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동안 동심의 시절을 회상해보다

고양 아람누리의 '얌얌얌! 맛있는 과자건축전' 특별전시회를 다녀와서

등록 2007.03.28 14:56수정 2007.03.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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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서울 양천구에 살지만 일산신도시 쪽에 갈 일이 은근히 잦다.


토목을 전공하는 학부생으로서 교통현황과 건설기술에 관심이 많아 일산신도시의 제일 끝인 대화역 근처에 있는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종종 찾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정발산역 주변을 중심으로 맛있는 음식의 식당이 많고 강남·양재 쪽을 포함한 서울 곳곳으로 심야 교통편이 매우 발달되어 있어 지인들과의 약속을 잡기에도 괜찮기 때문이다.

지난 달에 일산에 한국교통연구원 도서실에 가서 자료 열람을 하고 정발산 라페스타 쪽에서 지인과의 약속을 끝내고 돌아오던 중, 아람누리의 개관이 임박했다는 의미의 현수막을 보게 되었다. 일산 최고의 번화가인 정발산역 일대에 크고 세련되게 지어지는 건물이고,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 왔던 기초자치단체 주도의 대형 문화예술공간이었기에 기대가 컸다.

그러던 중, 아람누리가 정식 개관 전에 건물 프리뷰 전시회 스타일로 작년 여름의 세종문화회관과 올 연초의 분당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성공적으로 열렸던 '얌얌얌! 맛있는 과자건축전'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린이 스타일의 건축전시회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가고 싶었으나 군에 있어 가지 못했던 전시회였기에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가게 됐다.

a '얌얌얌! 맛있는 과자건축전'이 열리는 아람누리 아람미술관 특별전시장의 출입구

'얌얌얌! 맛있는 과자건축전'이 열리는 아람누리 아람미술관 특별전시장의 출입구 ⓒ 이준혁

테마 1 - 아람누리?

대한민국 행정구역의 계층적 구조를 이야기할 때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라는 말을 쓴다. 특별시, 광역시, 도 등 '광역자치단체'가 시, 군, 구 등 '기초자치단체'보다 경제력이 센 것은 왜 그런지 물어보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주지의 사실. 그렇기에 '특별시' 혹은 '광역시'에 비하여 면적이 넓은 '도' 지역의 경우 문화적 인프라에 있어 도청소재지가 더욱 유리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아람누리를 보면 고양시민들은 참 복받은 주민들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대지면적 21만여평, 연면적 8천여평(주 : 종합운동장·아이스링크·실내체육관·실내수영장 등을 겸하고 있기에 크다) 규모의 어울림누리(화정)와, 대지면적 1만 6천여평, 연면적 3천 2백여평 규모의 아람누리(일산) 등 기초자치단체로서는 드물게, 대한민국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예술공간을 두 군데나 갖고 있으니 말이다.

대규모 다목적예술극장인 1,887석 규모의 아람극장, 전용음악당인 1,449석 규모의 아람음악당, 디지털실험극장인 새라새극장, 야외극장인 노루목야외극장, 공공도서관인 아람도서관, 그리고 아람미술관 등으로 구성된 '아람누리'는 비록 먼저 생긴 어울림누리보다 규모면에서는 작지만, 접근성, 장래성, 건축물 등으로 보면 개인적으로는 세종문화회관과 같거나 그 다음가는 수준의 점수를 주고픈 곳이다.

더군다나 아람누리가 위치한 곳은 정발산역 바로 앞이다. 뒤로 정발산이 있고 앞으로는 중앙공원(미관광장)이 있으며 이를 가운데로 하여 왼쪽으로 라페스타, 오른쪽으로 웨스턴돔, 아랫쪽에는 호수공원이 있다. 자연과의 균형 그리고 상업위락시설과의 균형에 있어 아람누리의 역할이 큰 이유이며 장래 서울 서부, 인천 북부, 파주, 김포, 의정부 일대의 문화예술수요를 흡수하며 더욱 커나갈 수 있는 요인이다.

2006년 12월에 준공 후 반년간의 시범운영기간을 갖고 있는 아람누리. 2007년 5월에 정식 개관할 예정이라 하니 성공적인 운영을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테마 2 - 향긋한 냄새가 느껴지는 전시회

'지리'와 '교통'에 관한한 동년배의 사람들보다 일가견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 필자이지만, 워낙 처음 오는 건물이다보니 결국은 헤매고야 말았다. 가장 웅장한 건물인 아람극장으로 들어가 아람미술관을 찾다가 직원에게 설명을 듣고 간 곳은 아람음악당. 아람미술관은 아람누리 입구 우측에 있는 조그마한 건물이며 '얌얌얌! 맛있는 과자건축전'은 그 건물의 지하 층에서 열리니, 직접 찾아가 보실 분들은 헷갈리지 마시길.

전시장은 그다지 크지 않다. 지하의 세 개 관을 빌려, 그 중 두 개 관은 전시를, 한 개 관은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아직 100% 오픈한 상태가 아니라 그런지 약간의 어수선함도 느껴졌다. 하지만 작고 어수선한 입구와 달리 전시장 안은 상당히 따뜻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향기로운 냄새와 아름다운 건축이 우리를 자극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친근한 재료인 과자! 쿠키, 비스킷, 크래커, 사탕, 초콜릿, 머쉬멜로우 등 과자를 이용한 이번 건축 체험전은, 청계천을 위시한 서울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의 거대 미니어쳐, 한옥마을,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과 에펠탑,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건축물들은 물론 상상이 가미되어 더 아름답게 꾸며진 산타마을까지 모두 과자로 만들어 전시해 놓았다.

자연관, 건축관, 체험관 등 총 3개의 전시관으로 이뤄진 전시관은 이번 전시회의 모토처럼 자연과 건축, 미래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으로, 어린이들은 무한한 공간감각과 쉽게 접하기 힘든 건축문화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이며, 어른들로서는 동심의 세계를 느끼며 향기롭고 아름다운 건축과 도시에 대해 생각케 하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는 높이로 제작된 세계 각지의 건물들을 만날 수 있다. 제일 먼저 우리를 맞는 것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펠탑과 개선문. 그 이후로도 서울의 한옥마을,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과 에펠탑,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 익히 들어본 익숙한 건축물이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정교하게 설치돼 있었다.

a 이번 전시회의 백미! 서울 도심부분을 과자로 재현한 가로 8m, 세로 2m 규모의 대형 미니어쳐

이번 전시회의 백미! 서울 도심부분을 과자로 재현한 가로 8m, 세로 2m 규모의 대형 미니어쳐 ⓒ 이준혁

테마 3 - 이번 전시회의 하이라이트!

첫 전시장에서 다음 전시장으로 온 순간, 가로 8m, 세로 2m 규모의 서울 도심 미니어쳐 앞에 서면 그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경복궁, 광화문, 시청, 덕수궁, 남대문, 명동, 종로타워, L모 호텔, 동대문, D모 타워 등 서울 도심의 남서단에 위치한 남대문에서 북동단에 위치한 동대문까지 서울의 도심을 과자로서 거의 그대로 재연해 놓았다. 여기에, 사탕으로 꾸민 청계천과, 빼빼로를 칼 삼아 차고 있는 '초콜릿 이순신 장군님'(?)까지 세심한 부분까지도 노력한 모습이 엿보였다.

이렇게 정성들여 만드는 데에 - 더군다나 전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만큼 외관, 하중, 충격, 지반 등을 다 고려했을 터인데 - 시간과 과자 그리고 노력과 기술이 얼마나 들어갔을지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제일 마지막에는 과자 동물농장이 있다.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등 12지에 속하는 동물들을 보며 그 섬세함에 감탄하기도 아름다움에 웃기도 하고, 귀여운 돼지를 보며 올 한 해의 꿈과 소망을 기원하였다. 과자로 재연한 12지에 속하는 동물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고 살피고 계실지 여러모로 궁금할 따름이다.

미니어쳐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는 부천과 제주 등 이미 여러 곳에 상설테마파크가 존재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그러한 큰 건물들을 실제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자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조명을 위한 할로겐등이나 공중에 붙여놓기 위한 실 등을 제외하면 부수적으로 쓴 재료라고는 역시 먹을 수 있는 식품이며 과자에 실제 사용되고 있는 물엿 뿐이라고 하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a 이번 전시회의 또다른 백미! 12지에 해당되는 동물들을 모두 과자로 재현한 모습. (근거없는 속설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황금돼지띠라고 불리우는 올해를 기념하여 돼지에 만원 한 장을 넣어보았다.

이번 전시회의 또다른 백미! 12지에 해당되는 동물들을 모두 과자로 재현한 모습. (근거없는 속설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황금돼지띠라고 불리우는 올해를 기념하여 돼지에 만원 한 장을 넣어보았다. ⓒ 이준혁

에필로그

앞서도 언급했지만, 정발산역 주변은 산책하기에도 식사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아람누리에서 전시회를 살핀 후 호수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라페스타를 가건 웨스턴돔을 가건 외식도 하고 영화도 관람하며 지낸다면, 충분히 여유롭고 풍요로운 하루를 보낸 것이 아닌가 싶다. 가까운 사람과 전시회를 찾아 즐겁게 보고, 여러 활동들로 멋지게 한 주의 문화로 가득한 에너지를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금번 '얌얌얌! 맛있는 과자 건축전' 전시회는 모토는 '자연, 건축, 그리고 미래'라고 하여 무언가 커 보이는 이미지이지만, 실제로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가서 한참 감탄하고 와야 제대로 봤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전시회이다. 오는 5월 13일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과자 상태가 좋을(?) 때 빨리 가서 살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서둘러 가 보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0대를 위한 지식정보 포털사이트 영삼성닷컴(www.youngsamsung.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20대를 위한 지식정보 포털사이트 영삼성닷컴(www.youngsamsung.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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