사고 싶은 책 목록에 그 책이름을 써 넣었다. 그리고 며칠 전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 살아온 나는 풀이름, 야생화, 나무 등 이름을 아는 것이라고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새싹이 나오는 것을 보고도 이름을 척척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런 사람을 따라 가려면 아득하기만 하다. 그러나 요즘에 꽃과 나무 사진들을 찍으면서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는 그 재미라니. 가족들에게나 친구들에게 그런 나에 대해 나날이 똑똑해진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곤 한다. 사진을 찍기 전에는 관심도 없었고 내가 그리도 무식하다는 것을 몰랐었다.

작년 여름에 감자 꽃을 처음 보고는 어찌나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여름 땡볕에 쭈그리고 앉아 뱅뱅 돌면서 감자 꽃 사진을 찍던 그 모습을 지금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가끔 친구들과 들판으로 나가서 이름 모를 꽃을 보고 탄성을 지른다. 그럼 옆에 있던 친구는 의아한 모습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러면서 "아니 저 꽃이 그렇게 예뻐?" "응 너무 예뻐"하면 그는 나를 쳐다보면서 "하하하 별게 다 예쁘네"하며 웃기 일쑤였다.

내가 그 책을 사기로 결정하게 된 이유는 책을 보면 야생화의 이름을 다 알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공원이나 산, 들판에 나가서 야생화를 보면 입에서 뱅뱅 돌면서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한번은 그림반 친구가 하얀 야생화를 그리는데 그 꽃을 분명 그 책에서 본 것인데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길로 도서관에 가서 그 책에 나오는 꽃을 찾아서 메모지에 꽃 이름을 적어왔다.

그리곤 일주일 후에 그 친구를 만나 그 꽃 이름인 모데미풀이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또 한번은 산에 갔을 때 일이었다. 일행 중 한명이 "이게 무슨 꽃이더라?"라고 한다. 난 "그것도 몰라 산수유 꽃이잖아"라고 했다. 그는 "그래?"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얼마쯤 갔나? 그런 꽃이 또 보였다. 그때 앞서가던 일행 중 다른 사람이 "어머나 여기에 생강나무 꽃이 피었네"하는 것이 아닌가.

잘난척한 것이 어찌나 부끄럽던지. 작고 노란 꽃이 마치 산수유와 똑 같아 보였던 것이었다. 그와 난 눈이 마주쳤다 .그는 살며시 웃는다. 나도 웃음으로 미안하다는 답을 보냈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민망하다. 그때 야생화 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고쳐먹게 된 것이다.


<야생화 쉽게 찾기>란 책엔 봄, 여름, 가을까지 야생화들이 종류와 색깔별로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다. 나 같은 초보에게는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야생화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미처 몰랐었다. 이젠 내가 사고 싶었던 책을 샀으니 자주 들여다보면서 공부를 해야겠다.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피는 것인지.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늦게 사진 찍기에 푹 빠진 나에게는 앞으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될 것 같다.

야생화 쉽게 찾기

송기엽, 윤주복 지음,
진선북스(진선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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